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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현직 검사, "대기업 사주 위한 변론 활동 기억"…이용구 전관예우 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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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머니투데이

(과천=뉴스1) 송원영 기자 = 이용구 신임 법무부 차관이 3일 경기 과천 법무부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이용구 신임 차관은 20여년 법원에서 재직한 법관 출신으로, 2017년 8월 비검찰 출신으로는 최로로 법무부 법무실장에 임명돼 2년 8개월간 근무했다. 2020.12.3/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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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구 신임 법무부 차관이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위원회 위원을 맡는 것이 적정하지 않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현직 검사가 이 차관의 부적절한 전관예우 변호사 활동을 기억하고 있다며 징계위원을 기피하라고 요구했다.

김용식 수원지검 여주지청 형사부장검사는 3일 검찰내부망 이프로스에 정희도 청주지검 형사1부장검사가 '이용구 차관, 심재철 국장은 안 됩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에 댓글을 달고 "이번에 차관으로 임명된 분이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대기업 사주를 위해 어떤 식의 변론활동을 했는지 잘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장검사는 이어 "'견리사의 견위수명(見利思義 見危授命)'이란 글귀를 가슴에 새기고 근무하게 된 계기가 됐다"며 "공직자로서 국가와 공동체를 위해 일하실 생각이 있는지 자문해보시고 의문이 생기면 기피해 달라"고 강조했다.

검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김 부장검사가 언급한 이 차관의 변호사의 활동은 2015년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가 수사한 장세주 전 동국제강 회장의 비자금 조성과 상습 도박 등 혐의를 말하는 것이다. 당시 초대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장을 맡았던 인사는 한동훈 검사장이다. 한 검사장은 장 회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 등에서 수백억원대의 원정도박을 상습적으로 일삼은 정황을 포착하고 도박 자금을 회사 비자금으로 조성했다는 점을 밝혀내 장 회장을 횡령·배임·상습도박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회삿돈 380억원을 빼돌렸다는 혐의에 대해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수사팀 뿐 아니라 상당수의 법조인들이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는데 당시 장 회장의 변호인과 영장담당 판사의 근무연이 주목받았다.

장 회장의 변호인은 법무법인 엘케이비 소속의 이광범 변호사와 이용구 변호사로 각각 고등법원 부장판사와 법원행정처 판사 출신의 전관 변호사였다. 이들은 당시 영장전담판사와 2006년 대법원 사법정책실에 함께 근무한 바 있다. 장 회장 구속영장 청구서 상단의 '발부'란에 도장이 찍혔지만 수정테이프로 수정한 뒤 '기각'란에 도장이 찍혔던 점도 이같은 의혹을 더했다. 당시 법원은 '영장전담판사의 순간적인 부주의'라고 해명했지만 법조계에선 전관예우 문제의 상징같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수사팀은 라스베이거스 현지에서 장 회장의 도박 자료를 보강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한 뒤 결국 영장 발부에 성공했다.

이 차관은 장 회장의 항소심에서도 변호인을 맡았는데 당시 부패범죄특별수사단 제2팀장으로 자리를 옮긴 한 검사장에게 판사 출신인 최유정 변호사가 찾아갔다가 퇴짜를 맞은 일도 있었다. 한 검사장과 연수원 동기인 최 변호사를 통해 장 회장의 형량을 깎아달라는 '로비'를 시도했다는 게 사건을 잘 아는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최 변호사는 원정도박 의혹을 받은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사건을 맡아 정 전 대표 보석 신청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바 있다. 당시 검찰 수사가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에서 이뤄졌는데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이었다. 이때 심 국장은 정 전 대표 측이 청구한 보석 신청에 대해 돌연 ‘적의 처리’ 의견을 내 논란을 일으켰다. 최 변호사 신청한 보석 신청에 대해 “재판부에 알아서 하라”고 한 것이다. 검사가 본인이 구속시킨 피고인을 풀어줘도 좋다는 뜻의 ‘적의처리’ 의견을 내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심 국장은 정 전 대표 사건을 도박 자금 조성에 대한 횡령 및 배임 수사로는 이어가지 않은 채 상습도박 사건으로 그친 점도 검찰 내에서 뒷말을 낳았다고 한다. 심 국장 역시 한 검사장, 최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연수원 27기다.

한 검찰 관계자는 "김용식 부장검사가 부패범죄수사단에 있었기 때문에 장세주 회장 사건과 관련한 이용구 차관의 전관예우 변호사 활동에 대해 익히 잘 알고 그 점을 말한 것 같다"며 "아이러니한 것은 이 차관이 법무부 법무실장 시절 전관예우 근절 티에프팀장이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태은 기자 tai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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