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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진보학자 변창흠 철학…임차인보호·뉴타운혹평·월세는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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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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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퇴장으로 새 국토부 장관으로 내정된 변창흠 후보자의 주택 철학에 관심이 쏠린다. 문재인 정부 들어 24차례 이상 쏟아진 부동산 대책과 전세대책에도 시장의 불안이 여전한 탓이다. 변 후보자는 현재 시행 중인 임차인 보호 관련 법률의 도입을 과거부터 주장해온 인물이다. 이전 정부의 뉴타운사업에는 혹평을 했고, '공공자가주택' 도입을 주택정책 철학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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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잠실동 일대 아파트단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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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 이익환수 없이 집값 올려"



변 후보자는 2015년 『실패한 정책들』을 공동집필했다. 그는 이 책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기간 벌인 뉴타운 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 그는 "뉴타운 사업은 구체적인 정책 목표도, 법적 근거도 없이 시행돼 개발이익 환수 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집값만 올려놓았고 저렴한 임대주택의 멸실만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뉴타운 사업은 법적 근거도 부족했다는 게 변 후보자의 생각이다. 그는 "서울시 조례 없이 지정된 뉴타운 지구, 법률적 근거 없이 조례에 의해 추진된 뉴타운 사업은 많은 문제점을 유발했다"며 "법적인 근거 없이 사업을 추진한 것은 법치주의 자체를 아예 무시한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가 뉴타운 사업 계획을 발표한 것은 2002년 10월이다. 조례는 이듬해 3월, 법은 2006년 7월 시행됐다.

뉴타운 사업 이후 추진된 공공재개발 사업이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공공재개발 사업은 강북권 낙후지역의 재개발 활성화를 위해 추진돼 서울에서는 후보지 모집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근거법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은 최근 국회 상임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서 보류돼 있어 변 후보자가 취임하게 되면 풀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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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공저로 참여한 저서.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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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갱신청구권은 필수적인 조치"



변 후보자는 정부와 여당이 추진해 지난 7월 말부터 시행 중인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을 주장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2015년 공동저서 『불평등 한국, 복지국가를 꿈꾸다』를 통해 임차인의 권리를 주장했다. 이 책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이 함께 썼다.

이 책에서 변 후보자는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은 임대인의 계약 거절권에 맞서 임차인이 민법상 임대인과 대등한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데 필수적인 조치"라고 주장했다.

변 후보자는 임차인 보호 철학을 주택공급 정책에서도 강조했다. 그는 주택 공급 정책과 관련해 무조건 양을 늘리는 것이 만사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지역별, 계층별, 연령별로 차별화된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택을 공급하는 것만으로 주거 불평등이 해소되지 않는다"며 "주택 공급 과정에서 원주민에게 퇴거를 강요해 주거권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변 후보자가 국토부 수장이 될 경우 재개발이나 재건축 등 정비사업에서의 원주민 보호 조치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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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매봉산에서 바라본 강남 일대 아파트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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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전환은 임대료 가중으로 부담"



변 후보자가 이 책에서 월세와 관련해서는 현 정부 여당의 일부 발언과 반대되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여당 일각에서 "월세로 전환되는 것은 나쁜 현상이 아니다"(윤준병 민주당 의원) "전세 제도가 우리나라에만 있어서 서민들이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의문이다"(소병훈 민주당 의원) 등 전세 소멸과 월세 전환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해온 것과 달리 변 후보자는 월세 전환을 임대료 가중으로 인한 불평등의 심화로 평가했다.

그는 "월세화는 임대차 시장의 선진화라는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가장 취약한 월세 가구에 임대료의 가중이라는 부담을 낳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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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자료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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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 도입 주장



변 후보자는 토지임대부주택과 환매조건부 주택 모델의 도입을 주장한 학자이기도 하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땅의 소유권은 정부에 남겨두고 건물만 팔아 분양가를 낮추는 제도다. 환매조건부 주택은 건물의 처분권만 제한해 매각할 때 LH 등 공공에 되팔게 하는 제도다. 변 후보자는 이 두 제도를 '공공자가주택'이라고 정의했다.

2007년 LH 주택도시연구원에 제출한 '공공자가주택의 이념적 근거와 정책효과 분석' 논문에서 변 후보자는 "공공분양과 공공임대 등 2개의 제도만으론 주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자가주택이면서 분양가가 낮을 뿐만 아니라 부동산 가격상승으로 인한 개발이익을 사회적으로 환수할 수 있는 공공자가주택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4년에도 그는 공동 저자로 참여한 『민주 정부 10년, 무엇을 남겼나』에서 다시 공공자가주택 도입을 촉구했다. 그는 "공공택지를 분양할 때 저렴한 분양가를 전제로 한 토지 분양제도와 공공자가주택 제도의 도입을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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