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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법원 “검찰총장이 장관에 맹종하면 검찰 독립성 유지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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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직무복귀]

조선일보

정세균 국무총리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독대를 마친 후 국무회의으로 이동하고 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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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1일 결정은 문재인 정권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앞세워 밀어붙인 ‘검찰 개혁’에 사실상 조종(弔鐘)을 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법원 관계자는 “사상 최초로 현직 검찰총장의 직무를 정지시킨 추 장관의 폭압적 행태에 대해 법원이 검찰 독립성 침해라는 첫 사법적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 4부(재판장 조미연)은 1일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직무집행정지 효력을 중단해 달라며 낸 사건의 결정문에서 “직무집행정지 처분이 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한 검찰청법 취지를 몰각(沒却·아주 없애버림)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가 임시 처분인 ‘집행정지’ 사건에서 이같이 단호한 판단을 담은 건 파격적이란 평가다.

재판부는 결정문 7쪽(표지 포함 9쪽) 중 절반 가까운 3쪽에 걸쳐 검찰의 독립성, 중립성을 언급했다. 재판부는 “대한민국의 법체계는 검사의 수사 및 공소 제기 권한이 공정하게 행사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총장으로 하여금 부당한 정치권력에 휘둘리지 않도록 임명 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검증하고, 임명되고 나면 임기를 보장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관계는 상·하급자가 아니라 독립된 두 기관장에 가깝다고 봤다.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지휘 감독권에 맹종(盲從)할 경우 검사들의 독립성과 중립성은 유지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관의) 직무 정지 권한 행사의 대상이 검찰총장인 경우, 재량권의 행사는 더욱 엄격한 요건 하에 행사돼야 한다”고 했다. 변호사들은 “한마디로 ‘검찰총장은 법무장관의 부하가 아니라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재판부는 직무집행정지로 윤 총장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것에 대해선 “금전 보상이 불가능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징계 처분이 예정돼 있다고 하더라도 징계 절차가 최종적으로 언제 종결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집행정지 필요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도 했다. “이틀 뒤 징계 처분이 내려지면 직무집행정지 처분이 의미가 없어진다”는 추 장관 측 주장과 정반대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번 결정은 윤 총장의 직무 정지만 판단했지만, 향후 법무부가 윤 총장을 징계할 경우 제기될 수 있는 징계 취소 소송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재판부가 ‘판사 사찰’ 등을 사실로 받아들였으면 저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라며 “수차례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며 총장 직무까지 정지시킨 추 장관에 대한 ‘불신’이 반영된 결정”이라고 했다.

[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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