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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반발 의식한 듯… 文대통령 “진통 겪더라도 개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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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보회의 발언 의미

秋·尹 사태에 국민적 피로감 판단

법무·검찰 갈등에 개혁 차질 우려

다른 공직사회 확산 차단 포석도

尹 징계 결정돼야 입장 내놓을 듯

野선 “검찰 향해 백기투항 종용

대통령의 인식 개탄스러워”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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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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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30일 수석·보좌관회의 발언은 그간 문 대통령이 ‘추·윤 사태’에 대한 직접 입장 표명을 요구받은 상황을 감안해 우회적으로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추·윤 사태’ 전개 과정에서 ‘소속 부처나 집단의 이익’, ‘과거의 관행이나 문화’ 등을 언급한 것은 검찰 내부의 집단 반발에 대한 문 대통령 나름의 문제의식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이미 달라지고 있다”며 민주주의·문화·방역과 의료·소프트 파워·외교와 국제적 역할 등에서 달라진 국가 위상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혼란스럽게 보이지만 대한민국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고,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국민들께서 가져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진통이 따르고 어려움을 겪더라도 개혁과 혁신으로 낡은 것과 과감히 결별하고 변화하려는 의지를 가질 때 새로운 미래가 열릴 것”이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이 개혁과 혁신을 강조하고, 낡은 것에 대한 변화를 강조한 것은 검찰 내부 집단 반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우회적으로 보이고, 검찰 개혁의 당위성을 역설한 것으로 풀이된다. 침묵이 길어질 것 같았던 문 대통령이 이날 수보회의를 통해 입장을 밝힌 것은 ‘추·윤 사태’에 대해 국민적인 피로감이 쌓이면서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하락하고,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사태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더 이상 이를 방치할 경우 법무·검찰 내부 갈등이 다른 공직사회로 번지면서 정부가 추진 중인 개혁작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청와대와 여권 내부는 검찰의 조직적인 집단 반발에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검찰 개혁’의 당위성을 훼손하려는 의도가 검사들에게서 짙게 보인다고 의심하고 있다. 특히 법무부의 일개 외청 수장(검찰총장)의 거취를 두고 소속 공무원들이 인사권자를 겨냥해 집단성명을 내고 사실상 ‘항명’을 하는 건 용납하기 힘들다는 흐름도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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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정지 처분에 대한 효력 집행정지 재판이 열리는 3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태극기와 대검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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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권 관계자는 “기획재정부 장관을 교체한다고 소속 국·과장들이 집단 항의성명을 내는 것을 봤느냐”며 “윤 총장만 아니라 검찰 조직 자체에 대한 대대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다른 여권 관계자 역시 “추 장관의 개인 성격은 좋아하지 않는다”면서도 “검사가 공무원 조직의 내부 규율을 따르지 않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 총장에 대한 법무부 징계 수위가 결정되면 문 대통령의 공식적인 입장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오는 2일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고, 추 장관이 이를 근거로 윤 총장에 대한 해임을 건의하면 문 대통령이 이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밝혀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법무부 장관이 해임을 건의한 만큼 대통령의 입장 발표는 불가피할 측면이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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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야권에선 이날 문 대통령을 언급을 문제삼았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오랜 침묵 끝에 나온 대통령의 메시지는 결국 검찰을 향해 스스로 정권 앞에 굴복하고 백기 투항하라는 종용”이라며 “실망스러움을 넘어 이제는 ‘대통령이 나서서 해결하라’는 요구조차 무색해져 버린 상황”이라고 규탄했다. 또 “법치주의가 짓밟히고,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어려운 국민들을 정권이 나서서 더욱 피로케 하는 상황을 고작 ‘잠시의 혼란’, ‘진통’정도로 치부하는 대통령의 인식도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더불어민주당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뒤에 숨지 말고 국정 책임자로서 정당 대표들과 진정성 있게 서로 의견을 나누자”며 여야 원내대표와의 청와대 회동을 제안했다.

박현준·장혜진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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