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전스님 기행문…불교 4대 성지·문화유산 이야기 '풍성'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기독교의 인기 순례지로 이스라엘을 꼽는다면, 이슬람 최고 성지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와 메디나가 있다.
그럼 불자라면 꼭 한번 순례를 떠나야 할 곳을 꼽는다면, 단연 인도일 것이다. 부처님이 태어나, 깨닫고, 법(法)을 전하고, 열반에 든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해외 여행길이 막혀버린 요즘, 성지를 직접 찾기란 어려운 일이다. 가까이서 손쉽게 그 대안을 찾는다면, 책을 통한 순례는 아닐까.
선원에서 수행 정진해온 각전스님이 600쪽이 넘는 두툼한 책 한 권을 내놨다. 그가 쓴 '인도 네팔 순례기'는 이름 그대로 인도·네팔의 성지 순례기이자, 깨달음의 여정을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풀어낸 기행문이다.
'부처님의 삶, 나의 존귀함을 찾는 길'라는 부제의 순례기는 인도 북부 델리에서 시작해 네팔 수도 카트만두로 이어지는 약 5천200㎞의 장도를 그린다.
델리를 떠나 아잔타 석굴, 엘로라 석굴 등 유적지에서 시작한 여정은 부처님이 처음으로 제자들을 상대로 설법한 사르나트로 이어지고,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은 보드가야로 향한다.
열반의 땅 쿠시나가르, 탄생지 네팔의 룸비니까지, 순례기는 부처님의 생애를 고스란히 담았다. 불교 유적 외에도 독자적인 문화유산을 보유한 인도 곳곳의 이야기가 풍성하다. 저자가 꼼꼼하게 보고 기록한 내용이 현장감 있게 펼쳐진다.
네팔의 불교문화와 히말라야, 특히 부처님의 종족인 석가족 마을 방문기는 다른 책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내용이다.
저자는 4대 성지를 믿음이 있는 사람이면 친견(親見)해야 할 장소로 부처님이 언급했다면서 제자 아난다에게 설한 경전의 내용을 전한다.
"누구든 이러한 성지순례를 떠나는 청정한 믿음을 가진 자들은 모두 몸이 무너져 죽은 뒤 좋은 곳, 천상세계에 태어날 것이다."(대반열반경)
순례기를 펴낸 각전스님은 색다른 이력을 가졌다. 제39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해양수산부에서 근무하다 진리에 대한 갈망으로 출가했다고 한다. 부산 범어사에서 행자 생활을 시작했고, 이곳 강원(講院)을 졸업했다. 직지사 선원 등에서 정진했으며, '해인'지 편집장으로도 잠시 활동했다.
미얀마 쉐우민 국제명상센터에 머물렀고, 지금은 통도사, 쌍계사 등 선원에서 수행하고 있다.
조계종 전 교육원장 무비스님은 추천사를 통해 "불자들이 환히 알아야 할 필독서이며 훌륭한 공부 자료"라며 "인도 갈 때 모름지기 세 번 읽고 가야할 것이고, 옷 하나는 빼고 가더라도 이 책만은 반드시 휴대해야 할 것"이라고 일독을 권했다.
민족사. 668쪽. 3만8천원.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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