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CSIS포럼 2020]
'미국에 동이 트다: 미 대선 후 한·미 동맹'
홍석현 "한국, 바이든 민주주의 동맹 적극 참여"
"남북관계는 비핵화 전제로 미국과 공조속 진전"
중앙일보-CSIS 포럼 2020이 15일 경기도 고양시 JTBC 일산스튜디오에서 열렸다. 이날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겸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은 15일 “한국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기치를 든 ‘민주주의 동맹’ 외교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 이사장은 이날 중앙일보와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화상으로 진행한 ‘중앙일보-CSIS 포럼 2020’ 개회사에서 “미국과 세계는 지금 국제 협력과 연대를 중시하는 바이든 시대를 맞고 있다. ‘미국다운 미국’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 우선주의’였던 도널드 트럼프 시대를 지나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바이든 시대를 맞이하면서 확고한 동맹인 한국도 바이든 시대에 발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아래는 개회사 전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이곳 한국은 화요일 아침이고, 워싱턴 DC는 월요일 저녁 시간이지만 우리는 참으로 오랜만에 한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오랜 친구인 존 햄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소장과 캐롤라인 케네디 전 주일본 미국 대사‧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 기조연설자인 호아킨 카스트로 연방하원의원, 한국의 윤영관‧유명환‧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을 포함한 양국의 모든 참가자분들에게 따뜻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인류는 올해 가장 차분한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연휴를 맞게 됩니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포옹을 자제해 달라!”(Don’t hug!)는 강력한 방역지침을 내놓았습니다. 21세기 인류 문명을 위협하는 팬데믹은 국제연대와 협력을 통해 가장 취약한 아프리카 대륙에서 끝나야 비로소 마침표를 찍을 것입니다.
하지만 위기 속에 기회도 숨어 있습니다.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14세기의 흑사병은 중세 봉건 경제의 시대를 끝내고 자본가 계급과 르네상스의 시대를 역사의 무대로 소환했습니다. 치명적 역병이 중세를 끝내고 근대의 문을 활짝 연 것은 역사의 신(神)이 만들어낸 역설입니다.
마찬가지로 지금의 팬데믹은 전 지구적 협력과 생태‧ 환경의 중요성을 환기시키고 있습니다. 인류는 다른 생명체를 너무 학대하고 하나뿐인 지구의 자원을 고갈시켰다는 반성을 통해 평화와 공존의 문명 패러다임을 탄생시킬 것이라고 믿습니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머리를 맞댄 것은 혼돈의 시대를 끝낼 지혜를 모색하기 위한 것입니다.
여러분, 미국과 세계는 지금 ‘미국 우선주의’ 트럼프 시대를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고 국제 협력과 연대를 중시하는 바이든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미국다운 미국’의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반세기 동안 미국 정치와 외교의 중심에 섰던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우리가 결정하는 문제의 80%는 근본적으로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들의 지지가 필요하다”고 믿는 철저한 민주주의자입니다.
그는 산업재해를 겪은 용접공에 의해 소송을 당한 기업을 변호하다가 자책감을 느껴서 로펌을 그만두고 가난하고 억울한 사람들을 위한 국선변호를 시작한 따뜻한 사람입니다. 이런 인간미와 역지사지의 정치 철학으로 경청과 통합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팬데믹 시대가 요청하는 전 지구적 연대와 협력을 이끌 가장 적합한 인물입니다.
여러분, 미국과 확고한 동맹관계인 한국은 바이든 당선인이 기치를 든 ‘민주주의 동맹’ 외교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필요가 있습니다. 동시에 한국은 미국을 상대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수성을 이해시키고 협조를 구해야 합니다.
한반도에서는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직접 군사적으로 부딪칠 때마다 임진왜란‧청일전쟁‧러일전쟁‧식민지화‧분단‧한국전쟁이라는 비극이 벌어지곤 했습니다. 미국은 한국의 이런 특수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미·중 경쟁의 맥락에서 한반도 문제를 최대한 분리해야 합니다. 이것은 한반도 평화와 한국민의 생존을 위한 현실적인 방안입니다.
여러분 미국의 새 행정부에 한국의 이런 특수성을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외교·안보의 큰 그림(Big picture)을 제시해야 합니다. 민주주의‧다자주의‧시장경제‧개방성‧투명성의 바탕 위에서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남북관계는 완전한 북한 비핵화를 전제로 미국과의 물샐틈없는 공조 속에서 진전시켜야 합니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부통령 시절부터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한·일관계도 선제적으로 풀어야 합니다. 강제징용 문제의 해법을 한국이 내놓아야 합니다. 이런 외교·안보의 큰 그림을 제시할 때 “미·중경쟁의 맥락에서 한반도 문제를 최대한 분리하자”는 한국의 요구를 바이든 행정부가 수용하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 주한 미국 대사를 지낸 외교관 필립 하비브는 “이상주의와 실용주의는 상반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세계 평화라는 원대한 이상은 상대국이 처한 어려움을 상대의 입장에서 살피는 역지사지와 경청의 자세를 통해서 실현될 것입니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바이든은 모든 각도에서 사물을 바라보게 하는 귀중한 존재”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런 바이든 당선인에 대해 한국인은 많은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오늘 토론을 통해 팬데믹의 고난을 겪고 있는 지구촌이 대립과 적대의 혼돈에서 벗어나 상호 존중과 국제 협력의 길로 들어서기 위한 지혜가 도출되기를 기대합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특별취재팀=정효식ㆍ김상진ㆍ이유정ㆍ김다영ㆍ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