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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법과사회] 盧 탄핵 찬성했던 秋, 영전 찾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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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장관 "개혁 멈추지 않을것, 노 대통령 영전에 기도"

과거 노 대통령 탄핵 찬성 이력에 일부 조롱도

노무현 정부, 역대 정부 처음으로 사법개혁 본격시도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이번 주 장관 교체에서도 유임된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영정이 있는 강원 양양 낙산사를 찾은 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추 장관은 “검찰 개혁 소임을 접을 수 없다”며 개혁 완수를 위해 멈추지 않겠다는 기도를 노 전 대통령 영전에 올렸다고 밝혔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배제 조치 등 강수를 두면서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와중에도 사퇴나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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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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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 탄핵 찬성했던 추 장관, 영전에 기도올린 이유

노 전 대통령 재임 시절 탄핵에 동의하며 정치적 반대자의 입장에 서기도 했던 추 장관이 고인의 영전을 찾은 이유는 어떤 상징성 때문일 것입니다. 검찰개혁, 수사권 조정 등 사법체제 혁신을 위해 처음으로 구체적인 노력에 나선 것이 노무현 정부인 까닭입니다.

추 장관의 과거 정치 이력을 문제삼아 그의 노 전 대통령 언급을 조롱하는 이들이 있음에도 어렵지 않게 참배의 이유를 찾을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번 정부 들어 검찰 개혁 논의가 진행되면서 일반에도 여러 차례 소개된 사실이지만, 기소관(검사)의 권리를 법률적으로 이토록 많이 보장한 국가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검찰이 영장청구 권한, 기소권한을 독점하고 수사지휘권까지 가진 사례는 우리 법률이 많이 참고했다는 이른바 ‘대륙법계’ 국가에서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대부분의 현대국가에서 수사와 기소는 합리적으로 이원화돼 있고, 실무 측면에서 수사관(경찰)이 곧장 사법부에 영장 청구와 기소 행위를 하는 일도 있습니다. 범죄의 기소, 처벌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 권리는 사법부에 있는 것이지, 수사와 기소를 담당하는 정부 측 실무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상하게도 검찰-경찰 간 상하관계가 정당화돼 왔습니다. 검찰 역시 법의 집행자라는 측면에서 동일함에도 자신들을 ‘준사법기관’으로 자처했고, 헌법에까지 명시돼 있는 검사의 영장청구권 등 불합리한 법률 체계들이 이같은 정당화를 뒷받침해왔습니다.

실패로 끝난 노무현 정부 사법개혁

본인 자신 법률가 출신으로 한국 사법 체계의 기형성을 개선하기위 위해 노 전 대통령은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2004년 검사 동일체 원칙을 완화하고 형사사건에서는 국민참여재판을 도입했습니다. 검사의 불기소 처분을 재고할 수 있도록 하는 재정신청제도도 확대했습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의 검찰개혁은 큰 효과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검찰권 비대화의 핵심인 수사, 기소 독점을 완화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들은 실행되지 못한 까닭입니다. 수사권 조정을 위한 실무기구를 꾸려 학계와 시민사회 등의 의견도 청취했지만 결국 입법에까지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이후 검찰 제도 변화에 미온적인 두 차례의 보수 정부를 거쳐 민주당 문재인 정부가 검찰 개혁을 국정과제로 추진한 것은 어찌보면 노 전 대통령의 실패한 과업을 잇는 과정으로 당연한 선택이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검경 양측 불만과 법안 부실 논란, 야권의 강경한 반대에도 결국 올해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도입 등 사법개혁 법안 입법이 이뤄진 것은 이같은 과정의 한 결과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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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장관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강원 양양 낙산사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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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의 반대와 찬반양론에도 여당이 검찰개혁이라는 명목으로 일련의 조치를 밀어붙인 결과는 상당한 오랜 시간 이후에야 그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노무현 정부 때와 다른 수단의 강경성과 속도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예측하기 지금으로서는 어려워 보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노 전 대통령 자신이 퇴임 후 검찰 수사를 받던 와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비극의 주인공이기에, 여권 지지층에게는 추 장관의 이번 추모가 예사롭지 않게 받아들여질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장관 교체여론이 비등한 상황에서도 정치적 불안정성을 감수하고 추 장관을 유임시킨 것도, 그러한 이유와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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