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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TF확대경] 이재용, 홀로서기 첫 인사 '안정+성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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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일 사장단 인사에서 기존 3인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하며 안정을 도모하는 동시에 젊고 유능한 경영진을 앞세워 미래 준비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동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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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안정 속 성과주의 원칙 이어간 삼성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별세 후 홀로서기에 나선 이재용 부회장의 첫 인사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삼성의 정기 사장단 인사가 발표됐다.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변화를 최소화하며 '안정'을 택하는 동시에 경쟁력 강화를 이끈 인물에게 미래 사업을 맡기는 '성과주의' 기조가 이어졌다는 평가다.

◆ 삼성 사장단 인사 성과주의 두드러져

삼성전자는 3명을 사장으로 승진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2021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2일 발표했다. 사장 승진자는 △이재승 CE부문 생활가전사업부장 부사장 △이정배 DS부문 메모리사업부 D램개발실장 부사장 △최시영 DS부문 글로벌인프라총괄 메모리제조기술센터장 부사장 등이다.

이재승 신임 사장은 삼성전자 창립 이래 최초의 생활가전 출신 사장 승진자다. 무풍에어컨, 비스포크 시리즈 등 신개념 프리미엄 가전제품 개발을 주도한 그는 가전 사업의 글로벌 1등을 이끌 인물로 기대받고 있다. 메모리사업부장이 된 이정배 신임 사장은 D램 분야 전문가로, D램뿐만 아니라 낸드플래시, 솔루션 등 메모리 전 제품에서 경쟁사와의 초격차를 확대하는 역할을 부여받았다. 파운드리사업부장으로 올라선 최시영 신임 사장은 공정개발 전문성과 반도체 전 제품 제조 경험을 바탕으로 파운드리 세계 1위 달성의 발판을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외에도 기존 진교영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 사장은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장으로, 정은승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은 신설된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자리를 옮긴다.

재계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놓고 철저한 성과주의를 바탕으로 내려진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성과를 낸 부사장들을 사장으로 보임, 전투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안정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반도체 사업부 두 명이 교체된 것이 눈길을 끌고 있다. 미래를 대비해 새로운 혁신과 도전을 이끌 세대교체 인사를 실현하며 '반도체 초격차'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 계열사 인사에서도 성과주의 및 세대교체 움직임이 나타났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퀀텀닷 디스플레이 개발을 주도한 최주선 사장을 새로운 대표로 맞이하며 미래 준비에 본격 나선다. 올해 이렇다 할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던 삼성SDS는 종합기술원에서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다양한 개발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황성우 사장을 신임 대표로 내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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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승 CE부문 생활가전사업부장 부사장(왼쪽부터), 이정배 DS부문 메모리사업부 D램개발실장 부사장, 최시영 DS부문 글로벌인프라총괄 메모리제조기술센터장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정배 신임 사장은 메모리사업부장을, 최시영 신임 사장은 파운드리사업부장을 맡는다.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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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확실성 고려한 듯 체제 변화 최소화

삼성은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성과주의 인사를 실시하면서도 불확실한 환경 속 경영 안정을 고려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김기남 DS부문장 부회장과 김현석 CE부문 사장, 고동진 IM부문 사장 등 대표이사 3인 체제를 유지한 점에서 안정적인 경영 환경을 유지하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 외 다른 기업들도 올해 연말 인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미·중 무역 전쟁 등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을 고려해 대체로 핵심 경영진을 그대로 유지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삼성의 경우에는 사법리스크까지 더해져 경영 불확실성이 그 어떤 기업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현재 이재용 부회장은 국정농단 파기환송심과 경영권 승계 의혹 재판을 받고 있으며, 이달에만 세 차례 재판에 출석했다. 수년간 이어진 사법리스크가 안정적인 경영 활동을 펼쳐나가는 데 있어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재계는 이러한 부담이 인사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기존 대표 체제를 흔들지 않으면서 차세대 기술 리더십을 갖춘 사업부장들을 앞세우는 세대교체로 혁신의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안정 속 쇄신' 인사 기조는 삼성을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마무리되기 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대 관심사였던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승진은 없었다. 이 역시 사법리스크와 연결 짓는 해석이 많다. 사법리스크 부담이 남아 있어 회장직을 급하게 달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재용 부회장 자신도 회장 승진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부회장은 5대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부회장 직함을 달고 있다.

삼성전자는 부사장 이하 2021년 정기 임원인사와 조직개편도 조만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부사장 이하에서는 예년보다 큰 폭의 인적·조직 쇄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뉴 삼성' 미래를 이끌어 갈 젊은 인재들의 과감한 전진 배치가 예상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 안정을 택하면서도 지속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사장단 세대교체를 시도하는 등의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 후속 임원인사에서도 젊고 유능한 인재를 대거 발탁하며 미래 준비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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