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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호텔개조 주택, 1인용 적합하지만 3~4인용 전세대책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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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쳐 가는 '주거사다리'…애초 '전세대책' 아냐

"정책 나오기도 전 언급된 '호텔임대'가 빚은 촌극"

뉴스1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대학생·청년의 주거안정을 위해 청년 맞춤형 공유주택 ‘안암생활’을 공급하고 지난달 30일부터 입주를 시작했다고 1일 밝혔다. © News1 안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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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전형민 기자 = 정부가 전세대책 중 하나로 내놓은 호텔 리모델링 주택이 모습을 드러냈다.

도심 역세권 입지와 사회적 트렌드로 자리 잡은 공유경제를 접목하는 등 신선한 시도가 돋보였지만, 전세난을 해결할 대책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1일 '안암생활'을 공개했다.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 위치한 구 리첸카운티 관광호텔을 리모델링한 청년주택이다.

지하철 1·2호선 환승역인 신설동역에서 걸어서 7분 거리 대로변에 있어 '도심 역세권'으로 불린다.

깔끔한 외관과 무인우편·택배함 등 편리하고 세련된 시설, 공유 주방·세탁·오피스 등 최근 트렌드인 공유경제를 발 빠르게 접목했다. 보증금 100만원에 월 27만~35만원으로 주변 시세보다도 저렴해 입주자 모집결과 경쟁률 2.31대 1을 기록했다.

이러한 장점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호텔 임대주택이 호텔거지를 양산한다'는 지적에 안암생활을 거론하고 "현장에 가보면 청년에게 굉장히 힘이 되는 주택을 공급한다는 걸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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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대학생·청년의 주거안정을 위해 청년 맞춤형 공유주택 ‘안암생활’을 공급하고 지난달 30일부터 입주를 시작했다고 1일 밝혔다. © News1 안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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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막상 공개된 안암생활은 청년 1인 가구를 위한 '주거 사다리' 역할은 할 수 있지만, 전세난 해결을 위한 대책으로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호텔 리모델링을 통한 전·월세 공급은 기존 호텔 객실의 구조적 한계 때문에 1인 가구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현재 전세난의 상당수가 3~4인 가구에서 발생한다.

전세대책 발표당시에도 김현미 장관은 "호텔 리모델링은 이번에 공급하겠다는 전체 전세 물량의 3%에 해당하는 아주 작은 부분"이라며 "LH가 직접 사업을 하는 방식을 추진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안암생활을 전세대책에 넣기도 애매하다. 기존 호텔 객실로 쓰이던 공간을 리모델링 하다 보니 '청년 1인 가구'로 그 대상이 특정된다. 5평 남짓(13~17㎡)한 공간의 주거공간은 2인이 생활하기에도 비좁다. 입주자가 혼인 등으로 동거인이 생겨 2인이 거주하게 경우 거주 자격도 박탈한다.

주거 공간에 부엌이 포함되지 않았다. 사실상 비즈니스호텔과 다르지 않은 구성 때문에 '고급 기숙사' 이상의 역할을 하기 어렵다.

또 안암생활이 지난달 19일 정부가 내놓은 11만4000가구 전세대책에 포함되지 않는 별개의 청년공공임대 사업이다.

실제로 안암생활은 정부가 대책을 발표하기 훨씬 전인 올해 8월 사업자 공모를 진행했다. 전세대책 발표 전 이미 공급이 확정된 주택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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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 News1 신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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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정부의 전세 대책 중 호텔임대가 정치권에서 거론되면서 극단적으로 부각되면서 빚어진 촌극"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정책을 내기도 전에 '호텔임대'가 여당 대표의 입에서 튀어나오며 부각되자, 이미 공급이 예정된 과거 정책을 급하게 끼워 넣은 것이라는 비판이다.

한편 이날 행사 진행을 맡은 박세영 LH 사회주택선도사업추진단장은 "아직 전세대책에서 언급된 호텔임대 관련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며 "이달 중 사업설명회를 열고 나면 대략적인 공급물량을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maveric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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