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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트럼프 백신인데…" 英에 선수 뺏긴 백악관 FDA 국장 연일 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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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사의 백신.[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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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백신인데…"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영국이 미 제약사 화이자가 개발한 백신을 긴급 승인한 2일(현지시간) 브리핑을 열고 미국의 백신 개발 성과를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연말까지 4000만회분의 백신을 접종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이는 대단한 업적"이라고 자찬했다. 그러면서 "(우리는)사업가를 대통령으로 뒀다. 그것(미 제약회사의 백신)은 트럼프 백신"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백악관은 '초고속(워프 스피드) 백신 개발 작전'을 통해 미국 제약사들을 지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상 최종 시험 결과가 대선 이후 발표된 것에 분노하면서도 개발 성과가 자신의 공이라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영국이 먼저 화이자 백신에 긴급 사용 승인을 내주며 선수를 빼앗기자 '트럼프 백신'이란 말로 아쉬움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화이자(독일 바이오앤테크와 공동 개발)사의 경우 백악관의 지원금이 들어가는 워프 스피드 작전에 참여하지는 않았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화이자의 백신연구개발부 책임자인 캐트린 젠슨 부사장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국 정부나 누구에게서도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WP에 따르면 화이자는 자체 자금 20억달러(2조1948억원)를 들여 백신을 개발하고 백신이 효과를 입증하자 미국 정부와 19억5000만달러(2조1399억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타임지 "英 3주 만에 승인 기록적 속도"



화이자는 지난달 9일 대규모 3상 임상 시험 결과(4만3000명 참여) 자사의 백신이 90% 이상의 효과를 나타냈으며 심각한 부작용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후 화이자는 미국과 영국 등 규제당국에 백신 승인 신청과 함께 각 규제당국이 요구하는 데이터를 제출했다.

발표로부터 3주 뒤인 지난 2일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가 먼저 승인을 냈다. 영국 타임지는 영국의 이번 백신 승인을 두고 "기록적인 속도"라고 평가했다. 미국으로서는 '서방 국가 최초 승인'이라는 타이틀을 영국에 빼앗긴 셈이 됐다. 영국이 당장 다음 주부터 접종에 들어갈 예정인 가운데 FDA는 오는 10일 승인 검토를 위한 전문가 회의를 열 계획이다.

미국 언론은 이를 두고 "백신 승인 검토 절차의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했고 영국 언론은 "영국 규제 당국이 빠른 승인을 위해 미리 준비했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FDA 국장 "우리는 원 데이터(raw data)까지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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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식품의약국(FDA) 입구.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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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는 "미 FDA는 제약사의 임상시험 결과를 입증하기 위해 원 데이터(raw data)까지 분석한다"고 전했다. 제약사가 낸 보고서만 의지하지 않고 임상시험 데이터를 하나하나 다시 들여다본다는 설명이다. 스티븐 한 FDA 국장도 NYT를 통해 "FDA는 실제로 원 데이터를 보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규제기관 중 하나"라고 말했다.

NYT는 "미국 규제당국이 원 데이터까지 검증하는 반면 영국과 유럽의 다른 규제기관은 기업 자체 분석에 더 많이 의존한다"고 덧붙였다.



영국 MHRA 청장 "승인 위해 미리 검증 들어가"



하지만 영국 규제당국은 "화이자 백신의 빠른 승인이 미흡한 검증 과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더 타임스지에 설명했다. 이번 백신 승인을 위해 MHRA가 전례없이 많은 원 데이터를 살펴봤다는 게 영국 정부의 입장이다.

준 레인 MHRA 청장은 "우리는 품질과 안전성, 효과에 대한 모든 증거를 엄격하게 과학적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백신 승인을 위해 MHRA는 지난 6월부터 준비를 시작했고 지난 10월부터 데이터 검토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백신 데이터를 사전에 검토하기 시작하는 영국 정부의 프로젝트명은 '롤링 리뷰'라 불린다고도 소개했다. 그는 "최종 임상 분석을 받았을 때 이미 라스트 스퍼트를 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도 말했다.



CNN "영국 선수치자 미 행정부 동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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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백악관.[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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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은 영국의 승인으로 미 행정부 관리들이 동요했다고 전하면서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스티브 한 FDA 국장을 이틀 연속 백악관으로 불러들였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1월까지 가능한 한 많은 백신이 나오길 바라고 있다고 소식통을 통해 전하면서다. 타임지도 "영국의 백신 승인은 백악관이 FDA를 압박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화이자에 이어 백신 3상 결과를 발표한 모더나사도 청소년 대상 백신 테스트를 연내에 시작했다고 밝히는 등 마지막 단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백신은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시험을 진행한 뒤 청소년과 어린이 순으로 시험에 돌입한다. 화이자는 지난 10월부터 청소년 대상 시험을 진행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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