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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흑인사회의 '백신불신'…인종차별 인체실험 역사의 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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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당국 흑인 대상 불법행위·과거 노예 상대로 의료실험

코로나 취약계층인 유색인종…흑인 지도자 직접 나서 불안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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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주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미국의 흑인, 라틴계 사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불신이 여전히 팽배해 접종을 주저한다고 CNN방송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보건당국이 과거 흑인을 대상으로 비윤리적인 의학 인체 실험을 한 어두운 역사 탓에 정부가 배포하는 백신이 안전하다고 확신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앨라배마주 홉슨시티 주민인 흑인 남성 조 커닝엄(85)은 코로나19 백신이 나와도 맞지 않을 것이라고 CNN에 말했다.

그는 "백신에 대해서 모르고 이해도 못 하고 있다"라면서 "어디서 왔는지 알지도 못한다"고 강한 불신을 나타냈다.

시카고 주민인 칼튼 고던(34) 역시 "아직 확실히 입증되지도 않은 백신에 연연하지 않겠다"라면서 "더 많은 사람에게 배포돼 효능이 입증되면 관점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백신에 대한 이 같은 거부는 흑인 대다수가 공감하는 분위기라고 CNN은 전했다.

보건, 교육, 경제 전문가들로 구성된 '코비드 공동프로젝트'가 지난 9월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흑인 중 코로나19 백신이 안전하다고 믿는 비율은 14%, 효능이 있을 것이라고 보는 비율은 18%에 그쳤다.

이들은 대체로 의학, 보건 연구에서 역사적으로 자행된 인종차별과 연방정부에 대한 불신 때문에 이런 인식을 하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오하이오주에 사는 흑인 카르멘 베일리는 올해 4월 코로나19에 감염됐지만 제대로 의사의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과거 경험 탓에 의료 기관을 되도록 이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지금 백신을 맞으려는 사람은 (실험용) 기니피그처럼 보인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흑인을 상대로 벌인 비윤리적인 인체실험의 대표 사례는 '터스키기 매독 생체 실험'이다.

이 사건은 미국 보건당국이 매독 치료를 하지 않으면 벌어지는 상황을 관찰하기 위해 1932년부터 40년간 흑인 600명을 대상으로 비밀 생체 실험을 감행한 일이다.

당시 당국은 실험 관련 내용을 당사자에게 비밀에 부쳤고 이들이 매독이나 합병증을 앓아도 치료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결국 실험 중 7명이 매독으로, 154명은 관련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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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지난달 2일(현지시간)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외에도 과거 의사들은 흑인 노예를 의약품이나 수술의 실험 대상으로 자주 삼았다고 CNN은 설명했다.

이런 역사가 초래한 극단적인 불신이 가시지 않으면서 흑인 등 유색인종을 넘어 전 국민의 코로나19 치료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코로나19 환자 중 유색인종 비중이 특히 높기 때문이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전체 코로나19 확진자 중 40%가량이 흑인과 라틴계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의 흑인 인구 비율은 전체의 13.4%, 라틴계 는 18.5%로 추정된다.

CDC는 특히 여러 세대가 함께 거주하는 저소득 라틴계, 흑인 집단을 코로나 취약 집단으로 분류하고 이들 인종의 대가족 고령자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우선 접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임박하면서 이런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유색인종 지도자들이 직접 나서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최근 백신 불신을 해소할 수 있다면 카메라 앞에서 직접 백신을 맞겠다고 공언했다.

인권 운동가인 알 샤프턴 목사 등 저명한 흑인 목사 6명 역시 흑인 사회에 코로나19 교육, 검사, 백신 배포 확산을 위한 단체를 출범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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