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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바이든 행정부 '경제 방향타'도 여성이 쥔다…성장보다 공정에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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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옐런 재무장관 등 경제팀 6명 공식 지명

여성이 4명…백인 3명, 흑인 2명, 남아시아계 1명

공화당과 마찰 텐던 예산국장 상원 인준 난항 예고

"노동자 권리와 소득 불평등 해소에 초점 맞춘 팀"

재정지출 확대, 최저임금 인상, 노조 강화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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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닛 옐런 재무장관 지명자.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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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30일(현지시간) 재닛 옐런(74)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재무장관에 공식 지명했다.

부처 간 정책과 예산을 조율하는 백악관 관리예산국(OMB) 국장에 인도계 미국인인 니라 탠던(50) 미국진보센터(CAP) 대표를,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에 세실리아 라우스(56) 프린스턴대 우드로윌슨스쿨 학장을 임명하는 등 경제팀 고위직 6명 인선을 발표했다.

첫 여성 재무장관을 포함해 지명자 6명 중 4명이 여성이다. 인종별로도 백인 3명, 흑인 2명, 남아시아계 1명으로 바이든 내각의 키워드인 '다양성'이 여지없이 적용됐다.

경제 운용에선 노동자 권리 강화, 분배와 공정한 기회를 강조하는 진보적 시각을 대변하는 이들이 주축이다. 재정지출을 확대해 실업률을 낮추는 데 집중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에 부닥친 저소득층의 안전망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바이든 당선인은 경제팀을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은 지역사회를 돕고, 우리 경제의 구조적 불평등을 해결할 팀"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모든 미국인이 일 한 대가로 적정한 보수를 누리고, 성공으로 가는 균등한 기회를 갖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도자료에서도 인수위는 경제팀 임무를 "미국인 한 명 한 명 모두 성공할 수 있도록 공정한 대우와 동등한 기회를 주는 경제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공정(fair)이란 단어는 2번, 평등(equal), 불평등(inequality), 불공평(inequities)은 모두 8번 등장한다. 성장(growth)이 3번에 그친 것과 대조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옐런과 탠던, 라우스 지명자 모두 근로자 소득 증대와 인종·성별에 따른 경제적 격차 해소에 주력해 왔다며 바이든 행정부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유급 휴가 확대, 노조 강화 정책이 시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옐런 지명자는 상원 인준을 통과하면 재무부 232년 역사에서 첫 여성 장관이 된다. 경제 이론은 물론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CEA 위원장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Fed 의장을 맡아 거시 경제를 다룬 경험도 풍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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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라 탠던 백악관 관리예산국(OMB) 국장 지명자.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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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인선에서 특히 눈길을 끈 인물은 탠던 백악관 관리예산국(OMB) 국장 지명자다. OMB는 대통령의 정책이 제대로 구현되는지 검토하고, 예산과 정책을 조율하는 막강한 자리다.

탠던은 인도에서 이민온 부모가 다섯살 때 이혼하면서 싱글맘 손에 컸다. 식량 배급표로 끼니를 때우고 저소득층 주거시설에서 살았던 '흙수저' 출신임에도 UCLA와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버락 오바마 대선 캠프에서 국내정책 국장을 지냈고, 건강보험 개혁법 '오바마 케어' 수립에 참여했다. 이후 진보성향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CAP) 대표로 일하며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안전망과 복지 강화를 강조해왔다.

지난 2월 강연에서 "소득 불평등은 보수 진영이 수십년간 노조 결성 권리를 방해한 결과"라면서 "노동자 계급을 중산층으로 끌어올리고 유지하는 데 있어 노조는 강력한 도구"라며 노조 강화 뜻도 밝혔다.

텐던이 상원 인준을 통과하면 OMB 국장에 오르는 첫 유색인종 여성이자 첫 남아시아계 미국인이 된다. 하지만 인준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트위터에서 공화당 의원들을 대놓고 공격하고, 심지어 급진파인 버니 샌더스 진영과도 충돌하는 등 적이 많다는 평가다.

텐던의 지명 소식에 공화당 톰 코튼(아칸소) 상원의원은 "철저하게 증오와 좌파 사상에 기울어져 있는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같은당 존 코닌(텍사스) 상원의원도 텐던의 트위터 발언 등을 언급하며 "전투적이고 모욕적인 발언들이 험란한 길을 자초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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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리아 라우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 지명자. [사진 바이든 인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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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리아 라우스 CEA 위원장 지명자는 교육과 노동시장, 평등한 경제정책을 연구해 온 노동경제학자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CEA 위원을,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가경제위원회(NEC) 소속 대통령 특별보좌관으로 활동했다. 하버드대 학부를 나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인준되면 CEA 74년 역사상 첫 흑인 의장이 된다.

CEA 위원에 지명된 재러드 번스타인과 헤더 부쉐이는 바이든 대선 캠프에서 경제를 자문하면서 연방 최저임금 인상 등 근로자 권리와 노동권 강화 정책을 추진해왔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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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러드 번스타인 CEA 위원 지명자.



번스타인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바이든 부통령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냈다.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보좌관으로도 일했지만, 경제학이 아닌 사회복지학 박사학위(컬럼비아대)를 가진 이색 경력 소유자다.

바이든 인수위는 그를 "사회복지사 출신으로, 일하는 미국인을 위해 기회를 확대하는 경제정책을 오랫동안 고안한 뚜렷한 기록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맨해튼음대를 거쳐 헌터칼리지에서 사회복지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번스타인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바마 경기 부양안 설계자로 막대한 재정을 지출하면 실업률이 곧 떨어질 것이라고 했지만 결국 틀렸다"고 지적했다. 2009년 1월 번스타인은 이듬해 가을이면 실업률이 7%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지만, 2013년 11월에나 7% 아래로 내려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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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더 부쉐이 백악관 경제자문회의(CEA) 위원. [사진 바이든 인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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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쉐이 CEA 위원 지명자는 오랜기간 바이든에게 경제를 자문했다. 2013년 비영리기구 '공정한 성장을 위한 워싱턴 센터'를 설립해 대표를 맡고 있다. 경제 성장에서의 구조적 불평등이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온 전문가다.

지난 3월 탠던 OMB 국장 지명자와 공동기고문에서 "연방정부 재정 지출이 큰 폭으로 늘더라도 코로나19 경기부양 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선 발표 직후 트위터에 "가정과 일이 경제에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도록 하는 연구를 평생 해왔다"면서 "이 같은 시각을 CEA에 반영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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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리 아데예모 재무부 부장관 지명자.




월리 아데예모 재무부 부장관 지명자는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가 설립한 오바마재단 대표다. 경제와 국가안보, 두 분야 모두 경험이 깊다고 인수위는 소개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선임 국제경제보좌관을 비롯해 국가안보 부보좌관, NEC 부의장, 소비자금융보호청 초대 비서실장 등을 거쳤다.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나 캘리포니아에서 자랐으며, UC버클리 학부를 거쳐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인준되면 첫 흑인 재무부 부장관이 된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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