`Innumerable Life Buddha` |
서울 한남동 갤러리바톤에서 알록달록 반짝거리는 조명들은 크리스마스 장식이 아니다. 인류의 위기를 경고하는 숫자 LED(발광다이오드) 작품이다.
일본 작가 미야지마 다쓰오(63)는 늘어뜨린 천에 숫자 LED를 박음질한 신작 'Unstable Time(불안정한 시간)'을 선보였다. 그의 예전 작품은 철제 구조물이나 벽체와 바닥에 고정된 형태였으나 신작 소재는 천이어서 자연스럽게 바꿀 수 있다. 작가는 영상 인터뷰에서 "인간과 생명의 불확실성을 이야기하고 싶어 불안정한 소재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기술과 과학으로 지구를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한 인류가 전혀 예측하지 못한 코로나19 위기가 바로 불확실성이다.
`Unstable Time S - no.5` [사진 제공 = 갤러리바톤] |
"한국과 일본 역시 코로나로 힘든 상황이에요. 지금처럼 의료과학이 발달한 세상조차 14세기 유럽을 휩쓸었던 흑사병과 비슷한 팬데믹을 겪게 됐고, 원인을 찾고 백신을 만드는 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죠. 살아가면서 반드시 불확실한 상황은 온다는 점을 인식하고, 사회가 유지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Unstable Time S - no.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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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LED 작품에서 1부터 9까지 계속 반복되는 숫자는 시간의 변화, 삶의 순환을 의미한다. '계속 변화한다. 모든 것은 연결된다. 영원히 계속된다'는 주제를 담아왔다. 숫자를 표시하는 LED는 작가의 분신이기도 하다. 퍼포먼스에서 직접 숫자를 외치다가 그 임무를 LED에 부여했다. 기계는 사람처럼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Hiten - no.2 |
Painting of Change - 008 |
첫 LED 작품은 1988년 베니스 비엔날레 연계 행사에 설치한 'Sea of Time(시간의 바다)'였다. LED 300개가 다른 속도로 1부터 9까지 숫자를 반복했다. 1998년 일본 나오시마섬 가도야 하우스에 영구 설치된 LED 작품 'Sea of Time 98'은 섬 주민 125명이 점멸하는 숫자 속도를 결정했다. 이듬해 베니스 비엔날레 일본관에서 선보인 대형 설치작 'Mega Death(메가 데스)' 청색 LED 2400개는 20세기 전쟁과 재해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상징했다. 삼성미술관 리움 정문 바닥에서 반짝거리는 LED 작품 속도는 보통 사람들이 맞췄다. 이번 개인전에 'Unstable Time' 외에도 LED 위치를 바꿀 수 있는 'Hiten(히텐)' 시리즈, 숫자 회화 'Painting of Change(페인팅 오브 체인지)' 시리즈를 새롭게 선보였다. 다른 신작과 마찬가지로 변화하는 시간을 보여준다. 1부터 9까지 변하는 숫자 회화는 관람객이 던지는 주사위로 바꿀 수 있다. 'Hiten' 시리즈는 1994년 방문한 중국 둔황 막고굴에서 착상한 작품이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선녀를 그린 벽화를 본 후 구름을 타고 움직이는 듯한 숫자 LED 작품을 만들었다. 그의 디지털 시계는 끊임없이 변하지만 코로나19로 세상은 멈춘 것처럼 느껴진다. 작가는 "모두에게 가장 어려운 한 해였지만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1월 8일까지.
Changing Time with Changing Self - small circle no.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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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지마 다쓰오 개인전 전경. [사진제공 = 갤러리바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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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지마 다쓰오 개인전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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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지마 다쓰오. [사진제공 = 갤러리바톤] |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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