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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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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화이자 백신 승인에... EU "성급한 결정... 우리 승인 과정이 더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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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 "영국보다 EU가 더 많은 증거 요구"
英美에 비해 EU에 사용 승인 신청 늦기도
역내 국민 불만 우려해 선제 비판 나선 듯
한국일보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생명공학기업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시제품.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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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생명공학기업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영국이 세계 최초로 사용 승인하자 유럽연합(EU)이 볼멘 소리를 내 놨다. 영국이 성급한 결정을 내렸다는 주장인데, 일각에서는 EU의 백신 승인이 영국보다 늦어진 데에 EU 국민들의 불만 목소리가 나올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EU가 영국 비판이라는 선수를 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유럽의약청(EMA)는 2일(현지시간) 화이자 백신 승인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영국이 선택한 긴급승인 절차보다 더 많은 증거와 검사를 요구했기 때문에 (영국보다) 백신 승인 절차가 더 오래 걸리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EU의 조건부 판매 허가는 코로나19 비상사태에 대응하는 데 가장 적절한 규제 메커니즘”이라며 “절차에 따라 오는 29일까지 화이자 백신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유럽의회에서도 영국의 결정에 대해 비판이 쏟아졌다. EU 의회에서 중도 우파 그룹을 이끌고 있는 페터 리제 의원은 “EU 회원국들이 영국과 같은 방식으로 승인 과정을 반복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며 “EMA의 철저한 검토가 성급한 긴급 판매 승인보다 낫다”고 말했다. 사회주의 그룹 소속 티모 뷜켄 의원도 “시간을 들여 품질과 효과, 안전성이 보장되고 EU 기준에 부합한지 확인하는 게 더 낫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영국의 백신 승인이 안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EU 측의 잇따른 문제제기는 영국의 EU 탈퇴(Brexitㆍ브렉시트) 감정의 골이 깊어진 양 측의 기싸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이 브렉시트를 단행했지만 올해 말까지는 EU 소속이기 때문에 원칙대로라면 EU 회원국들과 마찬가지로 유럽의약품청(EMA)의 승인이 떨어진 후에야 백신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에 코로나19 백신 긴급사용 승인 허용 규정을 자체적으로 통과시켰고 이에 따라 영국은 화이자 백신 사용을 승인한 것이다.

게다가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EU보다 미국과 영국에 빨리 백신 사용 승인을 신청했고 이 과정에서 EU가 다른 지역에 비해 뒤쳐졌다는 내부 반발을 잠재우려는 성격도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화이자는 지난달 9일 임상 3상 시험 평가결과를 공개하고 뒤이어 20일 미국과 영국 당국에 긴급 승인을 요청했다. 하지만 EMA에 사용 승인을 신청한 것은 이보다 열흘 늦은 지난달 30일이었다. EMA의 사용 승인 결정은 오는 29일로 예정되어 있어 화이자 백신의 최초 상용화는 영국보다 3주 가량 늦어질 전망이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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