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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의 법사위행 비판하자, 피고 만든게 잘못이라는 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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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의 국회 법제사법위 보임(지난달 30일)에 따른 이해충돌 논란이 커지고 있다.

법사위는 법원·검찰 등 사법당국을 피감기관으로 둔 상임위다. 사법기관을 견제·감시하고 예산을 심의하는 권한을 가진다. 법안·예산의 생살(生殺)여탈권을 쥔 법사위원은 현직 대법관인 법원행정처장에게 “살려달라고 한번 하시라”(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런데 최 의원은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경력서를 발급한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됐다. 개인 비리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이 공소유지 중인 검찰과 재판 결과를 좌우하는 법원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리로 옮겼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승인했고, 여당이 묵인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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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업무방해 사건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그는 법무법인 청맥 소속 변호사로 재직하던 2017~2018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게 인턴경력서를 두 차례 허위로 발급해 준 혐의를 받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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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의원을 보임시키기 위해 법사위에서 사임한 같은 당 김진애 의원은 1일 페이스북에 “최강욱 의원이 법사위로 사·보임하자마자 일제히 이해충돌 운운하며 공격하는 보수 언론들. 누가 피고인으로 만들었냐”는 글을 올렸다. 최 의원에 피고인 신분을 씌운 건 그들이 ‘개혁’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검찰이기 때문에 부당하고, 이해충돌 논란 역시 반대 세력의 정치공세란 주장이다. 최 의원이 이 사건을 대하는 태도는 그가 지난 6월 재판 도중 갑자기 피고인석에서 일어나 기자간담회 일정이 있으니 재판을 멈춰달라고 요구한 것에서 엿볼 수 있다.

최강욱·김진애 두 의원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기 전 국회의 관례는 크게 달랐다. 국회의원이 사법적으로나 재산상의 이해충돌 우려가 있을 때 관련 상임위를 회피해 왔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비난의 대상이 됐다. 2014년 10월 세월호 참사 유족의 대리기사 폭행사건에 연루됐던 김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의원은 기존 안전행정위에서 외교통일위로 사·보임됐다. 문희상 당시 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경찰청 국정감사를 안행위가 하는데, 수사를 받는 김 의원이 수사 주체를 감사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2017년 2월 법사위 야당 간사였던 김진태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법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자 사·보임을 요구하며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상태라 법사위 활동은 이해관계와 충돌된다”(박완주 당시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유를 들었다. 2018년 2월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 사건에 연루된 자유한국당 소속 권성동 의원의 법사위원장직 사임, 염동열 의원의 국회 사법개혁특위 위원직 사임을 요구한 것도 민주당이었다. 지난해 이른바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기소된 자유한국당 소속 여상규 법사위원장이 재경지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해당 사건은)정치의 문제이니 검찰이 손댈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을 때 민주당은 그를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하며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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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7일 서울고검, 서울중앙지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상규(오른쪽)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자신이 고발된 패스트트랙 사건의 수사와 관련, 송삼현 서울남부지검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머리를 손에 괸 채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는 표창원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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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민주당이 최 의원의 법사위 보임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법사위에 참석한 최 의원에게 “환영한다”고 말했다. 최 의원의 법사위 보임을 묵인한 박병석 국회의장은 바로 전날(지난달 29일)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자”며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국회법 개정의견을 냈다.

정치권에선 최 의원을 검찰 때려잡는 ‘칼잡이’로 활용하려는 민주당의 무리수란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개혁 입법’과 관련해 집권여당이 하기 부담스러운 다소 과격하고 급진적인 주장을 열린민주당이 대신 해주지 않느냐”고 말했다.

최 의원은 21대 국회 출범 초 법사위 지원 사실이 알려지자 “재판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법사위에 지원한 거 아니냐고 묻는데 굉장히 부적절한 질문이고 부적절한 해석”이라고 항변했다. 그가 개인 비리 혐의를 쓴 채 법사위원으로 활동하는 한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냐” “이해충돌 끝판왕”이라는 지적은 계속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법사위에서 제 나름의 소임을 다하고 싶다”는 최 의원의 ‘꿈’은 혐의부터 벗은 뒤 꿔도 늦지 않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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