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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檢 칼끝 청와대 향하나… ‘원전 자료삭제’ 산자부 간부들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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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범행 부인·증거인멸 우려"

'윗선' 관여여부 조사 속도 붙을 듯

세계일보

월성 원자력발전소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 핵심 피의자인 산업통상자원부 국장·과장급 공무원 2명이 구속되면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강한 드라이브를 건 원전 수사가 탄력을 받게 됐다. 원전 수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게 화근이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은 상황이라 검찰의 칼끝이 사실상 청와대를 향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부동산 정책 실패와 ‘추미애·윤석열 사태’ 등에 따른 민심 악화로 지지율이 하락이 심상찮은 문 대통령으로선 검찰의 원전 관련 수사가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대전지법 오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4일 월성 1호기 관련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과 감사원법 위반 혐의로 산업부 국장급 공무원 A씨와 B과장, C서기관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밤늦게 A국장과 C서기관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오 부장판사는 “(두 사람은)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발부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감사원의 자료 제출 요구 직전 자신의 부하직원 C씨에게 월성 1호기 관련문서 삭제를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반면 대체적으로 혐의를 인정한 B과장의 영장은 기각됐다.

오 부장판사는 “(B과장의 경우) 영장청구된 범죄사실을 대체로 인정하고 있고, 이미 확보된 증거들에 비춰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직무배재 조치를 푼 뒤 업무에 복귀하자마자 원전 수사부터 챙긴 윤 총장으로선 산업부 실무 책임자를 구속함으로써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 윗선 수사의 고삐를 더 강하게 조일 수 있게 됐다. 특히 검찰은 산업부 공무원들이 원전 조기 폐쇄 과정에서 청와대와 교류했던 흔적을 지우려고 했다고 보고 이에 대한 수사도 벌이고 있다. 경우에 따라 검찰 수사가 청와대를 정조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검찰의 원전 수사를 ‘정치적 수사’라며 강하게 비판해 온 여권이 법원의 영장 발부에 긴장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추 장관이 강행한 윤 총장 징계위 직전 문 대통령이 나서면서 추 장관과 윤 총장 간 극한 대립이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속도가 붙게 된 원전 수사가 변수로 떠오른 셈이다.

세계일보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에 운전이 영구정지된 '월성 1호기'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일각에서 원전 수사가 본격적으로 청와대를 향하기 전 여권을 중심으로 발 빠르게 출구 전략이 모색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앞서 윤 총장 징계절차의 정당성과 공정성을 강조하면서 징계 결과를 예단하지 말라고 강조한 게 다시 주목되는 배경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현재 징계위가 어떤 결론을 미리 내려놓은 것처럼 예단하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예단하지 말고 차분히 지켜봐주기를 당부한다”며 “대통령은 징계 절차에 가이드라인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문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전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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