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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한국 외교 5대 수렁에서 벗어나라"…36년 퇴직 외교관의 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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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락 전 주러대사, '한국외교 업그레이드 제언' 출간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한국과 같은 난해한 지정학 속에 있는 나라는 외교가 국가의 존망을 좌우할 수도 있지 않은가. 5대 수렁에서 벗어나야 한다"

북핵협상 등 치열한 외교 현장을 36년간 누비고 퇴직한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가 한국 외교를 향한 고언을 담은 저서 '한국 외교 업그레이드 제언'(21세기북스)을 내놓았다.

한국 외교가 "정책이나 전략과는 거리가 있는 행정적이고 행사 위주, 인기 위주 대처에 머물러 있는" 이유를 파헤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제언을 담았다.

저자는 한국 외교가 ▲ 자기중심적이고 감정적 관점 ▲ 국내정치 위주 관점 ▲ 이념적 당파적 관점 ▲ 포퓰리즘 ▲ 아마추어리즘 등 '5대 수렁'에 빠져있다고 진단했다.

2005년 북핵 6자회담에서 채택된 9·19 공동성명을 한국이 주도해 만들었다는 주장 등을 외교 현장에서 '자기중심적 관점'이 드러난 사례로 들었다.

국내 정치적 목적을 위해 대외관계를 이용하는 일도 빈번한데 특히 박정희 정권에서 심했다고 저자는 지적했다. "권위주의 체제를 대외적으로 합리화하는 일도 주요 외교 임무"였다는 것이다.

또 사회가 이념적으로 갈리다 보니 외교까지 '친미·동맹중심, 국제중심적 접근'과 '다소 반미·친중 성향, 남북관계 중심적 접근'으로 나뉘었다는 게 저자의 인식이다.

포퓰리즘은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 미중 사이의 노선 설정 등의 이슈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외교가 포퓰리즘에 집착하다 보니 외교 전문가의 입지가 줄어드는 아마추어리즘까지 생긴다고 분석했다.

저자는 이들 5가지 수렁이 한국 외교의 선진화를 저해한다면서 집권 엘리트, 관료, 정치권, 언론, 학계, 시민단체 등 외교의 6대 플레이어가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집권 엘리트는 외교를 국내 정치의 하위 변수로 대하는 경향이 있으며, 관료는 이런 엘리트의 주문에 순응한다. 정치권은 외교도 당파적 이해에 따라 다루다가도 포퓰리즘에 영합하기 위해선 힘을 합친다.

언론이나 학계, 시민단체도 당파싸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저자는 집권 엘리트와 관료 등 정책 주도 그룹이 비전을 제시하고, 언론과 학계, 시민단체도 감시견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언론·시민단체 등의 의식 있는 인사들이 연대해 초당적, 탈이념적, 국익 위주 외교 정책을 위한 담론을 적극 제기하는 것도 유용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저자는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북핵 문제와 4강 외교 등 최근 외교 현안에 대한 진단과 제언도 책에 담았다.

저자는 외교부 북미국장과 주미대사관 정무공사,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을 거쳐 주러 대사를 마지막으로 지난 2015년 퇴직했다. 이후 강의와 언론 기고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368쪽. 1만9천 원.

연합뉴스

위성락 전 주러대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transi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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