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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수퍼 비둘기' 바이든, 옐런, 파월…超약달러 시대 다시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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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1% 빠진 달러화, 내년 더 떨어질듯

바이든 선봉…'비둘기' 경제 투톱 옐런-파월

"재정적자 우려 알지만…지금은 달러 풀 때"

금융위기 전후 '초약달러 시대' 도래 가능성

월가 일각서 20% 추가 하락 전망까지 나와

"리플레 국면서 유동성은 위험자산 쏠린다&qu...

이데일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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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수퍼 비둘기 3인방이 온다.”

요즘 뉴욕 월가를 지배하고 있는 키워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필두로 경제정책의 양대 수장인 재닛 옐런 재무장관 후보자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연일 천문학적인 돈 풀기를 예고하고 있어서다. 현재 달러화 가치는 올해 고점 대비 10% 넘게 급락했는데, 내년 역시 그 이상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한 초(超) 약달러 시대가 다시 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8개월 만에 11.4% 폭락한 달러화

2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1.12를 나타냈다. 장중 90.99까지 떨어졌다. 2018년 4월 초 90대가 무너진 이후 2년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해 고점인 3월20일과 비교하면 8개월여 만에 11.36% 하락한 것이다. 달러화처럼 글로벌 수요가 공고하고 가치가 안정적인 기축통화가 이 정도 떨어지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다.

약달러는 팬데믹 이후 추세적인 흐름으로 굳어졌다. 달러화는 코로나19 확산 초기만 해도 안전자산 매력이 부상하며 가치가 급등했으나, 그 이후 재정·통화당국의 돈 풀기로 급락했다. 원·달러 환율이 3월19일 당시 1285.70원까지 폭등(원화 가치 하락·달러화 가치 상승)했다가, 다시 1100원선이 깨진 것은 이 때문이다.

특히 바이든호(號) 출범 기대와 함께 낙폭은 더 커졌다. 미국 대선 직전인 지난달 2일 대비 현재 달러인덱스는 3.17% 내렸다. 코로나19 경제 위기의 처방전으로 초대형 부양책을 공언한 바이든 당선인의 영향 때문이다. 재정 적자 후폭풍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지금은 돈을 풀어 성장을 일으켜야 한다는 것이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에 지명된 바이든 당선인의 오랜 경제참모 재러드 번스타인은 최근 한 컨퍼런스에서 “코로나19 이후 어마어마한 돈을 풀고 있는 데 따른 재정 압박이 있다”면서도 “기후 변화와 보육 분야에 재정을 많이 투입할 것”이라고 했다. 보육 지원이 이뤄져야 노동시장에 인력 공급이 많아지고, 이는 장기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는 논리다.

게다가 재무장관 후보자는 비둘기이자 케인스주의자인 옐런이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부터 4년간 연준 부의장을, 그 이후 4년간 연준 의장을 각각 맡았다. 그가 수뇌부로 연준을 이끄는 동안 달러인덱스는 줄곧 70~80대를 보였다. ‘달러 바주카포’를 쏠 여지가 있다고 여길 수 있는 셈이다. 옐런 후보자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긴급 행동이 필요하다”며 의회의 코로나19 부양책 처리를 압박했다.

그는 특히 연준 재직 시절 통화정책의 책무인 인플레이션(물가 안정)과 고용 안정 중 고용 쪽에 더 무게를 둔다는 평가를 받았다. 금융위기를 전후해 2014년까지 이어진 약달러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는 관측이 일찌감치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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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美 경제 최전선에 포진한 비둘기들

경제의 또 다른 축인 연준의 스탠스 역시 비슷하다. 이날 달러화 가치가 재차 떨어진 건 파월 의장의 하원 출석 발언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는 “연준의 지원을 철회하는 건 이르다”며 “더는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상당한 부양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팬데믹 이후 무차별 양적완화(QE)를 통해 경제 재건의 선봉에 선 연준의 역할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파월 의장은 그간 돈 풀기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서는 ‘인내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내 왔다. 옐런 후보자와 정책 방향 자체가 비슷한 셈이다. 월가 일각에서는 이미 ‘옐런-파월’ 밀월 관계에 대한 기대감이 적잖이 나온다.

달러화 추가 하락은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블룸버그에 나와 “앞으로 1년간 달러화는 10%가량 더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달러인덱스 기준으로 80 안팎까지 내릴 것이라는 뜻이다. 그는 “코로나19 위기에서 미국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씨티그룹은 내년 달러화의 20% 추가 하락을 점쳤다. 골드만삭스와 ING의 하락률 전망치는 각각 6%, 10%다.

피델리티의 살만 마흐메드 글로벌매크로 본부장은 “달러화가 과도하게 넘치고 있다”며 “(백신 등으로 경제 회복이 가시화하면) 리플레이션(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났지만 심각한 인플레이션까지 가지는 않은 상태) 국면에서 유동성은 더 위험한 자산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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