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정성호 80억, 박병석 23억, 주호영 21억…‘실세 예산’ 여전했다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558조원 규모의 ‘슈퍼 예산안’이 통과됐다. 나랏빚은 3조5000억원 늘어나지만, 실세 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 관행은 여전했다.

국회를 통과한 2021년도 예산에 따르면 대표적인 ‘지역구 민원 예산’인 도로나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역대 최고 규모인 26조5100억원으로 당초 정부안에서 5023억원 불어났다. 매년 되풀이되던 “민원성 ‘쪽지 예산’을 근절하겠다”는 다짐은 올해도 헛됐다.

중앙일보

삽화=김회룡기자aseokim@joonhang.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앙일보

실세들의 예산, 국회 심의과정서 얼마나 늘었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예산 심사를 책임진 예결위원장 정성호(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역구 예산을 80억여원 더 챙겼다. 양주 교외선 설계·공사비 40억원, 양주 덕계파출소 신축 기금 29억5000만원이 새롭게 반영됐고, 장흥~광적 국지도 건설사업 비용도 6억원 늘었다. 지역 하수관로 사업(3억5000만원), 숲길 체험 프로그램(1억원) 등 생활 예산도 알뜰하게 챙겼다. 정 의원은 전날 본회의에서 예산안이 가결되기도 전에 “예결위원장으로서 양주 발전을 위한 예산 편성에 최선을 다했다”는 문자 메시지를 지역구에 돌렸다.

국토교통위 여당 간사인 조응천(남양주갑) 의원도 남양주 유소년 축구센터 건립기금 30억원, 남양주 조안파출소 신축비용 3200만원을 추가로 따냈다.

반면, 김태년(성남수정) 원내대표와 예결위 여당 간사인 박홍근(서울 중랑을) 의원의 지역구 예산 증액은 없었다. 몇몇 여당 지도부 의원실에선 “심사 막판에 사업 한두 개라도 끼워 넣자”는 말이 나왔지만, 역풍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더 컸다고 한다. 국회 관계자는 “국채 발행까지 감수하면서 역대 최대 예산안을 밀어붙인 여당 지도부 입장에선 지역구를 챙기고 싶어도 정치적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현장풀) 예결위 여야 간사인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두 번째)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안 등 조정소위원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불필요한 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고 공언했던 국민의힘 ‘실세’들도 자신들의 지역구 앞에선 야성(野性)을 접었다.

주호영(대구 수성갑) 원내대표는 매호1지구 재해위험 지역 정비사업 예산을 11억4200만원 더 늘리고, 대구 대덕산길 조성사업 명목으로 10억원을 추가로 따내는 등 지역구 예산을 21억원 불렸다.

여야 협상의 실무를 책임진 김성원(동두천-연천) 원내수석부대표의 지역구 예산은 65억원 늘었다. 동두천 국가산업단지 진입도로 사업(30억원), 지방보훈회관 건립(2억5000만원), 동두천~연천 전철화 사업(22억원), 연천~신탄 국도 건설 사업(11억원) 예산이 불어난 결과다. 김 의원은 예산안 통과 직후 “예결위원장과 간사, 기재부에 예산 증액의 시급성을 끊임없이 설득했다. 지역 숙원사업 해결을 위해 더 악착같이 일하겠다”는 글을 블로그에 남겼다.

예결위 야당 간사인 추경호(대구 달성) 의원은 달성1차산업단지 개발 명목으로 13억원을, 달성군 한실마을 공영주차장 조성 사업비로 6억원을 추가로 따냈다.

반면 ‘한국판 뉴딜’ 사업비를 절반 이상 깎겠다고 벼르던 국민의힘은 뉴딜 예산 21조3000억원 중 6000억원을 삭감하는 데 그쳤다. 당 일각에선 “지역구 예산은 불려놓고, 정작 정부·여당이 밀어붙인 부실 사업 예산에는 제대로 칼도 대지 못했다”(국민의힘 3선 의원)는 비판이 나왔다.

중앙일보

박병석 국회의장이 2일 국회 본회의에서 558조원 규모의 2021년도 예산안을 의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전 서구갑이 지역구인 박병석 국회의장도 지역구 앞에선 예외가 없었다. 대전에 건립되는 ‘국회 통합디지털센터’ 예산은 국회의장의 지휘·감독을 받는 국회사무처 예산인데, 예산 심사 과정에서 22억8300만원 증액됐다. 정치권에선 “박 의장이 센터 예산 증액의 1등 공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세들의 예산 챙기기는 여전했지만, 나랏빚은 3조5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안보다 예산이 2조2000억원이나 증가한 데다가, 세수 감소, 국가 기금 감액 등으로 인한 손실분 1조3000억원까지 국채로 메워야 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7.3%로 2020년 본예산(39.8%) 통과 때보다 7.5%나 치솟았다.

손국희·하준호 기자, 김수현 인턴기자 9key@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