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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대공수사권 모두 경찰에”... 與, 국정원법 정보위 단독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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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국회 정보위원장인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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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28일 국가정보원의 직무 범위에서 국내 정보 수집을 제외하고 대공(對共) 수사권을 경찰로 넘기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단독 처리했다. 국회 정보위가 특정 사안에 대한 보고를 요구하면 국정원이 곧바로 보고를 해야 한다는 의무가 신설되는 등, 현재 민주당이 의석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국회의 국정원에 대한 통제도 강화된다. 야당은 개정안의 내용에 일부 ‘독소 조항’에 있어 민간인에 대한 사찰이 오히려 심해질 수 있고, 경찰의 개편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공 수사권을 일방적으로 넘기면 대공 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국회 정보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정보위 전체회의를 비공개로 열고, 민주당이 발의한 국정원법 개정안을 국정원 관계자들과 함께 논의했다. 개정안 통과를 막을 수 없는 야당 정보위원들은 의결 직전 퇴장했고, 개정안은 민주당 단독으로 통과됐다.

민주당 정보위원들에 따르면, 개정안은 현재의 국정원법에 있는 국정원의 직무 범위에 대한 규정을 전면적으로 고쳤다. 국정원이 “국외 정보 및 국내 보안정보(대공, 대정부전복, 방첩, 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를 수집·작성·배포한다고 돼 있는 규정은 “국외 및 북한에 관한 정보”와 “방첩(산업경제정보 유출, 해외 연계 경제질서 교란 및 방위산업침해에 대한 방첩을 포함한다), 대테러, 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를 수집·작성·배포한다는 규정으로 바뀌었다. ‘대공’과 ‘대정부전복’이라는 용어가 삭제되고, 일반적인 ‘국내 보안정보’의 수집도 직무 범위에서 제외된 것이다. 국내에 대한 정보 수집 활동은 방첩과 대테러, 국제범죄조직 등 특정한 분야에 관련해서만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또 현재의 국정원은 내란죄, 외환죄, 반란죄, 암호부정사용죄, 국가보안법상의 범죄에 대해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지만, 개정안은 국정원이 이 범죄들과 관련해서는 정보 수집 활동만을 할 수 있게 했다. 수사권은 모두 경찰로 넘기게 된다.

반면 국정원의 직무로 새롭게 추가된 것도 있다. 개정안은 국제 해킹 조직, 국가 배후 해킹 조직 등 사이버 안보와 관련된 정보 수집 활동, 위성 자산 등을 활용한 안보 관련 우주 정보 수집 활동 등을 국정원의 직무에 추가했다. 또한 이 직무들과 관련해 우리 국익에 반하는 북한이나 외국, 내·외국인의 활동을 확인·견제·차단하고 국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대응 조치를 하는 것도 국정원의 직무라고 규정했다.

개정안은 특히 국회가 국정원을 통제할 수 있는 각종 장치를 마련했다. 먼저 국정원장이 국정원의 직무와 관련한 구체적인 원칙과 절차를 지침으로 정하게 하고, 그 지침을 국회 정보위에 보고하게 했다. 정보위는 이 지침이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판단될 경우 정보위원 3분의 2 이상의 요구로 시정이나 보완을 요구할 수 있고, 국정원장은 여기에 따르도록 했다.

또 국정원 직원이 정치 관여 활동을 하도록 요구받은 경우, 해당 직원은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시정되지 않을 경우 수사기관에 이를 신고할 수 있다. 이는 현재의 국정원법에도 있는 내용이지만, 개정안은 국정원 직원이 수사기관에 신고를 한 경우 국정원장이 이를 곧바로 국회 정보위에도 보고하도록 했다.

국가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국정원장이 이를 대통령뿐 아니라 국회 정보위에도 지체 없이 보고해야 한다는 규정도 생겼다. 정보위가 먼저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특정 사안에 대해 보고를 요구한 경우에도 국정원장은 이를 곧바로 보고해야 한다는 규정도 추가됐다. 국정원장이 예산 집행 현황을 분기별로 정보위에 보고해야 한다는 규정도 생겼다.

다만 개정안은 이 법을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하되, 대공 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것은 2024년 1월 1일부터로 3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을 통해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 가능성을 차단하고, 정보기관 본연의 직무 수행에 집중하도록 함으로써 국가 정보기관으로서의 위상을 재정립하도록 하는 제도적 기틀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소속 정보위원들은 국정원에 ‘해외와 연계된 경제질서 교란 행위’와 관련해 국정원에 정보 수집권을 준 것이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했다. 가령 ‘부동산시장 교란 행위’나 ‘주식시장 교란 행위’ 등에 대응한다는 명목으로 오히려 국내 민간인들에 대한 정보 수집 활동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경찰 구조 개편안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대공 수사권을 이관하는 것은 대공 수사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경찰의 권한만 더욱 강화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했다.

[김경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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