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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임기도 모른다던 미스터리 ‘선수협 사무총장’…“5월부터 판공비 문제로 직원들과 갈등” [엠스플 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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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선임된 선수협 사무총장. 말만 ‘선출’, 처음부터 낙점이었다

-총장 판공비 문제, 5월부터 선수협 내부에서 제기…“직원들의 문제 제기에 오히려 발끈”

-‘팬들과의 소통’ 내세우며 직원 대거 보강했지만, 선수협 자유게시판엔 광고글만 수두룩

-"임기가 언제까지냐"는 질문에 "잘 모른다"고 대답한 선수협 사무총장

-전임 회장들부터 선수협 사유화. 낙하산 인사는 기본, 지인들은 전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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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일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이대호(사진=엠스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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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뉴스]

12월 1일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김태현 사무총장이 사임 의사를 밝혔다. 김 총장은 ‘딱’ 1년 전인 지난해 12월 2일 신임 사무총장으로 선임됐다.

김 총장이 밝힌 사임 이유는 ‘판공비 논란’이다. 2일 김 총장은 짧은 입장문을 통해 “2020년 4월경 법인카드로 제공되던 판공비를 현금으로 지급해달라고 신청한 사실이 있다. 법인카드 대신 현금 사용 가능하지 않나 라는 단순하게 생각을 하였고, 그 자체가 저의 무지함에서 비롯되었음을 말씀드린다”며 “발견된 금전적 손실에 대해서는 책임지고 원상 복귀한 후 물러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 총장을 둘러싼 판공비 논란은 이미 5월부터 선수협 내부에서부터 제기됐던 사안이다. 당시 선수협 직원들은 김 총장에게 “판공비를 현금으로 지급할 수 없다. 사비를 업무추진비로 썼어도 이를 증빙할 자료가 없으면 현금으로 돌려드리기 어렵다”며 “기존 사무총장들처럼 판공비를 써야 한다면 법인카드를 사용해달라”고 요청했다.

선수협 전·현직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총장은 이런 직원들의 상식적 요청에 발끈했다. 한 관계자는 “김 총장이 직원들의 요청을 수용하기보단 거칠게 반응했다. 김 총장의 거듭된 비상식적 태도에 회계담당 직원이 퇴사를 결심할 정도였다”며 “김 총장이 입장문을 통해 최근에서야 자신의 문제를 발견하고, 반성하는 듯한 태도를 취한 건 진정한 반성이 아닌 ‘일단 소나기를 피하자’는 식의 연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 코로나19에도 직원 충원에 나선 김태현 사무총장. 선수 권익보호는 없고, SNS에만 올인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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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협 김태현 사무총장(사진 왼쪽)이 한 법무법인과 업무 협약식을 맺고서 기념 촬영한 장면. 이 법무법인은 이대호가 영입한 선수협 자문변호사가 소속 중인 곳이다(사진=선수협)



선수협 전·현직 관계자들은 김 총장의 외부 활동이 매우 빈약했다고 증언한다. 한 관계자는 “직원들이 12월 2일 총회에서 김태현 사무총장이 선임됐다는 걸 기사를 보고 알았다. 그리고 일주일이 더 지난 뒤 김 총장이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처음 얼굴을 봤다. 김 총장이 야구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 같아 직원 모두 당황스러웠다”며 “선수협 총장의 기본적인 업무가 구단 방문과 선수 만남인데, 그런 활동에 매우 소극적이었다”고 회상했다.

지금도 선수협 관계자들은 김 총장이 어떤 경위로, 어떤 이유로 선수협에 들어왔는지 알지 못한다. 그저 회장인 이대호가 추천했다는 정도만 알 뿐이다. 이대호는 2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김 총장을 영입했음을 인정하며 “제가 부족했다”고 밝혔다.

선수협 전·현직 관계자들의 앞선 증언대로 김 총장은 구단 방문, 선수 만남 같은 기본 업무에 소극적이었다. 7월 이후에야 2군 선수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사무총장이 누군지 모르겠다”는 얘기가 선수들 사이에서 흘러나온 것도 그 때문이었다. 심지어 KBO에서조차 "혹독한 겨울이 기다리고 있을 텐데 선수협이 아무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고 선수들을 걱정할 정도였다.

그즈음 엠스플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총장은 “코로나19로 구단 방문을 자제해왔다”며 “지방 구단들을 차례로 방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기본적인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면서도 김 총장은 판공비를 현금으로 달라고 요구했다. 이대호는 “팬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김 총장 영입 배경으로 내세웠지만, 이 역시 현실은 달랐다.

선수협 관계자는 “선수협은 4, 5명만으로도 충분히 운영되는 조직이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경제 상황이 어려운데도 김 총장이 직원을 3명이나 더 뽑았다. 세 명 가운데 두 명이 마케팅 전담직원이었다. 어려운 상황에 직원을 세 명이나 더 뽑았지만, 실질적으로 한 거라곤 SNS(사회관계망서비스)밖에 없다”며 “도대체 무슨 마케팅을 했는지 김 총장 자신이 가장 알 것”이라고 일갈했다.

- 자기 임기도 '잘 모른다'던 선수협 사무총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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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협 홈페이지의 '보도자료' 코너. 2020년 2월 27일 이후 업데이트가 없다. 김태현 사무총장은 '팬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선임된 사람이다(사진=엠스플뉴스)



코로나19로 선수들이 고용 위기에 몰리고, 연봉 삭감이 유력해질 때 선수협은 ‘마케팅’만을 내세웠다. 선수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앞장 서야할 김태현 사무총장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9월 중순 김 총장은 엠스플뉴스에 “아직 업무 파악이 되지 않아 본격적으로 활동하지 못한 것”이라며 “지금은 2군 선수들을 만나러 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김 총장은 언제쯤 업무 파악을 했을까. 12월 1일 엠스플뉴스는 그동안 진행해온 취재를 마무리하기 위해 김 총장과 전화 통화를 했다.

김 총장은 “총장 임기가 언제까지냐”는 엠스플뉴스의 질문에 “잘 모른다. 아마 3년으로 알고 있다”는 아리송한 답변을 내놨다. “자기 임기를 본인이 모른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다”고 하자 “1년씩 재계약하기로 했나, 한 것으로 안다”는 유체이탈 화법을 이어갔다.

김 총장의 이런 답변은 생경한 게 아니었다. 김 총장은 9월 중순 이대호의 판공비가 6천만 원이 맞느냐는 질의에 “난 잘 모른다. 이대호 회장에게 직접 물어보셔야할 거 같다”고 답한 바 있다. 참고로 선수협 회장 판공비는 사무총장이 관리한다. 총장이 모를 리 없다는 뜻이다.

김 총장은 “조만간 뵙고 사실관계를 밝히겠다”며 전화를 끊었지만, 같은 날 판공비 논란을 인정하면서 사임 의사를 밝혔다.

김 총장은 선수협 사무총장을 맡았을 때부터 ‘미스터리한 인물’이란 평을 들었다. 총장 재임 기간에도 그가 무엇을 하는지 아무도 모를 만큼 미스터리한 활동을 이어갔다. 총장에서 물러날 때까지 본인의 계약기간을 잘 모른다고 할 만큼 미스터리한 답변을 계속했다.



이대호는 12월 2일 기자회견에서 “(선수협은) 사유화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 “채용을 위해선 이사회와 변호사 자문, 다른 10개 구단의 찬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을 내세웠다.

‘셀프 판공비 인상’은 사실이 아니었지만, 이대호의 이 발언도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채용을 위해서 이사회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 하나 10개 구단 대표 선수로 구성된 선수협 이사회는 회장 뜻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전임 회장들 시절 낙하산 인사들이 직원으로 채용되고, 자기 지인의 제2금융권에 선수협 돈이 예치되는 등 온갖 탈법이 난무했다. 회장들의 선수협 사유화는 불편한 진실이다. 이걸 견제하지 못한 건 이사진이 ‘견제’라는 걸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수협 관계자의 얘기다.

변호사 자문도 궁색한 얘기다. 김 총장이 신규로 채용한 3명의 직원 가운데 한 명은 선수협 자문 변호사가 추천한 인물로 확인됐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갈 건 이 자문 변호사를 영입한 것도 이대호 자신이라는 점이다.

김 총장 선임도 그렇다. 원래 선수협 사무총장은 이사진의 추천을 받은 후보들 가운데 선출한다. 선출의 사전적 의미도 ‘여럿 가운데서 골라냄’이다. 하지만, 취재 결과 김 총장은 추천을 넘어 이미 사전 낙점된 상태였다. 이 과정을 소상히 아는 A 씨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대호 회장이 총회를 앞두고 ‘같이 일하고 싶은 총장이 있다’고 말한 상태였다. 그게 김 총장이었다. 하지만, 선수협 정관상 사무총장은 이사진이 추천한 후보들 가운데 선출하는 것이라, 김 총장을 바로 선임할 수 없었다. 총회 시작하고 이 회장이 ‘추천할 사람이 있느냐’고 물은 것도 솔직하게 말하면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이사진이 아무도 추천하지 않으면서 김 총장이 ‘선출’ 형식으로 새 총장이 됐다.”

- 선수협 사유화, 이제는 제도적 장치 만들 때. 자기들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을 외면하는 대한민국 프로야구 선수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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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협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 각종 광고 게시물로 가득하다. 김 총장은 직원을 3명이나 늘렸지만, 자유게시판은 죽은 사이트처럼 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있다. 선수협 관계자는 “김 총장이 선수협 살림을 맡은 후 선수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던 직원이 퇴사하는 등 기존 직원들의 압박감과 스트레스가 상당했다“고 전했다(사진=엠스플뉴스)



‘고액 판공비’ 논란을 차치해도 이대호는 냉정하게 평가해 실패한 선수협 회장이다. '함량 미달’ 인사를 사무총장으로 선임하면서 선수협 사무국은 분열과 파행을 거듭했다. 코로나19로 위기에 몰린 선수들의 방패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자신이 원했건 원하지 않았건 회장이 된 이상 이대호는 직책에 관한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는 그 직책에 대한 보수도 받았다.

선수협 사유화는 어느 회장이 되도 또 재연될 것이다. 실제로 회장이 바뀔 때마다 선수협은 회장과 회장 지인들의 맛난 식탁이 됐다. 벌써부터 에이전트들이 선수협을 접수하기 위해 ‘대리 선수’를 앞세울 것이라는 우려가 파다하다.

선수협 사유화를 막으려면 회장 권한을 축소하고, 회장 측근들이 전횡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전직 선수협 관계자는 “전임 회장들 시절부터 아무렇지 않게 벌인 온갖 탈법과 불법이 사법기관의 수사를 통해 밝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고생하는 선수들을 앞세워 그들과 그들 지인들이 얼마나 배를 불렸는지 알게 될 것이다. 회장이 바뀔 때마다 멀쩡한 직장에서 쫓겨났던 직원들을 위해서라도 각종 취업 비리가 드러나야 한다”고 목소릴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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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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