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64571373 0012020120264571373 05 0507001 6.2.2-RELEASE 1 경향신문 0 false true false false 1606915622000

연봉이 25억인데…회장 수락도 전에 “판공비 올려라”

글자크기

이대호 프로야구선수협회장 판공비 파문

[경향신문]



경향신문

판공비 인상 문제로 구설에 오른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장 이대호(롯데)가 2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논란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추대 자리에서부터 불협화음…“처음엔 1년에 1억 얘기”
결국 ‘매달 500만원’…신인 연봉은 연간 300만원 올라
이대호 “당선될 줄 몰랐다”…목격자들 입장과는 달라

지난해 여름, 한 구단 A선수가 그해 3월에 있었던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 이사회 이야기를 꺼냈다. 사실상 이대호를 회장으로 추대하는 자리, 후보가 된 선수들과 각 팀 선수 이사 3명씩이 참석한 자리였다. 안 하겠다고 버티던 이대호가 그 자리에서 판공비를 올려달라고 했다는 믿기 힘든 내용이었다.

A선수는 “처음에 1억원 얘기를 하더라. 옆에서 같이 박자를 맞춰주는 다른 구단 고참 선수가 한 명 있었다. 다들 황당해했다. 처음엔 듣고만 있다가 선수 한 명이 화를 참지 못하고 발언을 했다. ‘지금 뭐하는 거냐. 최저연봉 선수들도 회비를 내고 있는데 그걸로 받는 판공비를 몇억원씩 연봉받는 선수가 올려달라고 하느냐. 선수협 회장은 희생을 해야 하니까 야구 잘하고 힘있는 사람이 하자는 것 아니었냐. 이러면 다 하기 싫어하는 자리 판공비 받으려고 하는 것밖에 더 되느냐’고 했다. 분위기가 엄청 싸늘해졌었다”고 했다.

지난해 7월 선수협은 최저연봉 인상, 보상선수 폐지, 자유계약선수(FA) 자격 취득기간 1년 축소 등 몇 가지 조건을 수용해줄 경우 구단들이 제안한 FA 4년 80억원 상한제를 받아들이겠다고 결의했다.

각 선수단 의견을 취합해 이사회를 거쳐 KBO에 서류가 넘어간 뒤 보도됐고 양측 사무총장이 모두 인정했다. 그러나 이대호 회장이 “우리는 FA 보상제도 완전 철폐만을 요구했다. 회장인 내가 수용이라고 말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제안서를 받은 KBO조차 어리둥절하게 만든 회장의 한마디에 선수들이 큰마음 먹고 했던 결의는 물거품이 됐다. A선수는 “그렇게 큰 건을 양보하면 최대한 많은 것을 받아내야 하는데, 2군 선수들 위하겠다고 하고선 결국 고액 선수들 FA 생각만 하는 것”이라며 ‘판공비 사건’을 떠올렸다.



경향신문

'판공비 인상' 이대호 기자회견.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대호 회장은 역대 최고인 150억원 계약을 해 지난 4년간 매년 25억원의 연봉을 받은 리그 최고연봉 선수다. 2년 동안 새 회장을 뽑지 못하고 표류 중이던 선수협은 연봉순으로 최종후보를 추렸다. 연차와 야구 경력, 연봉 등을 고려해 이대호에게 최종적으로 무게가 기울었고 총회 전이었지만 사실상 이날 이사회에서 이대호가 회장으로 추대된 것으로 선수들은 전하고 있다.

‘판공비 사건’에 대한 증언은 여러 선수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당시 참석했던 B선수는 “그날 판공비 인상 얘기는 다른 사람이 꺼내지 않았다. 결국에는 맡아야 할 것 같은 상황이 되자 본인이 판공비 얘기를 하더라”고 했다. C선수는 “다녀온 선수로부터 들었다. 판공비를 안 올려주면 안 하겠다는 분위기였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선수들은 연봉 1%를 선수협 회비로 낸다. 이 회비에서 이사들에게 판공비가 지급된다.

이사회 소집 시 각 지역에서 모이다 보니 교통비와 숙식비 등으로 지급되는 필요비용 50만원이 입금된다. 회장에게는 200만원씩 입금돼왔다. 일반 회사 임원들에게 지급되는 것과 비슷한 일종의 품위유지비다.

박재홍 전 선수협 회장은 아예 모두 기부하기도 한 이 판공비를 이대호 회장은 맡기도 전에 올려달라고 한 것이다. 빨리 회장은 정해야 하는데 대안은 없었던 선수협 이사회는 결국 판공비 인상을 반대하지 못했다.

신임 이대호 회장의 통장에는 당초 주장한 연 1억원보다는 적지만 연 6000만원이 입금됐다. 월 기준으로는 이전 회장들보다 300만원이 오른 500만원씩이 매달 지급됐다. 올해까지 오래 기간 정체돼 있던 리그 최저연봉(2700만원)은 이제야 비로소 증액되지만, 내년 신인 선수들은 연 300만원을 더 받을 뿐이다.

이대호는 논란이 커지자 2일 기자회견을 열고 해명했다. 판공비 인상을 주장한 주체에 대해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나와 다른 선수도 같이 이야기했다”고 얼버무렸다.

이대호는 “그날 후보로 추대됐다. 당선될 줄 알았다면 판공비 인상하자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강조하는 데 기자회견의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그러나 당시 현장에는 그날의 과정을 목격한 30여명의 선수들이 있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 인터랙티브:자낳세에 묻다
▶ 경향신문 바로가기
▶ 경향신문 구독신청하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