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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20년 전 북송된 '비전향 장기수', 그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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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100세 비전향 장기수 생일 챙겨…전쟁노병 대우도

송환되지 못한 '강제 전향자'에는 남북 모두 침묵

뉴스1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0일 비전향장기수로 지난 2000년 고향으로 돌아갔던 장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보낸 100세 생일상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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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정근 기자 = 북한이 '비전향 장기수' 장호씨의 100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보도를 내보내 눈길을 끌었다. 장씨는 지난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을 계기로 북송된 63인의 비전향 장기수 중 한 명이다.

비전향 장기수란 사상전향을 거부하고 복역을 택한 인민군 포로나 남파간첩 등을 말한다. 이들은 남한에서 평균 30년 정도의 감옥살이를 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전날인 11월30일 자 신문 5면에 '신념을 지켜 싸운 전사의 삶은 태양의 품속에서 이렇게 빛난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9일 장씨에게 100세 생일상을 보냈다고 전했다.

신문은 "장호 동지를 비롯한 60여 명의 비전향 장기수들이 조국의 품에 안겨 누리는 행복은 그대로 시이고 노래"라며 비전향 장기수들이 당으로부터 받는 혜택을 부각하며 체제 선전에 나섰다.

아울러 과거 함께 북송된 비전향 장기수들을 '통일애국투사'로 칭하며 "꺾이면 꺾일지언정 굽히지 않는 백절불굴 정신력의 강자들"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모두 다 불굴의 통일애국투사들처럼 그 어떤 천지풍파가 닥쳐온대도 충성의 한길에서 변함없는 신념의 강자가 되자"라고 당에 대한 충성심을 촉구하는데 이들을 활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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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을 계기로 북송된 비전향 장기수 최선묵씨. ('우리민족끼리TV' 갈무리)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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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TV'도 29일 '신념의 생은 푸르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싣고 북한에서 행복한 여생을 보내고 있는 비전향 장기수들을 조명했다.

매체는 지난 7월 제6차 전국노병대회를 맞아 양덕온천문화휴양지에서 휴양을 즐기고 있는 비전향 장기수들의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또 홍명기(91)·리경구(90)·최선묵(92)·한장호(97)·박문재(98) 등의 고령의 비전향 장기수들의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혹은 "아직 정정하다"라는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당의 은덕 아래 장수를 누리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남한은 지난 1993년 3월 비전향 장기수 이인모씨의 첫 북송 이후 5년 뒤인 1998년 전향 제도 자체를 폐지하게 된다. 이후 2000년 9월2일 송환을 원하는 63명의 비전향 장기수를 북한으로 보낸다.

다만 북한으로 돌아가지 못한 '강제 전향자'들이 송환을 원하고 있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고문 등에 의해 마음과 달리 강제 전향을 택했던 이들은 지난 북송조치에서 '전향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명단에서 이름이 빠졌다. 서류상 전향자일 뿐이지만 진심을 인정받지 못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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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으로 송환을 원하고 있는 '강제 전향자' 박희성씨의 모습. ('BBC News 코리아' 갈무리)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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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BBC News 코리아'는 '가족 한번 보고 죽는 게 소원, 북송 바라는 백발의 장기수들'이라는 기사를 싣고 "현재 국내에는 송환을 바라는 비전향 장기수 13명이 생존해 있다"라고 보도했다.

28세에 남파간첩으로 투옥돼 27년을 감옥에서 보낸 장기수 박희성씨(86)는 "우리는 거기(북한) 들어가서 무슨 대우를 받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가족들 한 번 만나보고 죽는 것이 소원이니까, 얼굴 보고 그 이튿날 죽어도 나는 소원이 없다"라고 심정을 고백했다.

이들은 현재 남한에 가족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서울 갈현동 '만남의 집'이나 제기동 '민중 탕제원', 봉천6동 '만남의 집' 등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다.
carro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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