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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은 어떻게 굴절돼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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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한국 검찰이 쥔 힘의 크기에는 이견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1년 출간한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에서 “국민의 자유를 위해 검찰과 맞서야 한다”고 썼다.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는 2016년 7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처럼 검찰권이 비대한 곳이 없다”고 했다.

검찰은 수사권·기소권·영장청구권을 모두 가졌다. 수사를 한 검사가 직접 기소도 하니 사건을 덮기(불기소)에 용이했다. 무리한 수사를 하더라도 견제하기 어려웠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은 검찰이 눈감은 대표 사건으로 꼽힌다. 검사는 욕을 먹다가도,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처럼 권력의 비리를 들춰내면 시민의 환호를 받기도 했다. 검찰은 기업과 정치인을 수사하며 힘을 키워갔다.

검찰개혁은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 어젠다였다. 정부는 지난 3년 7개월, 검찰을 둘러싼 제도와 시스템을 행정·입법으로 바꾸거나 인사권을 행사하며 검찰개혁을 추진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이 크고 작은 잡음 속에 국회를 통과했다.

최근 검찰개혁의 본질에 의문을 던지는 이들이 늘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이 갈등 구도가 선명해진 뒤부터다. 검찰개혁이 무엇인지 초점이 흐려졌다. 법원이 지난 12월 1일 추미애 장관의 윤석열 총장 업무정지가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보다는 독립성 침해에 가깝다고 판단하면서 검찰개혁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이 어디서부터 굴절된 것일까. 정부가 추진한 검찰개혁의 네 가지 변곡점을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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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21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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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1 인사

2017년 6월 18일. 청와대가 검찰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인사’가 단초였다. 청와대는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낙마에 검찰이 영향을 미쳤는지 의심했다. 안 후보자는 40여년 전, 상대방 몰래 혼인신고를 했다가 혼인무효 판결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자진사퇴했다. 청와대는 안 후보자의 민감한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판단했다. 정보유출 배후로 검찰을 의심했다. 검찰개혁을 방해하려는 시도로 보고 경계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2018년 6월 지방선거 전까지 검찰개혁을 빠르게 진행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지지율이 높을 때 개혁과제를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읽혔다. 한국갤럽이 조사한 2017년 6월 첫째 주 문재인 정부 국정 지지율은 84%였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첫 조치도 인사였다. 인적 쇄신으로 여겨졌다. 2017년 5월 19일. 청와대는 직접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임명을 발표했다. 청와대 기자단의 “우와” 하는 소리가 화면에 그대로 담겨 화제가 됐다. 청와대는 “국정농단 수사 적임자”라고 밝혔다. 윤석열 총장을 비롯해 ‘적폐청산’을 맡았던 검사들도 중용됐다. 한동훈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처럼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들이었다. ‘윤석열 사단’으로도 불렸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 라인으로 분류됐던 검사들은 대거 좌천됐다.

청와대는 검찰을 불신하면서도 주요 국정 운영 파트너로 삼았다. 검찰은 개혁 대상이지만 청와대는 또 다른 개혁(적폐청산)을 위해 검찰의 칼(수사권)을 썼다.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중 1번이 ‘적폐청산’이었다. 적폐청산은 징계·감사를 넘어 사법처리를 필요로 했다. 청와대는 2017년 7월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캐비닛에서 나온 문건을 검찰에 넘기기도 했다. 문건에는 보수단체를 선거에 동원한 증거 등이 담겼다.

검찰에 적폐수사를 맡긴 청와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당시 분위기상 적폐수사를 하지 않고 넘어가긴 어려웠다”(김민하 시사평론가)는 견해와 “검찰개혁을 하려 했다면 적폐수사를 빠르게 끝낸 뒤 검찰의 힘을 뺐어야 했다”(김한규 전 서울변호사회 회장)는 주장으로 나뉜다.

2019년 6월 17일. 문 대통령은 검찰총장 후보자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명했다. 당시 4명의 검찰총장 후보 중 가장 기수(23기)가 낮았다. 전임 문무일 검찰총장(18기)보다 다섯 기수나 아래였다. 기수 문화가 남아 있는 검찰에선 파격적인 인사였다. 적폐수사로 정부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던 검찰에는 힘이 더 실렸다. 문 대통령은 윤석열 총장에게 “살아 있는 권력도 엄정하게 수사해달라”고 했다. 윤석열 총장 측근으로 분류되는 한동훈·이두봉·박찬호 등 ‘특수통’ 검사들도 대거 대검으로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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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2 직접수사

2018년 1월 14일, 일요일이었다. 조국 당시 민정수석은 직접 권력기관 개혁안 브리핑에 나섰다. 조국 수석은 검찰개혁을 강조했다. 조국 수석은 브리핑에서 “(검찰의) 직접수사는 축소하되, 특수수사에 한해 검찰 직접수사를 인정한다”고 했다. 청와대 브리핑에서는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떼어내지 않고, 검찰의 특수수사를 예외로 남겨둔 이유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조국 수석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안에도 검찰의 직접수사를 인정한다는 말이 들어 있다. 공약과 배치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검찰개혁의 기본 골격은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로 역할을 분담해 검찰의 힘을 빼는 것이다. 검찰의 중립성·독립성을 아무리 보장하려 해도 검찰이 대기업·정치인 등 굵직한 수사를 맡게 되면 권력(정권)의 입김에 취약해질 여지가 있다. 검찰의 직접수사를 줄이고 경찰수사를 검토하는 기소에만 치중하면 자연스레 정권의 간섭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2018년 6월 21일.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을 발표했다. 11차례 협의 끝에 나온 합의안이었다. 경찰이 1차 수사권을 갖고, 검찰에는 범위를 제한해 부패, 경제·금융 범죄 등 특수수사를 남겼다. 경찰은 검찰의 통제에서 상당 부분 벗어나 수사종결권도 쥐게 됐다.

2018년 7월 13일. 대검찰청 산하 검찰개혁위원회는 정부 합의안에 우려를 표했다. 검찰개혁위 위원장은 송두환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이었다. 그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출신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된 김용민 변호사도 검찰개혁위 소속이었다. 검찰개혁위는 “검찰의 직접수사를 대폭 축소하려고 했던 정부 방침과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권 조정 합의안을 ‘큰 성과’라고 하면서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2018년 7월 ‘시사인’ 칼럼에서 “검찰의 직접수사권이 너무 크고 기준도 모호하다. 지금까지 검찰이 해오던 수사를 그대로 인정한 것과 다름없다”고 썼다.

검찰 내부에서도 의견이 미묘하게 나뉘었다. 문무일 전 검찰총장은 취임 이후 특수수사를 담당하는 인지부서를 줄였다. 사람과 조직을 축소해 직접수사 총량을 줄이는 방식이었다. 문무일 총장은 임기 2년 동안 울산·창원지검 등 전국 특수부사 부서 43개를 줄였다. 7개만 남았다. 다만 적폐수사가 대대적으로 진행되면서 검찰의 인지수사 축소 표가 나지 않았다.

윤석열 총장이 공식 석상에서 직접수사 축소에 반대 의견을 표하진 않았지만 속내는 달랐다. 윤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사석에서 “(수사권 조정이 되면) 검사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직업”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직접수사가 줄어들면 검사의 할 일이 줄어든다는 반어적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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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3 검찰 중립성 대 독립성

2019년 8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에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명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맡긴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청와대는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직행에 비판적인 여론도 감수했다. 닷새 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요청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이때부터 조국 장관 후보자 가족을 둘러싼 사모펀드, 사학비리, 자녀 대학 입시나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 수령 과정의 의혹이 불거졌다. 사회적으로 진보 지식인의 위선, 입시 공정성 논란이 확산된 계기였다.

2019년 8월 27일. 검찰은 부산대·고려대·단국대 등 30여곳을 동시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독립성’을 내세웠다. 검찰은 권력형 비리는 정권의 간섭을 받지 않고 수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혐의가 포착되면 반드시 수사해야 한다는 특수부 검사들의 원칙도 반영됐다. 불법 의혹이 있는 공직자의 일가의 자산 증식은 중대사안이라는 인식도 깔렸다. 대검이 조국 전 장관 일가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서 특수2부로 재배당한 것도 이 같은 생각이 반영된 조치였다.

청와대와 검찰의 관계는 이때부터 틀어졌다.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둘러싸고 여론도 반으로 갈라졌다.

청와대와 여권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 위반’을 거론했다. 여권 인사들은 윤석열 총장이 조국 전 장관의 임명을 방해하며 대통령 인사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했고, 청문회 당일 조국 전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기습 기소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검찰의 조국 수사 책임 소재를 두고 “100 대 0”이라고 했다. 검찰수사가 전적으로 잘못됐다는 취지였다.

‘노무현 트라우마’도 언급됐다. 조국 전 장관 측 지지자들은 “검찰이 피의사실을 흘린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때도 검찰이 수사사실을 언론에 비공식적으로 넘기는 ‘피의사실 공표’가 논란이 됐다. 검찰은 2011년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를 마친 뒤 “수사공보제도 개선위원회를 구성해 보완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다.

검찰개혁이라는 구호 아래, 검찰의 조국 전 장관 일가 수사 도중에도 제도개선이 이뤄졌다. 대검은 앞으로 공개 소환조사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검찰수사를 받는 유력 인사들은 검찰청 포토라인에 서지 않게 됐다. 조국 전 장관은 검찰 특수부를 서울·대구·광주 3곳에만 남기는 개혁안을 발표했다. 특수부 이름도 반부패수사부로 바꿨다.

검사 파견 심사위원회도 새로 만들었다. 주로 특수수사에서 검사 파견이 이뤄진 점을 감안해 구성된 위원회였다. 파견검사가 줄어들면 검찰의 특수수사 동력과 총량이 함께 줄어들 가능성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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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 | 김기남 기자


■장면4 추미애표 ‘개혁’

2020년 1월 2일.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이 임명됐다. 추 장관의 검찰개혁은 인적 쇄신에 초점을 맞췄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우병우 라인’ 검사들을 쳐낼 때로 돌아간 듯했다.

추 장관은 지난 1월 8일, 윤석열 총장의 대검 참모들을 대거 전보했다. 한동훈 검사장(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이동했다. 좌천성 인사였다. 한동훈 검사장은 조국 전 장관 일가 수사를 총괄했다. 인사 명분은 조국 전 장관 일가에 대한 ‘무리한 수사’였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같은 달 23일에는 대검 중간간부와 서울중앙지검 간부 상당수가 전보됐다.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등 정권 수사를 한 검사들이 대부분 포함됐다. 적폐수사를 담당하며 중용됐던 검사들이다. 법무부는 당시 인사를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규정했다.

2020년 6월 26일. 추미애 장관은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의 당사자인 한동훈 검사장을 직무에서 배제했다. 법무부가 직접 감찰에 착수했다. 한동훈 검사장과 채널A 기자가 공모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 의혹을 캐내려 했다는 것이 사건의 핵심이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수사 중단과 불기소 의견’을 냈다. 윤석열 총장이 검·언 유착 의혹 수사의 적정성을 묻기 위한 전문수사자문단 구성을 일방적으로 강행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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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 | 권도현 기자


2020년 11월 24일. 추미애 장관이 윤석열 총장의 직무배제·징계청구까지 나서면서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검찰의 법관사찰 의혹이 주된 징계청구 사유였다. 세간의 관심은 ‘추미애 대 윤석열’에 쏠렸다. 추미애·윤석열 갈등 구도 속에서 더 논의해야 할 검찰개혁의 세부내용은 언급되지 않고 있다.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검찰개혁을 하겠다는 구호만 난무했고, 검찰개혁의 디테일은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수사권 조정안에 담긴 검찰의 부패범죄 등 6개 범죄로 국한된 ‘직접수사 개시’ 범위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법령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검찰이 ‘개시’가 아닌 경찰이 하던 수사를 이어받아 직접수사를 할 여지가 남았기 때문이다. 권한이 커지는 경찰의 정보경찰 폐지 논의도 사라졌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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