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관계사 발굴작업' 추진…2년 성과발표 심포지엄 개최
교황청도서관 소장 한국 천주교회 문서 |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2023년 '한국-바티칸 시국' 수교 60주년을 앞두고 추진해온 '한국-교황청 관계사 발굴사업'이 하나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30일 주교회의에 따르면 이달 27일 서울 광진구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열린 '한국-교황청 관계사 발굴사업' 학술 심포지엄에서는 지난해부터 추진된 이 발굴사업의 성과가 소개됐다.
이 자리에서 새남터 한국교회사아카데미의 서종태 박사는 '교황청 도서관 필사본실 소장 한국 천주교회 문서의 실체에 대한 연구'를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여기서 '한국 천주교회 문서'란 가로 약 1천700㎝, 세로 39.5㎝ 크기의 두루마리 한지 문서를 말한다. 제7대 조선대목구장 블랑 주교와 선교 사제 4명, 서울 회장(평신도 대표)과 남녀 신자 1천252명의 성(姓)·세례명·서명이 기재돼 있다.
신자 중 남성은 붉은색 바탕 위에, 여성은 청록색 바탕 위에 각각 기재돼 있고, 상당히 많은 정성을 들여 만든 특별한 자료라 이 문서가 작성된 배경을 두고 그간 여러 관측이 제기돼 왔다.
서 박사는 두루마리 문서에 있는 블랑 주교와 선교사들의 명단에 근거해 작성 시기를 1887년∼1890년으로 추정했다.
문서의 성격은 당시 한국 교회 최대 현안이었던 종현(현 명동) 지역의 토지 소유권 분쟁에서 정부와 교회의 갈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한 주한 프랑스 공사 콜랭 드 프랑시의 훈장수여 청원에 서울지역 신자들이 연대 서명을 한 것으로 봤다.
파리외방전교회 본부 소장 문서 등을 통해서도 블랑 주교가 교황청에 콜랭 드 프랑시에 대한 훈장 수여를 청원했고, 1890년 실제 훈장이 수여된 점이 확인된다.
지난 2년간의 사업을 통해서는 바티칸 도서관에 소장된 한국 관련 도서 자료가 총 894권이라는 점도 확인됐다.
자료는 크게 지도 및 지리학 서적과 그외 일반도서로 구분된다. 지도와 지리학 서적을 통해서는 조선에 대한 명칭 변화 등을 살펴볼 수 있다. 1500년대 아시아 지도에서는 한국을 '섬'으로 표기했고, 이후 1600년대에는 반도로 명시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연구결과를 담아 '바티칸 도서관의 한국 관련 자료 분석' 발표에 나선 의정부교구 김동수 신부는 "이미 독도나 동해표기 등 여러 국제적 문제에서 과거의 지리학적 기록물들을 통해 연구가 계속 이어지는 현실에서 바티칸 도서관이 소장한 기록물 역시 이런 연구에서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심포지엄에서는 주한 초대 교황사절이었던 패트릭 번 주교의 외교와 선교활동을 비롯해 교황청이 반공 의지를 갖고서 국제 가톨릭 네트워크 등을 통해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승인을 추진하는 과정에 대한 분석 결과도 제시됐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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