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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열띤 응원 사라지고 마스크에 칸막이…유례없던 '코로나 수능'(종합2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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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수능] 코로나가 바꾼 수능 풍경…'수능 에피소드'는 여전

'코로나19 방역' 수능 이후가 더 중요…"모임·파티 말아야"

뉴스1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 시험일인 3일 오후 광주 남구 26지구 제31시험장인 동아여자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시험장을 나서고 있다. 2020.12.3/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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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뉴스1) 최대호 기자,박기범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센 시점에 치러진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3일 오후 5시40분 '제2외국어/한문' 영역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수능인 점에서 전국 49만여명의 수험생과 학부모, 방역당국의 긴장감과 불안감은 컸었다.

일부 수험생과 시험감독관은 시험 전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등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다행히 시험장이 폐쇄되는 등의 초유의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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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3일 오후 인천 부평구 부평고등학교에서 방호복을 입은 한 수험생이 고사장을 나와 귀가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주 늦춰진 이번 수능은 역대 최소인 49만3,433명이 응시한 가운데 전국 86개 시험지구 1,383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치러졌다. 2020.12.3/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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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시험장 응원 열기·마스크 필수에 방호복 중무장도


해마다 시험장 앞은 이른바 '수능 한파'도 녹일만큼 응원 열기가 뜨거웠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았다. 코로나19가 부른 변화다. 수능을 12월에 치르는 것도 지난 1994년 제도 도입 후 처음 있는 일이 됐다.

이날 오전 전국의 시험장 표정은 차분함을 넘어 고요했다. 후배들의 파이팅 넘치는 응원은 찾아볼 수 없었다. 현수막 응원 또는 나홀로 피켓 응원 등이 전부였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인해 '응원 금지령'이 내려진데다, 무탈한 시험을 위해 삼삼오오 모이는 것조차 피해야 한다는 사회적 거리두기 의식이 모두에게 자리잡으면서다.

말 그대로 '조용한 응원'이 연출됐다. 학부모들은 가벼운 포옹과 주먹인사로 마지막 '격려'에 나섰고, 학생들은 혹여나 있을 불상사에 대비해 이른 시각 시험장에 도착해 열체크·손소독 등 방역 수칙을 따랐다.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코로나19 감염 걱정에 불안함을 드러내기도 했고, 수험생들은 작은 기침에도 신경을 곤두세워야만 했다.

대전에서는 지난 2일 밤 시험감독관이 코로나19에 감염돼 큰 우려를 낳았지만, 다행히 교육당국의 발빠른 후속조치로 큰 차질을 빚지는 않았다.

인천에서는 코로나19의 심각성을 보여주듯 '방호복 수험생'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바이러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완전 무장'한 이 학생은 인천 부평고등학교에 마련된 시험장에서 수능을 치르고 무사 귀가했다.

2일까지 확진 판정을 받은 수험생은 44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이중 응시 의사가 없는 2명을 제외한 40명이 시험을 치른 것으로 전해졌다. 자가격리 수험생은 430명으로 파악됐고, 이 가운데 404명이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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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장을 잘못찾은 수험생이 북일여고로 이동하기 위해 경찰차에 오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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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잠자고 착각하고 깜빡하고'…수능 에피소드 여전


이런 가운데 매년 있어왔던 이른바 '수능 에피소드'는 올해도 여전했다. 전국 각지에서 시험장을 착각하거나 신분증을 깜빡해 조급해진 수험생들이 속출했다. 늦잠을 자고 버스를 놓쳐 도움요청 신고에 나서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들 대부분은 수험생 긴급 수송지원에 나선 경찰과 모범운전자회 등 민간차량 들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시험장에 입실했다. 몇몇 수험생들은 입실 마감시간을 훌쩍 넘겨 시험장에 도착해 발길을 돌려야만 했던 사례도 나왔다.

제주에서는 시험장 문을 폐쇄하기 3분 전 시험을 포기하겠다는 학생이 나와 소동을 빚었다. 뒤늦게 신분증을 안 갖고 온 사실을 알고 당황해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교문 앞까지 빠져나온 것이었다. 이 사실을 안 수능 감독관들이 뛰어나와 학생을 붙잡았다. 다른 방법으로도 신분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학생을 다독인 선생님들은 시험장 안으로 수험생을 인솔했다.

전북 익산에서는 위경련 증상을 보인 수험생 1명이 보건실로 옮겨졌으나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서 시험을 치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보건실에서 병원으로 이송된 이 학생은 '시험장을 벗어날 경우, 재입실이 불가하다'는 규정에 따라 시험을 포기해야만 했다.

반면 광주에서는 복통을 호소하는 수험생 1명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수능감독관 1명이 동행하면서 시험을 끝까지 치를 수 있었다.

부정행위로 인해 퇴실조치된 수험생도 나왔다. 휴대전화나 블루투스 이어폰 등 전자장치를 소지해 퇴실조치된 사례는 물론 수험생에 본령 전 문제를 풀거나 시험시간 종료 후 답안지를 작성하다 적발돼 부정행위 판정된 학생도 있었다.

인천에서는 탐구영역 응시절차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수험생 14명이 부정행위자로 분류돼 수능을 망치는 일도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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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개포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주 늦춰진 이번 수능은 역대 최소인 49만3433명이 응시한 가운데 전국 86개 시험지구 1383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치러졌다. 2020.12.3/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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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전문가들 "지금부터가 더 중요…만남 피해야"


감독관 2만4000여명에 수험생 49만여명, 여기에 학부모까지 포함한다면 100만명을 훌쩍 넘기는 인원이 이날 수능으로 외부활동을 하는 등 분주했다. 특히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은 해방감에 가족·친구·지인 모임 등 각종 모임이나 파티를 가질 것으로 우려된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확진자 급증' 우려를 제기하며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수능 이후에 대한 철저한 대책마련과 개인 방역수칙 준수를 강조했다.

이틀 연속 국내 확진자가 500명을 넘어서는 등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치러진 수능인 점에서다.

김우주 고려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수능 이후 해방감을 느끼려 밖으로 나오는 학생들이 많을 경우 확진자가 대거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감염 위험은 수능 당일에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며 "거리두기를 2.5단계로 상향해 수능 이후에 있을 모임이나 파티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수능이 끝나면 가족, 친구들과 저녁 약속이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며 "감염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천 교수는 특히 젊은 층에서 '무증상' 확진자가 많은 것을 두고 "무증상 감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수능 응시생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해 감염자를 빠르게 찾아내 격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엄중식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수험생들의 해방감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유행이 심각한 지금 상황에서는 모임을 갖는 것이 위험하다"며 "가급적 모이지 않는 게 아니라 아예 모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sun07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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