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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외계와 소통 시도했던 거대 전파망원경, 세월 무게 견디지 못하고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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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붕괴된 거대 전파망원경. 아레시보 |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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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년의 세월이 느껴지는 전파망원경. 아레시보 |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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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7년간 외계와 소통을 시도하던 전파망원경. 아레시보 | AFP연합뉴스


[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 지난 57년간 외계와 소통을 시도하던 푸에르토리코의 아레시보 천체관측소 전파망원경이 결국 붕괴했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은 1일(현지시간) 공식 채널을 통해 “푸에르토리코 아레시보 관측소의 지름 305m 망원경이 밤새 붕괴됐다. 부상자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NSF는 “안전이 최우선순위”라면서 붕괴 소식에 애석함을 표시했다.

AP통신과 푸에르토 일간 엘누에보디아 등에 따르면 이날 새벽 전파망원경 상단의 무게 900t 수신 플랫폼이 140m 아래 지름 305m 반사 접시 위로 떨어졌다. 아레시보 망원경은 이미 지난 8월부터 파손이 시작돼 해체가 예고된 상태였는데 결국 스스로 무너져내린 것이다.

아레시보 천체관측소는 카리브해의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의 석회암 채취장에 1963년 건립됐다. 2016년 중국이 지름 500m의 전파망원경 톈옌(天眼)을 건설할 때까지 세계 최대 단일 망원경이었던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은 오랫동안 굵직굵직한 천문학과 천체물리학 연구 성과의 산실 역할을 했다.

학자들은 이곳에서 외계 행성을 연구하고 지구로 향하는 소행성을 추적했다. 아레시보 망원경을 이용한 쌍성 펄서(강한 자기장을 갖고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중성자별) 발견은 노벨상으로도 이어졌다. 많은 예비 천문학자, 물리학자들의 교육 장소로도 활용됐다.

아레시보 망원경은 외계와 교신하려는 인간의 노력에도 큰 역할을 수행했다. 망원경이 수집한 우주 전파 신호를 분석해 외계 생명체를 찾는 프로젝트도 진행됐고 1970년대 미국 칼 세이건 등 천체물리학자들이 외계 생명체에 보내는 ‘아레시보 메시지’를 이곳에서 쏘아 올리기도 했다.

세이건의 원작을 바탕으로 외계와의 소통 시도를 다룬 1997년 영화 ‘콘택트’와 1995년 007 시리즈 ‘골든아이’에도 이곳이 등장했다.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은 반세기 넘게 허리케인과 지진 등을 견뎌왔지만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는 못했다.

지난 8월 망원경을 지탱하던 보조 케이블이 끊어져 반사 접시 위에 떨어지며 구면 일부가 파손됐다. 11월에 메인 케이블마저 끊어지자 NSF는 더는 복구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해체 결정을 밝혔다.

망원경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전 세계 과학자 등이 NSF의 해체 결정을 뒤집어 달라는 청원에 나서기도 했다. 관측소에서 26년간 근무한 조너선 프리드먼은 이날 AP통신에 “우르릉 소리를 듣고 무슨 일인지 알아차렸다. 정신없이 비명을 질렀다”고 붕괴 당시를 설명하며 참담한 심정을 전했다. 천문학자인 카르멘 판토하 푸에르토리코대 교수는 “엄청난 손실이다. 아레시보 망원경은 내 삶의 한 챕터였다”고 표현했다.
pur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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