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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다 했지만‥3명은 끝내 실손보험청구 간소화법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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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비 청구 병원이 해주는 法, 법안소위서 계류

여야 의원에 금융위까지 가세하며 기대 높았지만

'비급여' DB 우려하는 의료계 반발에 의원들 눈치보기

"폭력적인 악법 될 수 있다" 목소리까지 등장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또다시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제도개선을 권고받았지만, 11년째 헛바퀴만 돌고 있다.

실손보험은 올 상반기 기준 가입 건수가 3466만건(단체보험 제외)에 달한다. ‘제2의 건강보험’이라고도 불리는 국민 보험상품이다. 하지만 가입자 중 99%가 영수증이나 진단서를 종이 문서로 떼어 보험금을 받는다. 손병두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우리나라처럼 IT 기술이 발달한 나라에서 종이서류로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하고 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을 정도다.

하지만 국회는 다시 법안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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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누적 계약건수[출처:국회입법조사처, 단위:만건]


금융위까지 가세했지만…반대 목소리가 더 컸다

고용진·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등이 발의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자신의 영수증을 일일이 보험사에 발송하는 대신, 의료기관이 직접 전산으로 보험사에 전송하는 내용을 담았다. 보험 가입자가 병원비를 계산하면서 병원에 요청하면 병원은 알아서 전자문서를 전문기관 건강보험심의평가원(심평원)에 보내주는 방식이다. 자료를 받은 심평원은 이를 다시 보험사로 전달한다. 소비자가 직접 종이 서류를 떼고 보낼 필요가 없어 편리해진다.

지난 2일 열린 국회 정무위 법안1소위에서 이 법안이 논의됐지만, 또다시 계류됐다. 만장일치가 관행인 법안소위에선 한 명의 반대만 있어도 법안은 계류된다. 그런데 야당 간사인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과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뿐 아니라 여당인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반대 의견을 냈다.

의원들은 국가가 의료기관에 보험정보 전달을 강제할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보험 내역 전달은 의료기관의 의무가 아닌 만큼, 법으로 이를 강제할 수 없다는 논리다. 민형배 의원은 “의료기관에게 보험금을 청구하는 행위를 전가하는 것”이라면서 “국가가 강제할 근거가 없다. 이 법을 강행하면 폭력적인 악법이 될 수 있다”고 성토했다.

심평원이 비급여 내역을 취합할 수 있다는 문제도 법안 소위에서 제기됐다. 비급여 진료정보가 집적화되면 의료행위에도 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의료계의 의견을 수용한 것이다.

의료계는 진단서에 기재된 비급여 내역이 심평원으로 들어갈 경우 정부가 이런 자료를 확보하게 되면, 결국 의사들의 활동을 통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의료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비급여영역은 의사들의 가장 큰 수익원이기 때문이다. 실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지난달 직접 국회를 찾아 성일종 의원 등 정무위 주요위원들과 면담하면서 자신들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의료계의 반발을 의식해 고용진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심평원이 서류를 다른 목적에 활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윤창현 의원은 심평원이 비급여 진료정보를 받더라도 이를 데이터베이스(DB)화 하지 못하는 내용을 법안에 담았다. 하지만, 반대는 여전했다. 자료를 넘겨주기 시작하면 언젠가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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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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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 보는 심평원에 불안한 의료계…의료계 눈치 보는 국회

보험업계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미 국토교통부는 자동차 사고 후 진료비를 부당 청구하는 이른바 ‘나이롱’ 환자를 막기 위해 의료기관에 자료를 요청하고 현지 확인 심사를 강화하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규칙을 만들어 실시하고 있다. 실손보험에 대해서만 병원의 부담을 고려해야 하느냐고 반박한다.

국회의원들은 의료계의 반발에 상당한 부담을 느낀다. 한 국회 관계자는 “법안을 발의하거나 공동으로 이름만 올려도 지역구에서 겪는 압박이 크다”고 귀띔했다.

윤창현 의원은 소비자단체와 보험업계, 의료계 등 이해관계자들을 불러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최대한 접점을 찾아가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의원들의 반대가 있는 만큼, 이번 법안은 2022년 구성되는 21대 후반기 국회에서나 다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 소비자들의 편의성 제고와 이해당사자들의 갈등을 최소화하는 접점을 찾을 수 있도록 계속 이야기해 보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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