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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헨리 오빠와 첼로를… 음악이 내게 희망을 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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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예고 김나래양, 가수 헨리와 ‘꿈의 오케스트라’ 10주년 공연

저소득층 위한 풀뿌리 음악 교육 “악기 배우고 성격도 활발해졌죠”

조선일보

김나래(왼쪽)양과 가수 헨리가 ‘꿈의 오케스트라 10주년 기념 공연’에서 듀엣으로 만났다. 김양은 “떨려서 얘기를 제대로 못했는데, 악기를 전공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헨리는 인기 많은 롤모델”이라고 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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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예고 2학년 김나래(17)양에게 2020년은 ‘가수 헨리와의 만남’ ‘보칼리제 협연’ ‘예술의전당 데뷔’라는 기념비적 순간이 3종 세트로 날아든 해다. 최근 그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꿈의 오케스트라 10주년 기념공연’에 섰다. ‘꿈의 오케스트라’는 1975년 경제학자이자 음악가였던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가 베네수엘라 빈민가 아이들을 위해 만든 음악교육 프로그램 ‘엘 시스테마’를 벤치마킹해 문화체육관광부가 2010년 시작한 풀뿌리 음악교육 프로젝트. 지난 10년 동안 국내 아동·청소년들에게 악기를 쥐여주고 음악을 가르치면서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도왔고, 그 결실로 2만명의 ‘어린이 음악가’를 배출했다. 지금도 전국 47개 기관에서 2500여 명 아이들이 화음을 이루고 있는 중. 경남 통영에서 태어나 초등 5학년 때부터 첼로를 배운 나래양도 2014년부터 꿈의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며 첼리스트 꿈을 키웠다.

지난달 17일 열린 공연에서 김양은 인기 아이돌 가수 헨리와 듀엣으로 라흐마니노프의 솔로 성악곡 ‘보칼리제’를 협연했다. 다만 코로나 탓에 평소와는 다른 무대가 펼쳐졌다. 김양은 공연 2주 전 헨리와 따로 만나 연주 모습을 녹화했다. 공연 당일 콘서트홀에는 사람 한 명이 실물 크기로 나올 수 있는 LED 패널 55개가 부채꼴 계단식으로 설치됐다. 250명 단원들은 예술의전당이 아닌 충남 공주, 경기도 오산, 강원도 강릉, 대구 등 전국 17개 거점 기관에서 화면 합성에 필요한 녹색 ‘크로마키 스크린’을 등 뒤에 세운 채 악기를 연주했다. 연주의 일부는 미리 녹화해두고 나머지는 공연 당일 미디어 서버로 전송돼 무대에서 되살아났다. 마지막 곡은 지난 10년간 꿈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가장 많이 연주한, 다섯 곡을 편곡한 ‘찬란한 꿈의 조각들’. 청중이 없으니 공연이 끝나도 박수는 없었지만, 유튜브 실시간 채팅창은 박수를 치는 손바닥 그림으로 터져나갔다.

나래양은 “유명 클래식 음악가들이 서는 무대에 나도 섰다니 가슴이 뛰었다”고 했다. 헨리는 “새삼 음악의 힘은 위대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현장에 있던 모두가 하나 된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고, 특히 나래양이 어린 시절의 날 보는 듯해 감회가 새로웠다”고 말했다.

꿈의 오케스트라는 저소득층이나 다자녀·다문화·한부모 가정 등 다양한 환경의 아이들을 선발하는 게 원칙이다. 가정 형편상 꿈조차 꿀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클래식 악기를 배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김재경 시민교육팀장은 “참여를 원하는 아이들이 워낙 많아 대기자는 항상 1.5배수”라고 했다. 싫증 나거나 어렵다며 이탈하는 아이들도 열에 두셋은 된다. “음악을 모르는 사람은 평생 음악을 몰라도 살 수 있어요. 근데 없는 감각을 만들면 그건 새로운 세계가 돼요. 아이들 예술교육에 신경을 쓰는 건 그간 알지 못했던 세계, 다르게 만날 수 있는 감각을 발견하고 찾는 과정일 테니까요.”

실제로 우울한 얘기만 가득하던 일기장이 미래를 향한 희망으로 변한 아이, 남을 괴롭히기만 하던 아이가 낮은 음역대의 악기를 배우곤 남을 배려할 줄 아이로 변해갔다. 나래양도 “소극적이던 내가 첼로라는 꿈이 생긴 후 처음 본 애들과도 친해지고 성격도 활발해졌다. 꿈의 오케스트라는 내 인생의 반환점”이라며 활짝 웃었다.

[김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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