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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취재후 Talk] "尹, 정치 안한다 선언하라"는 주호영…차기 주자 마땅치 않은 국민의힘의 자기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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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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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검찰총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에 관한 위엄과 신망을 손상시켰습니다. (중략) 급기야 2020년 10월 22일 대검 국정감사에서 퇴임 후 정치참여를 선언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을 하였으며, 이후에도 대권후보 1위 및 여권 유력 대권 후보와 경합 등 대권 후보 지지율 관련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됨에도 검찰총장으로서 생명과 같은 정치적 중립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진실되고 적극적이고 능동적 조치들을 취하지 아니한 채 묵인·방조하였습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1월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정지를 발표하며 했던 브리핑 내용의 일부다. 윤 총장이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것을 징계청구 혐의의 5번째 항목으로 꼽았다.

■ '정치 참여'로 둔갑한 '국민에 봉사' 발언

윤 총장의 당시 국정감사 발언은 "저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우리 사회의 많은 혜택을 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천천히 생각해보겠다"는 것이었다. 정치의 정자도 안 들어있지만, 정치권은 제각각의 해석으로 들썩였다.

여당은 윤 총장을 '정치검찰'로 규정하고 "옷 벗고 정치권에 들어와 싸우라"(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고 압박했고, 야당은 "검찰 직무에 열중하는 윤 총장을 추 장관이 정치로 끌어내고 있다"(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고 비판했다. "사퇴하고 당당하게 정치판으로 오라. 잘 모시겠다"(홍준표 무소속 의원), "혁신 플랫폼을 함께 하면 좋겠다"(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주장까지 나왔다.

윤 총장이 의도했든 아니든, 현직 검찰총장이 정치권의 중심에 서게됐고, 차기 대선 주자 '빅3'에 드는 기현상까지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23일부터 5일간 전국 18세 이상 2538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윤 총장에 대한 선호도는 19.8%로 나타났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20.6%,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9.4%로 오차범위 내 혼전 양상이다.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1.9%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 야당에서 나온 "정치 불참 선언하라" 제안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오늘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윤 총장을 향해 "정치를 '안 한다'가 아니라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명백히 '선언'해야한다"고 말했다. 그것이 일각의 오해를 불식시키고 "대한민국 법치주의가 살고 검찰의 중립성·독립성이 보장되는 길"이란 것이다.

여론조사에 대해서도 "중립적이어야 할 현직 검찰총장을 대선후보군에 넣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라며 "조사 대상에서 빼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지적했다.

맞는 말 같지만, 따져보면 이상하다. 윤 총장이 '불참 선언'을 해도 이상하고, 안 해도 이상하게 된다.

먼저 여권의 '정치검찰' 프레임에 스스로 말려 들어간다는 점이다. 여권의 비난에 등떠밀려 '선언'을 하는 모양새가 되는 것도 이상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또 그것대로 공격의 빌미가 될 수 있다. 여당은 '야당 원내대표가 정치 불참 선언해보라는데 안 해? 못 해? 그것 봐. 정치 할 생각 있잖아'라며 좋은 공격 소재를 하나 더 갖게 되는 것이다.

또 야당은 그동안 윤 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맞서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높이 평가해왔다. 그런데 뒤집어보면 현직 총장이 '정치 불참 선언'을 해야만 중립성과 독립성이 보장될 것 같은 주장처럼 들린다.

윤 총장과 대검은 이미 올해 초와 8월쯤 언론사와 여론조사 기관에 본인의 이름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했었다. 지난달 26일 국민의힘 3선의 윤영석 의원도 한 라디오 방송에서 "본인의 의사와 다르게 자꾸 언론에서 이걸 조사하다 보니까 이런 문제가 된 것"이라며 "본인은 지금 정치를 하겠다는 그런 정치적인 중립성을 결코 훼손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추 장관의 징계청구 혐의에 총장이 납득하고 숙이는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비춰지지 않겠는가.

다시 상기하자면 추 장관은 ▲정치참여 해석 발언 ▲정치적 중립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진실되고 적극적이고 능동적 조치를 하지 않은 채 (여론조사) 묵인·방조를 문제 삼았다.

더구나 논란이 된 윤 총장의 발언을 국감장에서 끌어낸 것은 국민의힘(김도읍 의원)이었고, 언론을 향해 "정치 가능성을 언급해서 (윤 총장의) 순수성을 왜곡하는 결과를 가지고 온다"며 "그런 질문을 안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한 것도 주호영 원내대표였다.

■ 국민의힘에 '인상여(藺相如)'의 전략과 패기는 있는가

인상여(藺相如)는 기원전 3세기 중국 전국시대 말기 조(趙)나라의 명재상이자 외교관이다. 완벽(完璧), 문경지교(刎頸之交) 같은 고사성어가 그에게서 유래됐다. 그는 대장군 염파(廉頗)와 함께 초강대국인 진나라에 맞서 한치 물러서지 않는 패기로 나라를 지켰다.

진 소양왕은 민지(水변+? 池)에서 주연을 베풀며, 조 혜문왕에게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두드리라며 굴욕을 주려고 했다. 인상여는 칼을 빼들고 "신과 대왕의 거리는 다섯 걸음에 불과합니다. 이 자리에서 제 목을 찌른다면 대왕의 얼굴을 피로 적실 수도 있습니다"라고 일갈했다. 결국 그의 패기에 밀린 진 소양왕은 할 수 없이 본인도 악기를 두드리는 망신을 당한다.

국민의힘은 윤 총장의 지지율 상승 요인을 두고 '현 정권의 실정'에 대한 중도층의 이반과 결집으로 해석한다. 문제는 또 다른 한 축에 국민의힘 요인도 있다는 것이다. 차기 대권 주자들의 지지율이 한 자릿수를 넘지 못하는 '도토리 키재기'인 상황에서 윤 총장을 바라보는 국민의힘의 마음도 복잡할 것이다.

그러나 현 정권에 실망한 민심이 왜 제1 야당에 향하지 못하고, 윤 총장에게 향하는지 되돌아 볼 일이지, 현직 검찰총장에 '정치 불참 선언'을 종용할 일이 아니다. 국민들은 진나라에 당당히 맞선 인상여를 기대하는데, 국민의힘이 그런 인물을 키워내지 못한 것을 반성할 문제다. / 김수홍 기자

김수홍 기자(sho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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