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에 빨간불이 들어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중들의 신앙심이 약화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까지 겹쳤어요. 교회가 코로나19 이후에 슬기롭게 대처해야 합니다. 내부적으로 많이 회개하고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대변인이자 홍보 부위원장인 허영엽 마티아 신부(60)는 요즘 유튜브에 많은 애정을 쏟고 있다. 그가 2018년부터 이끌어왔던 온라인 성경채널 유튜브가 코로나19로 인해 갑자기 주목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종교 모임이 금지되면서 신자들은 온라인 강의로 관심을 돌렸다. 누적 조회가 100만뷰를 넘어섰다. "2년 전 처음 만들었을 때 진행자를 구하기 힘들어서 신부들이 직접 나섰어요. 해보니 온라인만의 매력이 있더라고요. 공간 제약이 없으니 무제한으로 보고 들을 수 있고, 나중에 다시 찾아볼 수 있기도 하고요. 코로나19 이후 사목 활동에 온라인을 적극 활용하는 방식이 많이 도입될 것 같습니다."
허 신부의 유튜브 강의 제목은 '성경 속 풍속'이다.
"오래전에 어느 신문사에서 글을 써 달라고 한 것이 계기가 되어 관심을 갖게 된 주제입니다. 성경은 그 자체로 역사이기도 하기 때문에 인물이나 풍속, 동식물, 도시 같은 주제로 접근할 수가 있어요. 딱딱하게 다가가는 것보다 재미있죠. 신자들도 성경이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생활 속 이야기라고 느끼게 됩니다."
1984년 사제 서품을 받은 허 신부는 본당 신부를 거쳐 16년째 '서울대교구의 입' 역할을 하고 있다. 교황이 선종하거나 새 교황이 선출됐을 때,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하고 새로운 교구장이 임명됐을 때 우리는 허 신부의 입을 통해 그 소식을 전해들었다. 허 신부는 2014년 서울대교구청으로 온 이후 3명의 추기경을 경험했다.
"세 분 모두 스타일이 다르셨어요. 김수환 추기경은 누구의 말에도 귀를 기울이시고 격의 없이 대화를 하는 소통의 달인이셨어요. 정진석 추기경은 학자 체질이시라 어떤 것을 결정할 때 장고하시는 스타일이죠. 그런데 한 번 결정하면 뚝심 있게 밀어붙이셨어요. 정 추기경 계실 때 본당이 100개 정도 늘어났죠. 염수정 추기경은 교구 행정일을 오래하셔서 실무를 꿰고 있으시고 합리적이세요. 방향 설정을 잘하시고 순교자들에게 관심이 많으시죠."
허 신부는 성탄절을 앞두고 마음이 무겁다. 정부와 서울시 방역지침에 따라 오는 24~25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열리는 '주님 성탄 대축일 미사'가 비대면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명동성당 성탄 대축일 미사에 신자들의 참여가 허용되지 않은 것은 한국가톨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고민이 많아요. 가톨릭 의례의 중심이 성체성사인데 대면 미사를 못 열면 그걸 못하는 거죠. 하지만 공동체와 함께하는 것이 종교의 사명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죠. 사실 가장 큰 걱정은 코로나19 이후예요. 성당 생활이나 기도 생활도 습관이 중요한데,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성당을 안 나가는 게 습관이 되어버렸어요.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신자들이 예전만큼 성당을 찾아주시진 않을 거예요. 각오하고 대비해야죠.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도전하고 변화하라는 메시지를 던져 준 것 같아요."
허 신부 집안은 삼형제가 모두 사제다. 가톨릭 알코올사목센터 소장인 허근 신부가 형이고 의정부교구 허영민 신부가 동생이다.
"어려서부터 독실한 집안에서 자랐어요. 아무래도 먼저 신학교 다니던 형의 영향을 받아 동생들이 따라간 것 같아요. 은혜로운 부르심을 받았고 삼형제 모두 자기 자리에서 별 탈 없이 사목 활동을 하고 있어서 다행이에요."
허 신부는 독일 유학 시절 스승이었던 헬무트 베버 신부를 잊지 못한다.
"베버 신부님이 어느 날 독일어를 못해서 힘들어하는 제 손바닥에 '게둘트(Geduld)'라는 단어를 써주셨어요. '인내'라는 뜻이죠. 그 단어의 힘으로 유학 생활을 버텼고, 지금도 종종 그 단어를 생각합니다."
허 신부는 코로나 블루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모든 고통에는 끝이 있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고 했다.
"모든 세상일에는 시작이 있고 끝이 있어요. 고통의 시간도 결국 흘러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통에 휩싸여 매몰되면 안 됩니다."
[허연 문화선임기자 / 사진 =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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