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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현장] 아파트 사이에 갑자기 지식산업센터가?…'준공업지역의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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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반도보라빌 아파트 6층 베란다에서 바라본 이화산업 공장부지 모습. 뒤로 보이는 곳은 유원 제일 2차 아파트다. /윤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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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조권 잃게 된 당산 반도보라빌…영등포구청 "검토 중"

[더팩트|윤정원 기자] 준공업지역 내에서 주거단지와 업무시설이 혼재되면서 아파트 입주민들의 사생활 침해를 비롯, 기본적인 주거 환경 확보가 되지 않는다는 토로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주거지역 인근 개별 입지에 들어서는 지식산업센터는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해 일정 부분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준공업지역은 공업지역 가운데 경공업이나 환경오염이 적은 공장을 수용하는 곳을 일컫는다. 전용공업지역 및 일반공업지역과는 달리 주거시설과 상업시설, 업무시설이 들어설 수 있다. 이로 인해 구와 주민들 간 견해차가 발생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최근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일대다.

서울 지하철 2‧9호선 당산역 12번 출구로 나가면 약 150m 거리에 당산동 반도보라빌 아파트가, 또 그 옆에는 성원 상떼빌 아파트가 있다. 해당 아파트들 앞으로는 이화산업 공장부지(당산동5가 9-4‧9-9)가 자리하는데 이곳이 최근 말썽이다. 해당 부지에는 현재 20층 규모의 지식산업센터 구축이 추진되고 있다. 지식산업센터 높이는 90m 수준으로 파악된다.

반도보라빌 아파트와 그 건너편에 위치하는 유원 제일 2차 아파트의 동간 거리는 45m 정도다. 그런데 이 좁은 간격에 지식산업센터가 비집고 들어오겠다고 나서면서 인근 입주민들의 불만이 거센 형국이다. 반도보라빌 입주민들은 현재 영등포구청 앞에서 매일 오전 11시~오후 2시 1인 피켓 시위까지 이어오고 있다.

해당 지역은 준공업지역에 속하지만 아파트밀집 지역이기 때문에 주거지역에 준하는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입주민들의 견해다. 구를 포괄하는 서울시의 방침을 따라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건축법 제53조, 동법 시행령 제86조 제2항 제2호와 서울특별시 건축조례의 규정 내용에 의하면 공동주택 간에 일조가 문제되는 경우에는 동지일을 기준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사이의 6시간 중 일조시간이 2시간 이상 연속하여 확보되지 않고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사이의 8시간 중 일조시간이 통틀어서 최소한 4시간 정도 확보되지 않는 경우에는 일조 침해의 정도가 수인한도를 넘는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7.6.14. 선고 2005다72058)에서도 일조권 침해에 대해서는 주거지역, 상업지역 등 용도지역에 상관없이 사실상 주거지역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일조권은 보호해주는 방향으로 판결하고 있다.

반도보라빌 입주자대표회 관계자는 "준공업지역이라는 이유로 주거와 상업 시설이 혼재되면서 지식산업센터와 같은 공장 형태는 법망을 피하게 된다. 아파트는 층고가 2.5m 수준이지만 지식산업센터는 3.9m가 기본이다. 지식산업센터 사무실에서 아파트 내부 모습이 고스란히 내다보이게 된다"라며 "사생활, 일조권, 채광권, 조망권 등 주민들의 기본적인 주거 환경은 보장돼야 하지 않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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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에 표시된 부분이 20층 규모 지식산업센터 건축 예정 부지다. 지식산업센터가 구축되면 반도보라빌 아파트과 지식산업센터의 거리는 약 10~15m가 된다. /네이버 지도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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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건축 허가권을 쥐고 있는 영등포구청은 해당 부지가 준공업지역에 속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지식산업센터 구축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영등포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인근 단지들에서 일조권이나 사생활 침해 등의 문제로 논란이 있는 것은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 사안이고, 시뮬레이션 등을 진행할 의무도 없다"고 말했다.

다만 관계자는 "시행사, 설계사무소 측에 입주민들의 민원 관련해서는 검토해달라고 요청한 상태고, 현재 논의 중인 사안"이라며 "시공 허가 유무 등과 관련해서는 아직 결정난 바 없다"고 부연했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 또한 민원 답변을 통해 "행정청에서는 해당 건축심의 대상지에 대하여 주거지역의 일조권 기준을 적용토록 강제할 수 없으나 민원사항등을 고려하여 일조권을 포함한 주거환경의 피해 등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이루어지고 주변 주민들과도 상호 협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건축관계자에게 협조 요청했다"고 말했다.

현재 반도보라빌과 성원 상떼빌 입주민들은 영등포구가 건축위원회 심의를 개최하면서 절차 및 관련 법령을 검토하지 않고 심의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사유로 주민감사 청구에도 나섰다. 지난 1일 주민 271명이 서명한 명부가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에 제출된 상태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지식산업센터가 주거지역에 들어설 경우 조망권이나 일조권 등에서 정주 여건이 안 좋아지고 교통난이 발생할 수 있다"며 "주거 밀집지 근처의 지식산업센터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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