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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늑대로 변한 팬더 中에 코알라 발톱 세운 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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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코로나19와 무역전쟁, 미국과의 군사동맹을 둘러싼 중국과 호주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호주에게 중국은 최대 교역국이자 최대 수출국으로 '중국이 기침하면 호주는 감기를 넘어 폐렴에 걸린다'는 말까지 있었을 정도다. 하지만 양국 관계는 냉각을 넘어 그야말로 얼어붙었다.

중국은 '씹던 껌'이라며 비하하던 호주를 겨냥해 호주군의 만행이라며 가짜 사진을 정부 대변인이 게시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호주는 중국에서는 금기로 여겨지는 텐안먼 사태 당시의 사진을 주요 언론이 1면 사진으로 게재하며 맞불을 놨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합성 사진 한장으로 중국과 호주가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의 진흙탕 싸움을 벌이게 된 것이다. 3일(현지시간) BBC는 양국의 온라인 말싸움이 어떻게 순식간에 감정이 외교 문제로까지 번졌는지 보도했다.


중국이 올린 사진 합성사진 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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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달 3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합성 사진. 호주 군인이 어린 양을 든 아프가니스탄 어린이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있는 사진이었다. /사진=자오리젠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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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자신의 SNS에 호주 군인이 어린 양을 들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어린이의 목에 칼을 들이대는 사진을 올렸다. 그러면서 그는 "호주군인의 아프간 시민과 포로 살인에 충격받았다"이라면서 "우리는 이러한 행동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호주는 앞서 지난달 19일 2005~2016년 아프간에 파병됐던 호수 특수부대가 아프간 포로와 민간인 39명을 불법적으로 살해하고 은폐했다면서 아프간 측에 사과했다.

중국의 주장이 사실에 기반한 것은 맞지만 사진은 가짜였다. 자오리젠 대변인이 이같은 글을 올린지 2시간도 안돼 호주의 스캇 모리슨 총리는 TV에 나와 "정말로 혐오스럽고, 심히 불쾌하고 완전히 터무니없다"면서 "중국은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호주는 전쟁 범죄에 대해 투명하게 조사했으며, 이는 "민주적인고 자유로운 나라"에 기대되는 것이라고 반격하기도 했다.

중국 외교부의 화춘잉 대변인은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호주"라면서 "호주 군인은 아프간에서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으며, 이는 호주 매체가 직접 보도한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천안문 사태' 대문짝만하게 실은 호주...각국도 동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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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언론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지난 1일 신문 1면에 중국 천안문 사태 당시 사진을 게재하며 맞불을 놓았다. /사진=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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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벌어진 다음날 호주 언론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이날 신문 1면에 중국의 천안문 사태 당시 탱크를 막아서고 있는 남성의 사진을 대문짝만하게 실었다.

국제사회도 호주편을 속속 들고 있다. 중국과 호주의 SNS 싸움이 국제 외교 문제로 까진 번질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프랑스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아프간에 파병한 모든 나라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했고, 뉴질랜드의 저신다 아던 총리는 지난 1일 "사실과 다른 사진에 우려한다"는 입장을 냈다.

같은날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공식 트위터 계정은 지난달 28일 중국이 호주산 와인에 200%가 넘는 관세 폭탄을 던진 것을 두고 "이번주 백악관 연휴 리셉션에는 호주 와인이 제공될 것"이라고 호주를 응원한다는 입장을 보였고, 다음날 미 국무부의 케일 브라운 부대변인은 트위터에 "우리는 호주 파트너와 함께 중국의 합성 사진과 가짜정보에 맞설 것"이라면서 "이 것은 아무리 중국 공산당이라 해도 매우 저질이다"라고 비판했다.

3일엔 유럽연합(EU)도 중국이 "호주군에 대해 무책임한 트윗을 했다"고 비판하는 입장을 냈다.


중국의 반격...위챗은 '모리슨' 검열

중국도 이에 굴하지 않고 반격에 나선 상황이다.

호주 주재 중국 대사관은 1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호주의 대응은 민족주의를 선동하려는 시도"라며 "호주 군인의 잔혹한 행위에서 대중의 관심을 돌리고자 하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프랑스 주재 중국 대사관은 지난 2일 "표현의 자유를 뽐내던 프랑스는 어디갔는가"라면서 프랑스가 이슬람 선지자 풍자 만평으로 이슬람권 국가들과 갈등을 빚는 상황을 빗댔다.

중국의 메신저 위챗은 모리슨 호주 총리의 게시물을 아예 차단하기도 했다. 모리슨 총리의 글이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다는 이유였다.

지난 1일 모리슨 총리가 이례적으로 위챗을 사용해 "외교 분쟁은 호주내 중국사회에 대한 존경심과 감사함을 감소시키지 않는다"면서 중국의 잘못된 이미지 사용을 비판하고 호주의 전범 조사 처리를 옹호했다.

조시 프라이던버그 호주 재무장관은 이에 대해 "위챗의 행동은 불필요한 것"이라면서 "호주는 이들에 대해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가 자오리젠 미끼에 낚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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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캇 모리슨 호주 총리.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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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는 중국과 호주간 갈등은 결국 올해 초 코로나19 기원을 조사하라는 호주에 중국이 크게 불만을 가졌던 것이 터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트윗 전쟁'은 갈등을 새로운 영역으로 이끌었다고 했다.

호주공과대 호주-중국 관계연구소의 제임스 로렌슨 교수는 "소셜미디어가 이성보다는 감정적인 반응을 위한 비옥한 토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오리젠의 합성사진 트윗은 일부러 화를 부추기려 하는 미끼였다"면서 "호주 총리가 이에 반응한 것은 이러한 '트롤링'이 먹힌다는 증거만 됐다. 차분한 대응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강기준 기자 standa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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