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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싼 매물 내놓지 않도록”... 실거래가 공지문 붙이는 아파트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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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집값이 급등하면서 아파트 단지마다 신고가가 경신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낮은 가격의 매물 거래를 막으려는 주민들이 아파트단지에 실거래가 정보를 제공하는 공지문을 붙이는 현상이 번지고 있다. 정보 전달 차원인 만큼 공지문을 붙이는 행동이 아파트값 담합은 아니라는 의견이 많지만, 광범위하게 퍼질 경우 규제 등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조선비즈

경기 지역의 아파트에 붙어 있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지문. 오른쪽 하단에는 부동산 ‘가두리' 주의사항에 대한 안내문도 붙어 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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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경기 김포와 고양 삼송지구, 인천 검단신도시 등 수도권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주민들이 국토교통부에서 공개하는 해당 아파트의 실거래가가 적힌 공지문을 붙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김포의 한 아파트는 공지문에서 "입주민들이 실제 거래되고 있는 아파트 가격에 대한 늦은 인지로 인해 입주민들의 불합리한 여러 사정들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취지로 우리 아파트의 실거래가를 공개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시세를 인지하지 못하고 실거래가보다 낮은 가격에 부동산에 매물을 내놓아 발생하는 해당 단지의 평균 아파트값 하락을 예방하자는 뜻이다.

공지문에는 최근 가장 비싸게 거래된 매물을 기준으로 실거래가를 공유하고 있다. 매월 1일 실거래 리스트를 교체해 붙여놓거나 부동산 플랫폼 ‘호갱노노' 앱의 해당 단지 실시간 아파트 실거래가로 바로 연결되는 QR코드를 첨부한 단지도 있다. 주변 아파트 월별 실거래가까지 비교한 단지가 있는가 하면 가격 문의를 할 수 있는 단지 내 오픈채팅방이나 온라인 카페로 안내하는 공지문도 생겨나고 있다.

이에 대해 인천 서구 불로동의 G공인 관계자는 "갑자기 호가보다 몇천만원 떨어진 매물이 거래되면 평균 단가도 떨어지고 집값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에 주민들이 예민하게 반응한다"면서 "저가 매물 거래를 예방하기 위해 공지문을 붙이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고양 덕양구 신원동의 S공인 관계자는 "고양은 분당 등에 비해 집값이 많이 오르지 않다가 최근 뒤늦게 오르기 시작했기 때문에 주민들이 시세보다 낮은 거래에 더 민감하다"고 했다.

일부 단지에서는 부동산 ‘가두리’를 예방하자는 안내글도 붙이고 있다. 가두리는 부동산 중개업소가 호가보다 낮은 가격에 아파트 등 부동산을 매물로 내놓고 호가가 비싼 매물은 숨기는 행위를 뜻한다. 집값이 너무 오르면 매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결국 수수료 수입이 주는 중개업자들이 이런 행동을 한다고 주민들은 주장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주민들의 집단 행동의 효과가 미미한데다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실거래가 공지문은 주민들이 결속력을 다지는 심리적인 효과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깨뜨리면 어마어마한 불이익이 생기는 가격 담합이 아닌 만큼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정부에서 부동산 단체대화방 등을 단속했던 선례를 고려할 때 이 현상이 지속되면 추가 규제가 생기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이어 "부동산 가두리의 경우 현재까지는 집값에 매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서울과 비교했을 때 경기 등 지역의 집값 상승 속도가 더뎌 해당 지역 수요자들이 가두리를 더욱 크게 느껴지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백윤미 기자(yu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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