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에서 일상을 공개한 혜민 스님. /사진제공=tv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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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민 스님의 ‘풀소유’ 논란 1막은 ‘남산뷰’로 시작됐다. 지난 11월 한 방송에서 남산타워가 보이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건물주가 아니냐는 의혹이 짙어졌다.
혜민 스님은 이 주택을 2015년 8월 8억원에 샀다가 2018년 자신이 대표로 있는 대한불교조계종 고담선원이라는 사찰에 9억원에 되판 뒤 이곳에 다시 세 들어 사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커졌다.
논란과 의심이 커진 배경에는 그의 이름이 한몫했다. 혜민의 미국식 이름이 ‘라이언 봉석 주’인데, 고담선원 대표명은 ‘주란봉석’으로 라이언과 주봉석이 섞여 나온 이름이라는 해석이 적지 않았기 때문.
혜민 스님은 이 ‘건물주 논란’에 대해 “세 들어 산다”고 말했지만, 명의 변경에 따른 같은 이름이 계속 부각되자, 건물주 논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이번 일로 상처받고 실망하신 모든 분들께 참회한다”며 “오늘부로 모든 활동을 내려놓고 대중 선원으로 돌아가 부처님 말씀을 다시 공부하고 수행 기도에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20일 뒤 건물주 논란 2막이 올랐다. 이번엔 서울이 아닌 뉴욕으로, 남산뷰에 이은 리버뷰였다.
한 매체가 공개한 그의 미국 부동산 등기 이력에는 2011년 5월 외국인 A씨와 함께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약 85.7㎡(25.9평) 넓이의 주상복합아파트 한 채를 약 61만 달러(약 6억 7000만원)에 사들인 것으로 기재돼 있다. 이 부동산의 소유주엔 ‘라이언 봉석 주(RYAN BONGSEOK JOO)’라는 이름도 적혀있다.
라이언 봉석 주는 혜민 스님과 동일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으로, 혜민 스님은 명상 앱 ‘코끼리’를 출시한 주식회사 마음수업 법인 등기부 등본에도 ‘대표이사 미합중국인 주봉석’(JOO RYAN BONGSEOK)으로 기재한 바 있다.
혜민 스님과 A씨는 매입 당시 약 45만 달러(약 5억원)를 대출받았고 현재 시세는 그때의 2배인 120만 달러로 알려졌다.
혜민 스님은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연합뉴스에 보낸 문자에서 “제 삶이 너무 창피스럽고 부끄럽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크게 반성하고 중다운 삶을 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그 아파트를 구매해 보유하고 있느냐는 연합뉴스 질문에 대해서는 1차 논란 때처럼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건물주 논란이 2차례나 이어지면서 혜민 스님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쏟아졌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뷰’에 이어 ‘멈추면, 비로소 구입하는 것들’ 같은 혜민 스님의 베스트셀러 책(‘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비틀어 조롱하면서 무소유에 대한 그의 실천윤리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모양새다.
혜민 스님.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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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민 스님은 2008년 대한불교조계종의 정식 승려가 됐다. 조계종은 소속 승려가 중생 구제 목적 외에 개인 명의로 재산을 취득하는 것을 규제하고 있는데, 혜민 스님의 ‘건물주 논란’에 불교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무엇보다 “수행하겠다”거나 “중다운 삶을 살겠다”는 그의 언약 뒤에 따라야 할 ‘방하착’(放下着·어떤 것도 유지하지 않고 내려놓는 것)의 태도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의심의 눈초리도 적지 않다.
‘건물주 논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는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우선 ‘사죄’, 훗날 ‘도모’ 같은 방식으로 현재 논란만 피하자는 계산이 깔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나중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풀소유 이미지’를 사전에 차단하는 차원에서 건물주 입장을 애매모호하게 둘러댄다는 것이다.
‘노동탁발’의 곡인무영 스님은 “출가에는 여러 의미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배경은 솔직해지기 위해서”라며 “하지만 많은 이들이 어제 붙들고 있는 나를 오늘의 나로 착각하고 어제의 모습을 유지하려는 속성이 있는데, 그걸 정면으로 마주 보고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이 출가(수행)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지점”이라고 했다.
이어 “멈춰서 보고 있는 혜민 스님의 모습을 사람들이 지금 비로소 보고 있다”며 “용기를 가지고 솔직하게 자신을 응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고금평 기자 dann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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