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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중국 여성들이 쌀·토끼 그림 들고 법원 앞에 몰려든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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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일 중국 베이징시 하이덴구법원 앞에서 100여명의 시위대가 모였다. 중국 한 유명 방송인이 여성 인턴을 성추행한 혐의로 고발당하자 피해 사실을 공개한 여성을 지지하는 사람들이다./중국 소셜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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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한 유명 방송인을 둘러싼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재판에 중국 여성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판이 열리는 법원 앞에는 쌀과 토끼 그림을 든 여성 지지자들이 몰려들었다. 중국어로 쌀(米)은 ‘미’, 토끼(兔)는 ‘투’라고 읽는다.

중국 소셜미디어와 홍콩 명보 등의 보도에 따르면 2일 오후 2시 베이징시 하이덴(海定)구법원에서는 중국 관영 CCTV 유명 진행자인 주모의 성추행 사건 재판이 열렸다. 중국 설날 특집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던 주씨는 2018년 분장실에서 여성 인턴(당시 25세)을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됐다. ‘센즈’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피해 여성은 주씨의 행동을 공개적으로 고발했다.

법원 앞에서는 여성을 지지하는 시위자 100여명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미투’라는 종이와 꽃다발을 들고 피해 여성을 응원했다. ‘센즈 우리가 함께 할게요’ ‘나도 미투’ 필승' ‘승소’라는 글이 쓰인 종이를 든 사람도 있었다. 홍콩 명보는 “현장에서 시위대를 촬영하던 외국인 카메라맨이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고 했다.

중국에서 재판을 앞두고 법원에 시위대가 몰리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이 사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에서는 최근 대학, 직장 등에서 성추행 문제가 공론화되고 있지만 미국 등 다른 나라처럼 공개적으로 확산하지는 않고 있다. 명보는 “이번 사건이 중국 미투 운동의 향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날 재판은 가해자로 지목된 주씨가 출두하지 않으면서 결론이 나지 않은 채 휴정했다. 피해 여성은 “휴정을 요구하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며 “주씨의 출석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주씨는 혐의를 부인하며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해당 여성과 여성의 지지자 1명을 맞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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