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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EU 통합, TGV 개통…유럽 바꾼 데스탱, 코로나에 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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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스탕스 출신, 드골 때 장관 발탁

1974년 미테랑 꺾고 48세에 대통령

우파로 이혼 자유화, 18세 투표 관철

중앙일보

2009년 유럽공동화폐 10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하는 데스탱 전 프랑스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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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전 프랑스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별세했다고 AFP통신 등이 3일 보도했다. 94세.

올해 폐 질환과 심장 문제로 건강이 급격히 나빠져 지난 9월 입원했다 지난달 퇴원한 데스탱 전 대통령은 2일 프랑스 중부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

1926년생인 고인은 2차 대전 당시 샤를 드골이 세운 대독일 항전조직(레지스탕스) ‘자유 프랑스’에서 활동한 뒤 1959년 프랑스 대통령이 된 드골에 의해 3년 뒤 재무장관에 발탁됐다. 이후 전임 조르주 퐁피두 대통령이 재직 중 갑자기 숨지며 치러진 1974년 대선에서 우파 후보로 나와 좌파의 프랑수아 미테랑을 누르고 48세에 대권을 잡았다.

1981년까지 대통령으로 재임하며 오늘날 유럽연합(EU)의 초석을 다졌다. 유럽 이사회를 만들고 유럽 의회 권한을 강화해 유럽경제공동체(EEC)가 EU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 또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창설에도 역할을 했다.

국내적으로는 낙태 합법화, 이혼 자유화와 18세로 투표 연령 인하 등과 같은 개혁 성과를 이뤄냈다. 프랑스 내 원자력 발전소 건설, 프랑스 고속철(TGV) 개통도 그의 재임 시기에 이뤄졌다. 파리 오르세역을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탈바꿈시킨 것도 그의 공이었다.

지스카르 데스탱 전 대통령은 임기 7년을 마치고 1981년 재선에 도전했지만, 다시 맞붙은 미테랑에게 패하면서 단임에 그쳤다. 이후 미테랑은 14년간 좌파정부를 이끌었다. 데스탱은 대통령 퇴임 후에도 하원의원으로서 정치활동을 계속했고, EU 자문회의 의장으로서 EU 헌법의 기초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미테랑 전 대통령이 1996년, 시라크 전 대통령이 2019년 타계한 이후 지스카르 데스탱은 프랑스에서 현존하는 최고령 전직 대통령이었다.

그의 생애는 그러나 그림자도 짙었다. 재임 기간 프랑스 경제의 성장 둔화와 실업률 증가, 긴축 정책 등은 재선 패배의 결정적 요인이 됐다. 터키가 EU에 가입하려 할 때마다 비유럽 이슬람 국가라는 이유로 단호하게 반대해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비판을 받았고, 말년엔 성추행 혐의자란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지난 5월부터 독일 공영방송 WDR 소속 안 카트린 슈트라케(37) 기자를 2018년 당시 자신의 사무실에서 성추행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슈트라케는 헬무트 슈미트 전 독일 총리 탄생 100주년을 맞아 데스탱을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데스탱이 자신을 추행했다며 프랑스 경찰에 지난 3월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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