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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김광일의 입] 문재인·추미애는 ‘왜’ ‘지금’ 윤석열 목을 조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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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하 원칙. 여러분 많이 들어보셨을 것이다. 기자들이 기사를 작성할 때 꼭 지켜야 하는 원칙이 바로,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이 여섯 가지 팩트가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중 기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왜?’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이것은 어차피 나오게 돼 있다. 가령 예를 들어보겠다. 누가? 추미애가, 언제? 지난 11월24일, 무엇을? 윤석열 검찰총장을, 어떻게? 직무정지 한다, 고 했다. 여기까지 다섯 가지에 대해서는 팩트 체크에 여당도 야당도 그 누구도 서로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 그냥 팩트다. 그런데 6하 원칙 중 여섯 번째, 바로 왜? 왜 그랬을까? 하는 부분에서 선명하게 갈리기 시작한다. 여기에 사태의 본질이 숨어 있고, 정권의 아킬레스건이 들어 있다고 봐야 한다.

대통령 문재인, 법무장관 추미애, 두 사람은 왜 이럴까. 도대체 왜 그럴까. 작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조국 사태 때, 그리고 대통령 이름이 수십 번이나 거론되고 있는 울산 시장 선거 청와대 개입 사건 기소 때, 윤미향 사태 때, 라임 사태 옵티머스 사태에 여권 유력 인사의 개입 의혹 때도 검찰에 대해 비교적 숨고르기를 했던 문재인 청와대와 추미애 법무부는 왜 연말에 다가가면서 갑작스럽게 윤석열 검찰총장의 목을 조르듯 서두르는 것일까.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의 대립 갈등이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벌써 1년 가까이 진행되어 오던 일인데, 그런데 왜 갑자기 지난 11월24일 오후6시5분 추 장관은 법무부도 아닌 검찰 기자실에 와서 윤 총장의 직무 정지를 명령한다고 발표했을까. 지난 11월24일 전후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문재인 청와대와 추미애 법무부는 번개 불에 콩 볶아 먹듯, 아니면 뭔가에 화들짝 놀라거나 마치 불에 덴 어린아이처럼 서둘러서 이렇게 윤 총장의 목을 조르고 있는 것일까.

알고 봤더니 문재인 정권의 결정적인 아킬레스건이 바로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이었기 때문이었다. 최재형 감사원장의 감사 보고 발표로부터 시작된 이 사건은 ‘탈원전’을 대표 정책으로 내건 문재인 정권의 존립 근거를 위협할 만큼 대형 비리 의혹을 사고 있었는데, 이 사건 수사가 대전지검으로 넘어간 순간부터 문재인 청와대가 추미애 법무무가 초긴장하면서 11월24일을 디데이로 삼아 윤 총장 해임 시나리오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어제오늘 밝혀진 보도에 따르면 대전지검 형사5부 이상현 부장 검사가 감사원 감사 도중 심야에 사무실에 몰래 들어가 파일 444개를 지워버린 산업부 공무원 등을 구속하겠다고 했지만 대검 반부패부가 계속 승인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신성식 대검 반부패부장은 대표적인 ‘문재인 검사’로 알려진 사람이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 때 채널A 기자 녹취록에도 없는 내용을 KBS에 흘려줘 오보를 유발시킨 장본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대전지검은 지난11월5일 산업부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미 감사원이 이첩한, 거의 판결문 수준에 가까울 만큼 완벽하게 범죄 혐의 사실을 적시한 ‘수사 참고 자료’ 7000쪽 분량을 갖고 있었고, 그에 따른 증거인멸 수사가 급진전됐으며, 마지막으로 결정적인 것은 산업부의 핵심 인사 휴대전화 등에서 청와대 윗선 보고체계 과정을 수사할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 고위 간부가 청와대에 보고하는 시스템과 내용을 확보했다는 것은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 수사와 관련해서 대전지검의 칼날이 청와대 턱밑까지 파고들었다는 뜻이다. 드디어 정권의 아킬레스건을 찌른 것이다.

우리가 추정컨대 이때부터 문재인 청와대와 민주당 지도부와 추미애 법무부에는 초비상이 걸렸을 것으로 보인다. 11월 셋째 주 대전지검은 서울에 있는 대검찰청에 “산업부 공무원 전·현직 국장급 인사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대검 반부패부는 “구속 필요성 판단을 위해 내부 수사 기록도 보고하라”고 지시한다. 사실상 보완 지시를 한 것인데, 이것은 대검 반부패부가 대전지검에 브레이크를 걸어 ‘지연작전’을 시작한 것이라고 보는 분석이 많다. 왜냐하면 한 검찰 간부가 말했듯 “수사 방향은 현장의 지검장이 결정하는 것이지 반부패부가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 뒤 대검 반부패부는 이런 내용을 윤석열 총장에게 보고했고, 윤 총장도 “참모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보강 수사 후 11월 넷째 주에 구속 영장을 청구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지난 11월23일 대전지검은 수사를 보강해서 대검에 “내일 영장 보고서 보내겠다”고 보고했다. 자, 여기가 중요한 대목이다. 11월23일 대전지검은 내일, 그러니까 11월24일 서울에 있는 대검찰청에 산업부 국장급 공무원 구속 영장에 관한 최종 보고서를 올리겠다고 했는데, 11월24일 오후6시5분 추미애 법무장관은 기자들에게조차 불과 30분 전에 공지하는 기습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총장의 직무 정지 및 징계 청구를 발표했다.

정말 전광석화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얼마나 다급했으면 이런 무리수를 두지 않을 수 없었을까, 하는 갖가지 추측을 갖게 만드는 기습 발표를 추미애 장관은 한 것이다. 직무집행 정지 명령은 그 순간부터 발효되는 것이어서 윤석열 총장의 직무는 11월24일 오후6시 무렵부터 즉각 정지됐던 것이고, 그날 퇴근한 윤 총장은 지금 출근하지 못하고 집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며, 대전지검이 청구하려던 영장은 완전 실종된 상태에 빠져버린 것이다.

지금 돌아보면 감사원의 감사 발표가 있고, 대전지검이 압수수색을 실시한 뒤로 청와대, 민주당, 법무부가 다급하게 움직인 흔적들이 보인다. 그중 가장 두드러졌던 것이 문 대통령의 복심 중에 복심이라는 윤건영 민주당 의원이 지난11월14일 “검찰은 선을 넘지 말라”고 경고했던 순간이었다. 그러자 이틀 뒤인 11월16일 대전지검은 “월성 1호기 관련 수사는 원전 정책의 당부(當否)(옳고 그름)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는 반박 입장문을 냈던 것인데, 아무튼 민주당 윤건영 의원의 “선을 넘지 말라”는 경고 이후 검찰 수사는 한없이 더뎌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더더욱 수상쩍은 일이 벌어졌다. 추미애 법무장관이 윤석열 총장을 전광석화처럼 직무 정지 시킨 11월24일 다음 날인 11월25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난데없이 산업부를 격려 방문한다. 그리고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의 행동부대 역할을 했던 산업부에게 오히려 상(賞)을 주는 극히 이례적인 행동을 한다. 정 총리는 산업부 직원들에게 “어깨를 펴라”면서 ‘적극 행정 접시’라는 것을 돌렸다. 행사장의 산업부 직원들은 이런 정 총리를 박수로 열렬히 환영했고, 영상물을 통해 정 총리를 “영원한 선배님”으로 부르기도 했다.

문 정권이 제시한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사유는 하나같이 터무니없고 절차는 불법적이다. 징계하겠다고 먼저 발표하고 그 이후에 징계 사유를 찾겠다며 대검 사무실을 압수수색할 정도다. 왜 이렇게 앞뒤도 없이 서두르는지, 왜 이토록 막무가내인지 많은 국민이 궁금해 하셨을 것이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월성1호기 조작에 관한 수사를 막기 위해 급작스럽게 윤 총장을 제거하려다 이번 주 ‘평검사 100% 참여’의 검란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문정권이 ‘월성 1호 조작’ 수사에 이토록 민감한 것은 바로 문 대통령 본인이 관련됐기 때문이다. 이 터무니없는 조작의 출발점은 “월성 1호기는 언제 폐로하느냐”는 문 대통령의 채근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한마디로 빨리 폐쇄하라는 것이었다. 그 후 멀쩡한 월성 1호기를 조작으로 폐쇄해서 7000억 원을 날리고 생산할 수 있었던 양질의 전기까지 없앴다.

이에 대한 대전지검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어떤 결정적인 증거가 포착됐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산업부 간부 공무원이 청와대에 보고하는 시스템일 수도 있다. 혹은 구체적인 대화가 포착됐을 수도 있다. 문재인 청와대와 추미애 법무부가 이 수사를 중단시키는 방법은 윤석열 총장을 해임시키고 대전지검 수사팀을 공중 분해시키는 수밖에 없다고 본 것이다./

[김광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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