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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기고]반도체 초격차 연구인력 양성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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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김형섭 미래반도체소자사업단장


우리는 모두 대한민국 산업의 1등 공신은 반도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980년대 미국, 일본이 점유하고 있던 반도체 시장에 뛰어든 대한민국은 전 세계 메모리 시장에서 패권을 잡고 선도하는 반도체 강국으로 우뚝 서게 됐다.

그러나 반도체 시장은 메모리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시장은 소자, 장비, 소재와 같은 매우 다양한 분야가 긴밀하게 연결된 복잡한 종합시장이다. 그 안에 메모리 시장은 일부이고, 더 큰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은 아직도 많이 있다. 또 다른 산업에서 흔히 나타나는, 성숙기를 지나 쇠퇴기를 맞는 분야도 아니다. 코로나19로 우리 일상에서 많은 변화가 일면서 비대면 세상으로 변화하고, 인공지능(AI)·자율주행 등 수많은 미래 응용 기술이 등장하면서 반도체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최근 삼성과 SK하이닉스의 과감한 투자가 연이어 보도되고 있다. 이는 메모리 시장의 확고한 점유율 확대, 시스템반도체(파운드리)라는 거대한 시장 도전과 같은 제2차 도약의 신호탄이다. 2000년대 들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국내 장비업체들은 가파른 성장을 바탕으로 세계 장비 시장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또 최근 일본과의 마찰을 계기로 소재 시장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정부는 국내 업체 육성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당연히 우리나라가 현재 1위인 시장을 유지하면서 다른 시장들의 패권도 쟁취하기 위해서는 집중 투자와 기술 개발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 기반에는 사람의 힘이 절대 필요하다. 구매가 가능한 장비·소재와 달리 이를 운용하고 연구하는 우수 인력은 돈으로 살 수 없는 매우 귀중한 존재이다. 최근 중국에서 우리의 핵심 인력을 다각도로 채용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이러한 사실을 더욱 분명하게 인식하게 한다.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지속 확보에는 인력 양성이 필수라 할 수 있다. 특히 고도화된 반도체 기술을 이해하고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현장형 전문 연구 인력 양성이 중요하다.

이제 대학의 반도체 인력 양성은 기존의 교육 중심 인력 양성에서 현장과 연결된 연구 중심 인력 양성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낙관할 수 없다. 대학은 세계 경쟁 추세에 맞춰 영향 지수가 높은 저널에 논문을 게재하는 것을 우선시하게 됐고, 자연스레 현장 중심이 요구되는 반도체 교육자들은 다른 분야의 연구로 옮기고 있다. 결국 산업체와의 교류가 줄어듦에 따라 대학에서 반도체 교육과 연구는 급변하는 현장 기술과 거리가 멀어지면서 제2의 도약에 필수인 현장형 전문 연구 인력 양성을 점점 어렵게 하고 있다.

다행히 산업통상자원부가 '미래반도체소자사업'을 통해 연구 중심의 현장형 전문 인력 양성에 힘쓰고 있다. 정부와 기업의 지원을 바탕으로 미국 반도체 인력 양성을 30여년 동안 주도하고 있는 SRC를 벤치마킹, 국내 상황에 맞게 시도해 오고 있다. 자연스레 대학에서 반도체를 연구하는 많은 교수들을 다시 모이게 하고 있으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비롯해 관련 장비업체들이 함께 모여 각 분야의 최신 기술 연구를 주도하는 예비 반도체 산업 전문가들에게 소중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메모리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더 큰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제2의 도약을 위해서는 정부, 산업체, 대학이 각자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대학은 산업체와 긴밀한 교류를 기반으로 하는 현장 중심 연구를 통한 전문 연구 인력 확보를 목표로 해야 한다.

다만 모든 일에서 그렇듯 이러한 연구 인력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큰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꾸준히 지속해야만 한다. 마르지 않는 관심과 과감한 지원 속에서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혈기 왕성한 전문 연구 인력이 계속 늘어나서 지금보다 더 넓은 시장을 주도할 미래를 기대해 본다. 치열한 글로벌 경제 전쟁 속에서 살아남을 분야는 반도체일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결국 원천 기술과 우수 연구 인력 확보가 답이다.

김형섭 미래반도체소자사업단장 hsubkim@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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