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이슈 NBA 미국 프로 농구

NBA 진출 꿈 키우는 ‘농구 명가’의 아들 이현중 “엄마, 매일 힘들지만 하루하루가 너무 좋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어머니는 LA 올림픽 은메달 주역

아버지는 고교 농구 전설로 통해

토종 선수로 NCAA 두 번째 입성

커리의 모교 데이비슨대서 맹활약

운동·학업 병행하며 ‘위대한 도전’

[경향신문]



경향신문

이현중(오른쪽)이 지난 1일 마우이 인비테이셔널 토너먼트 텍사스대학과의 경기에서 상대 선수와 공을 다투고 있다. 애슈빌 |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엄마 여기 매일매일 힘들어. 나보다 강한 상대들과 연습하다 보면 항상 긴장되고 도전하는 느낌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발전하는 느낌도 들어 하루하루가 너무 좋아.”

이역만리 타지에서 학업과 농구를 병행하는 아들의 문자에 엄마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진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던 미국에서의 도전. 이 위대한 도전의 주인공인 이현중(20)이 한국 농구에 큰 희망을 안긴다.

미국대학체육협회(NCAA) 남자농구 디비전1의 데이비슨대 2학년인 이현중은 지난달 25일 열린 하이포인트대(82-73 승)와의 개막전에서 3점슛 5개 포함, 23점·9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또 2일에는 프로비던스대(62-63 패)를 상대로 3점슛 3개 포함, 17점을 몰아넣는 맹활약을 펼쳤다.

이현중은 ‘농구 명가’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1984년 LA올림픽 여자농구 은메달 신화의 주역인 성정아씨(55)이고, 아버지 이윤환씨(54)는 남자 농구 명문인 삼일상고 농구부장으로 하승진, 송교창, 이대성 등 걸출한 선수들을 길러낸 고교 농구의 전설로 통한다.

경향신문

미국 대학농구 NCAA 데이비슨대학에서 뛰고 있는 포워드 이현중(가운데)이 지난해 학교를 방문한 어머니 성정아씨(왼쪽), 아버지 이윤환씨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성정아씨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성씨는 지난 1일 기자와 통화에서 “(이)현중이가 참 대견하다. 내가 현중이 나이에 미국에 갔어도 저렇게 했을까 싶다”며 “사실 농구적인 부분은 아버지와 더 많이 얘기한다. 나까지 농구 얘기를 하면 현중이가 지칠까 싶어 엄마의 역할에만 충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중은 최진수(현대모비스)에 이어 한국에서 나고 자란 비혼혈 남자농구 선수로 NCAA에 입성한 역대 두 번째 선수다. 지난 시즌에는 평균 20.9분을 뛰며 8.4점·3.1리바운드, 3점슛 성공률 37.7%로 데이비슨대가 속한 애틀랜틱10(A-10) 콘퍼런스 올 루키팀에 뽑혔다.

하지만 202㎝ 장신에 어울리지 않는 가벼운 체중은 늘 약점으로 지적받았다. 성씨는 “몸에 대해 말이 많다는 건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한국에 왔을 때 1주일에 4일은 계속 운동만 했다. 체중이 원래는 86~87㎏을 오갔는데 출국할 때는 94㎏ 정도까지 늘렸다. 여기에 근육을 키워야 해서 연어, 닭가슴살 같은 것만 먹고 탄산음료는 입에도 대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주변에서는 어떻게 보는지 몰라도 현중이가 지금까지 올라간 것은 본인의 노력이 엄청났기 때문이다. 좋은 유전자 덕분이라는 말이 좋게 들릴 리 없지만, 그 역시 현중이는 자신에 대한 채찍질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고맙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대학에서도 운동 선수들이 학업을 병행하며 일정 수준의 학점을 유지해야 한다. 이현중의 삼일상고 후배로, 역시 한국 농구를 이끌 기대주로 평가받는 여준석(18)이 이현중과 함께하려 했다가 끝내 포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성씨는 “한국은 학년이 올라가면서 학업과 운동,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그 부분에 많은 고민이 있어 어릴 때부터 현중이한테 영어 공부를 많이 시켰다”며 “1학년 때는 매일 시합이 끝나고 밤을 새워 리포트를 내는 게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 수업을 하는 것도 있고, 학점도 지난해 많이 받아놔서 올해는 조금 덜 들어도 된다고 했다”고 대견스러워했다.

한국은 2004년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에 입단했던 하승진을 끝으로 NBA 무대를 노크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이현중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현중이 뛰는 데이비슨대는 현 NBA 최고 3점슈터인 스테픈 커리(골든스테이트)의 모교이기도 하다. 성씨는 “‘한국에 와서 편하게 했으면 좋을 텐데’라는 게 엄마 마음이지만, 미국에서 최고의 선수들과 경쟁을 펼친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마음은 뭔가 채워가는 느낌이라는 현중이 얘기를 들을 때마다 흐뭇하다”고 말했다.

<이현중 프로필>

■생년월일=2000년 10월23일(만 20세) ■학력=수원 매산초등학교-수원 삼일중-수원 삼일상고(중퇴), 호주 레이크 기닌데라 컬리지-미국 데이비슨대(재학 중)

■신체조건=202㎝·94㎏ ■가족관계=아버지 이윤환씨, 어머니 성정아씨, 누나 이리나씨 ■2020~2021시즌 성적(2일 기준) : 3경기 평균 15.3점·4.7어시스트·4.0리바운드·3점슛 성공률 50.0%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 인터랙티브:자낳세에 묻다
▶ 경향신문 바로가기
▶ 경향신문 구독신청하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