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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오만과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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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미국 대통령 캘빈 쿨리지는 워낙 말수가 적어 '침묵의 캘'로 불렸습니다. 교회를 나서는 그에게 기자가 질문하면서 이런 문답이 오갔습니다.

"목사님이 무엇에 관해 설교했습니까?"
"죄였습니다"

"죄에 대해 뭐라고 하던가요?"
"반대한답니다"

만찬장에 부부 동반으로 참석한 남자가 쿨리지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아내와 내기를 했는데 각하가 말을 두 마디 넘게 하는 쪽에 걸었거든요"

쿨리지가 답했습니다.

"당신이 졌네요"

레이건은 백악관에 입성하자마자 창고에 있던 쿨리지 초상화를 회의실 정면에 내걸었습니다. 쿨리지의 과묵을 본받겠다는 뜻이었지요.

불교에서 침묵하는 참선을 묵언수행이라고 합니다.

"법무부 장관님?" "…" "법무부 장관님!" "…"

"이제 대답도 안 하십니까?" "듣고 있습니다" "질문할까요?" "…"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추미애 장관의 묵묵부답을 "품격 있는 묵언수행"이라고 했습니다.

이번주 국회에 진짜 묵언수행 장관이 등장했습니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입니다. 그런데 자발적 수행이 아니라는 점에서 세계 의회사에 또 하나 진기록을 더했습니다.

"장관이 입을 떼는 순간마다 국민은 실망해왔고… 여야 합의로 오늘 이정옥 장관의 발언을 제한한 채…"

김진애 의원처럼 역성드는 자기편도 없었던 겁니다.

홍남기 부총리는 절묘한 말의 기교를 구사했습니다. 연일 치솟는 집값을 가리켜 "주택 매수심리 진정세가 주춤한 양상" 이라고 했습니다.

앞서 9월에는 "전세가격 상승폭 둔화세가 다소 주춤해지는 상황"이라고 해 무슨 말인지 한참 생각해보게 했지요.

부동산 사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참 대단합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는 어록을 남겼습니다. 바로 얼마 전까지도 아파트 공급은 충분하다고 했던 분이 갑자기 이러니, 서민의 고통을 모르는 '마리 빵투아네트' 라는 말이 나올 만도 합니다.

손톱으로 유리창 긁듯 국민의 속을 긁고, 비위를 뒤집어놓고, 약을 올리고, 부아를 돋우는 높은 분들 말씀이 끊이지 않습니다.

청와대도 이제서야 그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오늘 오후 김현미, 이정옥 두 장관을 경질했습니다.

코로나에 지치고 치솟는 집값에 좌절하고, 앞으로 남은 겨울이 까마득한 서민들이 이제 정치인들의 말 때문에 또 한번 상처 받는 일은 더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12월 4일 앵커의 시선은 '오만과 편견' 이었습니다.

신동욱 기자(tjmicm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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