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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장성인사 파워게임' 육사출신 장관, 비육사 육참총장에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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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의중에 따라 남총장 판정승

군 장성급 인사 다소 늦춰진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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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020 대한민국방위산업전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남영신 육군참모총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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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지난달 말로 예상했던 군 장성급 인사가 늦어지면서 군 내부에서 갖가지 소문이 나오고 있다. 특히 육군에서 육사와 비육사 출신 장성 진급자의 비율을 놓고 서욱 국방부장관과 남영신 육군참모총장 간에 일종의 '파워 게임'이 벌어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하는 정부 소식통은 2일 “육군 장군 인사에서 비육사 출신의 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두고 국방부와 육군이 이견을 보였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인사안에 사인하기 직전까지 세부 조율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내막은 이렇다. 통상 육군의 진급자 선발에서 육사 대 비육사의 비율은 8대 2 수준이었다. 그런데 정부가 이번엔 비육사 출신 진급자를 대폭 늘려 최대 5대 5 비율로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군 내부에서 갈등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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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이화여자대학교 학생군사교육단(ROTC)은 '학군 58기 임관식'을 했다. [이화여자대학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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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육군참모총장에 취임한 남영신 대장은 비육사 출신 비율을 높이는 인사 변화에 힘을 싣고 있다.

학군(ROTC) 출신인 남 총장은 비육사 출신으론 처음으로 총장에 올랐다. 그간 비육사 출신 합동참모의장(합참의장)은 나왔지만, 육군 총장 임명은 전례가 없었다. 남 총장의 임명 자체가 비육사 출신의 약진을 상징한다.

청와대 사정을 잘 아는 또 다른 소식통은 “종전보다 더 많은 비육사 출신 장군 진급자를 발탁하는 게 이번 인사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군에선 육ㆍ해ㆍ공군 사관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장교(3사ㆍ학군ㆍ학사)를 ‘일반’ 또는 ‘비사(비육사)’ 출신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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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전교육단에서 열린 육군3사관학교 생도 공수강하훈련에서 생도들이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최종적으로 복장과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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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방부의 입장은 조금 달랐다. 육사 출신으로 육군참모총장을 지냈던 서욱 국방부 장관은 점진적인 변화를 요구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청와대의 지원(?)을 받은 남 총장이 추진하는 비육사 대폭 확대안이 서 장관안을 압도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난달 말 예정했던 장군 진급 및 보직 변경 발표를 이달 초로 늦췄던 배경이다.

관련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은 “갑자기 비육사 출신 중에서 장군을 많이 선발하려다 보니 검증 과정이 꽤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인사 검증 대상자만 해도 500명이 넘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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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들에게 주어지는 삼정검.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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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육사 출신 비율을 높이려는 움직임에 당연히 육사 출신 진급 대상자의 불만은 터져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육사 출신 장교는 “이번 장군 진급을 앞두고 인사를 담당하는 육군본부 핵심 자리는 대부분 비육사 출신으로 채워졌다”고 성토했다.

안 그래도 장군 자리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진행된 ‘국방개혁 2.0’ 에 따라 2018년 430여명이던 기존 장군 수는 2022년까지 360명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장군 정원이 최대 76명이 줄어들 계획인데 최근까지 약 44명을 감축해 전체 장군 규모는 400명 아래로 떨어졌다.

국방부 개혁실장을 지냈던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는 “다양성 차원에서 비육사 출신에 기회를 더 많이 주는 것은 이해할 만 하다”면서도 “하지만 특정 비율을 목표로 정한 뒤 지나치게 빠르게 개혁을 추진하면 결국 무리가 따르고, 역량 중심의 인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역차별 논란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3일 인사안을 마련해 이날 대통령 결재를 받은 후 발표할 예정이다.

박용한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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