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정지훈 기자= 드디어 우승의 한을 풀었지만 김도훈 감독의 입에서 나온 말은 "죄송하다"였다. 이번 시즌 두 번의 준우승으로 많은 비난을 받으며 마음고생이 심했던 김도훈 감독이 와인 한잔하며 쉬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울산 현대는 19일 저녁 9시(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알 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결승전에서 페르세폴리스(이란)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울산은 조별리그를 포함한 10경기 무패(9승 1무)를 질주했고, 2012년 이후 8년 만에 우승을 탈환했다.
쉽지 않은 경기였다. 울산이 경기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으며 찬스를 만들었지만 아쉽게 살리지 못했고, 오히려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그러나 곧바로 주니오의 동점골이 나왔고, 후반에 페널티킥을 주니오가 마무리하며 승리를 따냈다. 김도훈 감독은 후반에 홍철, 이근호, 비욘존슨, 정승현, 설영우를 차례로 투입하며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했고, 결국 승리와 함께 8년 만에 무패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의 한을 푼 김도훈 감독과 울산이다. 이번 시즌 리그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줬지만 전북 현대에 전패를 당하면서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고, FA컵에서도 전북에 밀리며 준우승이라는 아쉬운 결과물을 만들었다.
김도훈 감독은 "사실 카타르에 오지 않으려고 했었다. 준우승 두 번을 하고 침체된 분위기였기 때문에 힘들었는데, 오기 잘했다고 생각한다. 먼저 팬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번 우승으로 조금이나마 마음의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 우리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뛴 선수들, 뒤에서 희생한 선수들, 부상으로 돌아간 선수들, 한국에서 남았던 선수들 모두에게 고마운 마음이고 자랑스럽다. 단장님이 마지막 대회까지 믿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다"며 소감을 밝혔다.
김도훈 감독은 마음고생이 심했다. 2019시즌에도 막판에 우승을 놓친 울산이 이번 시즌도 우승을 놓치자 김도훈 감독의 지도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김도훈 감독의 계약 기간이 이번 시즌까지여서 결별이 사실상 확정된 상황이었고, 어려운 상황에서 이번 대회에 임했다.
김 감독은 "축구가 즐거워야 되는데 준우승을 두 번 하다 보니 즐겁지 않았다. 그러나 카타르에서 우리 선수들과 즐겁게 축구했다. 축구가 즐겁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즐거움은 축구가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예술이다.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고 더 발전하길 기대하고 응원하겠다"며 선수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결국 울산과 김도훈 감독은 결별했다. 경기 후 울산은 보도 자료를 통해 "이번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끈 김도훈 감독은 페르세폴리스와의 결승전을 끝으로 계약 기간이 끝나며 울산현대 감독 역할을 내려놓게 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어 울산은 "김도훈 감독은 울산에서의 4년동안 196경기에서 106승 50무 40패의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울산현대는 지도자로서 선수단을 이끈 김도훈 감독에게 카타르 현지에서 감사패를 전달하며 그간의 노고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고 전했다.
아름다운 이별이었다. 우승이라는 유종의 미를 거둔 김도훈 감독은 "마지막으로, 집에 가서 와인 한잔하며 쉬고 싶다. 감사하다"면서 "내가 봐도 우리 선수들은 대단하다. 정말 잘해줬다. 같이 한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고 좋은 시즌이었다. 나는 올 시즌 계약이 끝나서 내 역할은 여기까지다. 아까 얘기한 것처럼 집에 가서 와인 한잔하며 쉬고 싶다"며 쉬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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