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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수험생 특별 서비스 준비했는데"…코로나가 삼킨 '수능 뒤풀이' 해운대 너마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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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끝난 3일 저녁 수원 정자동의 한 PC방이 텅 비어있다. /윤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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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화가' 수원역·상남동도 적막감만 감돌아

[더팩트ㅣ윤용민 기자·부산=조탁만·김신은 기자·창원=강보금 기자] "오늘 수고한 수험생들한테 서비스로 아이스티를 한 잔씩 주려고 준비했는데 한 명도 없네요."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끝난 3일 저녁 수원 정자동의 한 PC방. 출입문 밖에 '수험생 서비스'라는 안내문이 붙었지만, 수험생을 찾아볼 순 없었다. 안에는 서너명의 손님들만이 부지런히 마우스를 클릭 중이었다.

평소라면 수능이 끝난 후 자리를 잡기 어려울 정도로 수험생으로 북적여야 하는데 올해는 상황이 전혀 달랐다.

PC방 주인은 "요즘 워낙 힘든 시기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고 기대를 했는데 보시다시피 아무도 없다. 거리두기는 확실히 지킬 수 있겠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경기남부 지역 최고의 번화가인 수원역 인근 역시 상황이 비슷했다.

일시 휴점한 가게가 워낙 많아 건물도 거리도 텅 비어있는 모습이 흡사 영화 세트장을 방불케 했다.

수험생을 보기 위해 30여분을 기다리다 겨우 교복을 입은 두 명의 학생을 만났다. '시험은 잘 봤냐"는 기자의 질문에 남학생은 "집에 들어가기 싫은데 갈 때가 없다"고 했고, 여학생은 "다른 수험생들은 다 집에 간거냐"고 반문했다.

그들은 "카페에서도 테이크아웃만 되니까 갈 때가 없어서 밥만 먹고 빨리 집으로 들어가야겠다"고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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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끝난 3일 저녁 부산 해운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산=김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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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중심 해운대도 조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고개를 숙이고 바삐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만 간혹 눈에 띌 뿐 인근 가게들은 텅텅 비었다.

바다를 말없이 바라보고 있는 한 수험생에게 기자가 '친구와 약속이 없느냐'고 질문하니 "다들 엄마가 빨리 들어오라고 했다네요"라고 짧게 답했다.

10분쯤 지났을까. 자리에서 일어난 그 학생은 "원래 수능 끝난 날에 고3들이 몰래 몰래 술을 마시는 경우도 많았다고 하던데 코로나 덕분에 그런 일탈을 할 수 없어서 슬프기도 하네요"라고 말하며 어디론가 가버렸다.

해운대 앞 구남로 일대는 사람의 그림자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고요했다. 거리 입구에 밝게 빛나는 네온 사인이 오히려 적막감을 더욱 도드라지게 할 정도였다.

부산진고에서 시험을 봤다는 한 재수생은 "후련하면서도 아쉬움이 남는다"며 "몸은 피곤한데 집에 가면 잠이 안 올것 같아 마냥 걷고 있다. 사람이 하도 없으니 무슨 유령도시같은 느낌도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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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끝난 3일 저녁 창원의 번화가인 상남동이 텅 비어있다. /창원=강보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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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창원에서도 기어이 수능을 삼켰다. 매해 수능 당일이면 수험생들로 북적이는 상남동은 이날 을씨년 스러웠다.

오락실은 텅 비었고 노래방은 모두 문을 닫아 수험생들이 갈 만한 장소가 눈에 띄지 않았다.

이 곳에서 10년째 오락실을 운영하는 김모(48)씨는 "이상하리만치 사람이 더 없다"며 "수능 끝난 날이 늘 대목이었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인근 팬시점에서 반수를 했다는 대학휴학생 커플을 우연히 만났다. '시험이 끝났는데 왜 이런 곳에 왔느냐"고 묻자 남학생이 "얼마나 갈 곳이 없었으면 여기와서 구경하고 있겠느냐"고 했다.

게임을 좋아한다는 여학생은 "수능 끝나면 남자친구하고 하루 종일 PC방에서 게임을 하며 이것 저것 먹으려고 했는데 그것도 안되지 않느냐"며 "허탈한 이 마음을 풀 곳이 없어서 스트레스가 더 쌓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능 풍경이 확실히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매년 요란했던 응원전도 없었고, 뒤풀이도 자축도 모두 사라졌다.

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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