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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나랏빚 축소 '꼼수'…슬그머니 관리수지 빼고 통합수지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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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예산 통과 후 처음 통합수지만 발표…최근까지 관리수지를 주로 활용

착시 효과 발생…작년 기준 통합수지, 관리수지보다 적자 폭 40조 더 적어

기재부 "재정준칙 기준과 맞추기 위해" 해명

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정부가 슬그머니 공식 재정수지 지표를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여태껏 사용해온 관리재정수지를 빼고 통합재정수지를 넣은 것이다. 재정적자 규모를 실제보다 작게 보이게 만드는 착시를 노린 것이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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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기획재정부가 지난 2일 밤 배포한 '2021년도 예산, 국회 본회의 의결·확정' 자료를 보면 내년 통합재정수지는 75조4000억원 적자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3.7%를 기록할 예정이라고 명시돼 있다.

관리재정수지 지표는 어디에도 기재돼 있지 않았다. 통상 정부가 관리재정수지를 공식 재정수지 지표로 사용하던 것과는 달라진 점이다. 지난해 12월 본예산이 국회에서 확정된 후 대중에 배포된 자료를 비롯해 올 9월 본예산을 처음 국회에 제출할 때 공개한 자료에도 관리재정수지를 공개했다.

정부는 앞으로 통합재정수지를 대표로 사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재정준칙을 발표하면서 통합재정수지를 기준으로 삼는다고 밝혔다"며 "이에 따라 기준 지표를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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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적자가 심화되자 일종의 꼼수를 부린 것으로 해석된다. 통합재정수지만 공개한다면 재정적자 규모가 작아보이는 착시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통합재정수지는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것이다. 여기에 가입자 대비 수급자가 적어 대규모 흑자를 내고 있는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이 포함돼 있다. 미래에 지급해야 할 금액인 만큼 현재 가용한 흑자가 아니다. 당해 연도의 실질적 재정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선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 기금 수지를 뺀 관리재정수지를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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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해 관리재정수지는 54조4000억원 적자였는데,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는 42조400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통합재정수지는 적자 폭이 12조억원으로 축소됐다. GDP 대비 비율도 2%포인트가량 좋게 나왔다. 국민연금에서 발생한 흑자가 재정수지 적자를 메워 실제 나랏빚이 작아 보이는 착시를 만든 것이다.

지난 10월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60%, 통합재정수지 비율 -3%'를 재정준칙의 기준으로 삼겠다고 처음 공개했을 때도 이러한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상대적으로 적자폭이 작은 통합재정수지를 써 재정준칙 한도를 여유롭게 만든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이에 대해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통합재정수지가 국제사회에서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만큼 이를 토대로 그 기준을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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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두 재정수지 모두 추세와 방향은 같기 때문에 문제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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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재정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관리재정수지를 먼저 내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최소한 두 재정수지 지표를 모두 활용해야 한다"며 "정부는 적자 규모를 최대한 줄이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재정준칙 기준을 보면 국가채무비율 60%는 타이트한 반면 통합재정수지 -3%는 너무 느슨하다"며 "관리재정수지 -3%를 기준으로 삼고 건전성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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