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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법원, 김기춘 사건 판결 인용하며 "검찰총장, 장관에 맹종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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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theL] 서울행정법원, 윤석열 총장 직무배제 명령 집행정지 신청 인용…임시 직무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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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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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장관 명령으로 직무에서 배제된 윤석열 검찰총장을 일단 복귀시켜야 한다는 이번 법원 결정은 행정부의 검찰총장 통제는 반드시 필요한 경우,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선언을 재확인했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지난 국정감사 때부터 말이 많았던 '검찰총장은 법무장관의 부하냐'는 문제도 이번 결정으로 더이상 입씨름할 필요가 없게 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조미연)는 윤 총장이 추 장관이 내린 직무배제 명령의 효력을 일시정지 시켜달라며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이에 따라 추 장관의 직무배제 명령은 1심 본안 사건 판결 후 30일까지 효력이 정지됐고, 윤 총장은 즉시 업무에 복귀했다.

이번 사건에서 재판부는 행정부가 검찰총장을 통제할 필요가 있지만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한해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검찰총장이 법무장관에게 예속될 때 검찰독립, 정치중립은 깨질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재판부는 "대한민국 법체계는 검사에게 부여된 막중한 권한이 공정하게 행사되도록 하기 위해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 특히 검찰청이 소속된 법무장관으로부터도 최대한 간섭받지 않고 행사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구체적 사건과 관련해 법무장관이 직접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은 검찰총장으로 한정돼 있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검찰총장이 법무장관의 지휘감독권에 맹종할 경우 검사들의 독립성과 정치중립성은 유지될 수 없다. 결과적으로 법무장관은 검찰총장을 통해 모든 검사를 지휘감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입법자는 검찰총장으로 하여금 부당한 정치권력에 휘둘리지 않도록 임명 전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통해 철저히 검증하고 일단 임명되고 나면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임기를 보장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법무장관의 검찰, 특히 검찰총장에 대한 구체적인 지휘감독권의 행사는 법질서 수호와 인권보호, 민주적 통제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 최소한에 그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올해 1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사건 판결에서 선언했던 내용이다. 문재인정부 청와대가 김 전 실장의 문화계 블랙리스트·화이트리스트 사건과 관련된 내부보관 문건을 특별검사팀에 넘겼고, 2심은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사용했다. 이를 두고 특검이 정치중립성을 지키지 못했다는 논란이 생겨 전원합의체가 판단을 맡았다.

이 사건에서 다수의견은 행정부로부터의 검찰독립, 정치중립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고 이는 특별검사도 마찬가지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문재인정부 청와대가 특검에 내부문건을 넘겨 유죄의 증거로 쓰게 한 것은 검찰의 정치중립성을 해치는 일이라면서 관련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날 윤 총장 사건을 맡은 재판부도 이 판결을 인용했다.

이번 집행정지 사건에서 추 장관 측은 직무배제 명령을 취소하면 법무장관의 인사권이 침해받는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의 관계 및 지휘감독권의 성격에 비춰볼 때 직무집행정지 권한행사의 대상이 검찰총장인 경우 그 재량권 행사는 더욱 예외적으로 보다 엄격한 요건 하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검찰총장이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고 임명 과정에서 국회 인사청문을 통해 검증이 이뤄진다는 것을 고려하면 검사징계법이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권으로까지 전횡되지 않도록 그 필요성이 더욱 엄격히 숙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대가 검찰총장이라면 법무장관의 인사권은 더욱 신중히 행사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재판부는 검찰청법에서 검찰총장의 임기 2년을 보장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윤 총장의 직무집행정지가 지속될 경우 임기 만료 시까지 직무에서 배제돼 사실상 윤 총장을 해임하는 것과 같은 결과에 이른다"며 "이런 결과는 검찰독립, 정치중립을 보장하기 위한 검찰청법 등 관련 법령의 취지를 몰각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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