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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日코로나보다 극단 선택으로 죽은 사람 더 많다…자살률 급증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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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현지A 기자]

머니투데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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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최근 일본에서는 자살률이 급증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30일(현지시간) CNN이 보도한 일본 정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0월에만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2153명으로 2015년 5월 이래 월별 자살 건수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7일 기준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 2087건을 앞선 수치다.

CNN은 최근 증가한 일본 자살률이 코로나19로 인한 실업, 육아 등에서 오는 우울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은 월별 자살률을 발표하는데 선진국 중에서도 자살률을 매시기마다 공개하는 나라는 드물다. 미국은 2018년 이후 통계자료를 내놓지 않고 있다. 그 만큼 일본의 자료는 어느 집단의 정신 건강이 전염병 대유행(팬데믹) 상황에서 취약한지 파악할 수 있는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와세다대 미치코 우에다 교수는 "일본은 락다운도 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코로나19의 영향이 적은데도 자살률이 증가한 것으로 볼 때, 코로나19의 피해가 심각한 다른 국가들은 일본보다 자살률이 훨씬 많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은 서태평양 지역에서 한국 다음으로 자살률 2위인 국가지만 최근 10년간 자살률은 연 2만 명 아래로 하락하는 추세였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반등하기 시작했고 증가세는 특히 여성에게 집중되고 있다. 여성의 자살률은 작년 10월에 비해 올해 10월 83% 증가했으며 남성의 경우 같은 기간 22% 증가했다.

CNN은 호텔, 식당 등 여성 시간제 노동자의 비중이 큰 서비스업에서 코로나19로 정리해고가 일어나자 이들의 심리적 고통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했다.

생활고로 4번이나 자살을 결심했던 에리코 코바야시는 "주위에 일자리를 잃은 친구들이 많다"며 "일본 사회는 여성을 무시하고 위급 상황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끊어낸다"고 토로했다.

생활고뿐만 아니라 직장을 유지하는 여성도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에 대한 육아는 오롯이 여성이 떠맡아야 하며 코로나19로 아이들의 건강을 더 신경써야 하기 때문이다.

'아나타 노 이바쇼(당신을 위한 곳)'라는 24시 정신 건강 핫라인을 운영하는 코키 오조라(21)는 하루 평균 200건이 넘는 통화 중 대부분이 여성이라고 밝혔다.

오조라는 "발신자 대부분이 아이를 키워야 하지만 직장을 잃어 돈이 없고 자살을 시도한 적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친부로부터 성폭행을 당하거나 남편에게 폭행을 당하는 여성들의 신고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내용의 전화가 많아지는 이유가 팬데믹으로 학교나 친구 집처럼 '도망칠 곳'에 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오조라는 그러면서 "일본 내 정신 질환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일이 시급하다"며 "정부는 생계 지원 정책을 늘리고 자살률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현지A 기자 local91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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