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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과학자 암살 파문 확산 …반미 강경파 “이스라엘 폭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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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장관 "암살, 전 세계에 도움"

서방 언론 "이란 핵 개발 서두를 것"

이란의 최고위급 핵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가 총격을 받고 사망한 사건의 파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란 당국이 암살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있는 가운데 현지에선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보복에 나서야 한다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면 이스라엘의 고위 관리는 "파크리자데 제거는 중동과 전 세계에 도움이 됐다"고 평했다.



이란 강경파 "이스라엘에 보복해야"



이란의 핵 개발을 이끌어 온 파크리자데는 27일(현지시간) 테헤란 동쪽 소도시 아브사르드에서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무장 괴한들이 쏜 총에 맞고 숨졌다.

이에 29일 이란의 반미 강경파를 대변하는 매체인 케이한은 이스라엘 항구도시 하이파에 보복 공격을 해야한다고 촉구하는 기고문을 실었다. 시사평론가 사돌라 자레이는 기고문에서 "하이파를 폭격해 많은 사람이 죽으면 확실히 이스라엘을 억지할 수 있다"면서 "미국, 이스라엘 정권, 그들의 정보기관은 (이란과) 전쟁이나 군사적 충돌을 감수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이파는 이스라엘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로 주요 항구와 발전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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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살 당한 이란 핵 과학자 파크리자데의 관 앞에서 이란인들이 추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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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레이는 이어 "이번 암살 테러는 이스라엘이 시리아 내 이란군을 공격했을 때 이에 단호하게 보복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졌다"면서 "하이파에 대한 공격은 올 1월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 암살에 대한 보복이었던 이라크 내 미군 기지에 대한 탄도미사일 공격보다 규모가 더 커야 한다"고 촉구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케이한의 편집장인 호세인 샤리아트마다리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임명한 인물로 하메네이의 고문으로 불린다. 박현도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런 점으로 볼 때 이 기고문은 이란 내 반미 강경파의 여론을 전반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강경파 인사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도 이날 이란 국영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 같은 범죄 행태를 저지른 적들(이스라엘)에 강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그들은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주문했다.



이스라엘 "세계에 도움"…시리아 내 공격도 계속



반면 29일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엘리 코헨 정보부 장관은 이날 이스라엘군 라디오 방송에서 "그(파크리자데)가 제거된 건 중동과 전 세계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코헨 장관은 "핵무기를 만들려고 적극적으로 나선 사람은 누구나 사형장으로 간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파크리자데 암살에 대한 이스라엘의 개입 여부를 암시하지 않았다"면서 "누가 암살의 배후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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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리자데의 암살에 분노한 이란 시민들이 28일 미국과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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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유럽연합(EU)은 파크리자데 암살에 대해 "범죄 행위"라며 규탄했다. 코헨 장관은 이를 두고 "그들은 다시 모래 속에 머리를 파묻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란 핵 개발의 위험을 무시하고,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스라엘군은 시리아에서 이란을 겨냥한 군사 작전도 중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29일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에 따르면 아비브 코하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이란의 시리아 주둔에 대해 필요한 만큼 단호한 조처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이스라엘은 시리아 내 친(親)이란 세력에 대한 공습을 자주 감행해왔다.



"이란, 핵 개발 서두를 수도"



서방 언론은 이번 파크리자데 암살 사건을 계기로 이란 정부가 핵 개발을 더욱 서두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29일 영국 더타임스는 파크리자데 사망 직후인 이날 이란 의회가 우라늄 농축 농도를 현재 4.5%에서 20%로 높여야 한다는 결의안을 가결했다고 전했다.

또 AP통신과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이란 의회는 이번 암살에 대응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중단시키는 법안도 검토하기 시작했다. IAEA는 2015년 이란과 미국 등이 체결한 포괄적 공동 행동계획(JCPOA)에 따라 이란의 핵 활동을 사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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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핵 관련 시설. 이번 핵 과학자 암살 사건을 계기로 이란이 핵 개발을 서두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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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 "27일 발생한 살해 사건으로 미국,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대한 위협은 커졌다"고 평했다.

박현도 교수는 "조 바이든 차기 미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이란 내에선 미국과 협상하자는 하산 로하니 대통령 등 온건파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 분위기였다"면서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온건파 입지가 좁아지고, 핵 개발을 해야 한다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이란이 이번 암살 테러를 명분으로 핵 개발 속도를 높여 바이든 차기 정부와의 협상에서 우위에 서려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란 언론 "원격 조종 기관총으로 암살" … "가능성 낮아"



한편 30일 이란 파르스 통신은 "파크리자데가 원격 조종 기관총에 맞아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파크리자데의 차량 근처에서 먼저 폭발물이 터진 후 무장 괴한들이 파크리자데에게 총을 쏴 사살했다는 주요 외신들의 앞선 보도들과는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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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탄 공격을 받은 이란 핵 과학자 파크리자데의 차량.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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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등이 파르스 통신 보도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파크리자데는 부인, 경호원들과 함께 방탄 승용차를 타고 아브사르드로 향하던 중 차량이 총탄에 맞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상황 파악을 위해 차량을 세우고 밖으로 나왔다. 그 순간 그의 차량에서 약 150m 정도 떨어진 곳에 세워져 있던 닛산 차량에 탑재된 원격조종 기관총이 발사됐고 그는 총탄에 맞았다고 외신은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총격은 3분간 이뤄졌고, 공격 후 닛산 차량은 폭발했다.

하지만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등은 이 보도에 대해 "현장 사진을 분석한 많은 군사 전문가들은 '원격 조종 기관총에 의한 사살'이란 파르스 통신의 보도에 의문을 나타낸다"고 전했다. 이어 "파크리자데가 탄 차량에 대한 총격은 원격 조종 기관총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낮고 고도로 훈련된 무장 요원들의 솜씨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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