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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판사사찰' 감찰 제대로 안했다" 폭로에…박은정 직권남용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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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안채원 기자]
머니투데이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법무부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처분에 대한 효력 집행정지 심문기일에 추미애 법무부장관 소송수행자 자격으로 참석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그는 "신청인 주장 부분을 다 반박해 소명했다"며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감찰 담당관실 검사들의 기록 공개 요청 묵살과 대검 감찰부가 '판사 사찰 문건'과 관련해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을 압수수색할 당시 그 과정을 법무부에서 전화로 실시간 보고 받았다는 논란 등에 대해서는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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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한 '판사 불법사찰 의혹'이 제대로 된 감찰을 거치지 않은 채로 수사의뢰 됐단 내부 증언이 나오면서, 이를 강행한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되레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권남용) 혐의를 받을 수 있단 지적이 제기된다.




법무부 파견검사 "범죄성립 어렵다 보고했는데 삭제당해"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법무부 감찰관실에 파견돼 근무 중인 이정화 대전지검 검사는 전날 오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렸다. 그는 판사 불법사찰 의혹 관련 문건을 검토한 후 범죄 성립이 어렵단 결론을 내리고 보고했으나 아무 설명 없이 삭제됐다고 주장했다.

이 검사는 "법무부 보도자료에 적시된 총장님에 대한 여러 징계청구 사유 중 가장 크게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은 감찰담당관실에서 제가 법리검토를 담당했다"며 "문건에 기재된 내용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성립 여부에 대해 판시한 다수 판결문을 검토하고 분석한 결과 위 죄가 성립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고 감찰담당관실에 있는 검사들에게도 검토를 부탁한 결과 제 결론과 다르지 않았기에 그대로 기록에 편철했다"고 했다.

이어 "문건 작성자의 진술을 듣지 않은 상태에서는 '물의야기 법관 리스트' 부분은 사법농단 사건의 수사기록에 등장하는 내용이고 어떠한 경위로 그러한 내용을 취득했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지난 24일 17시20분 경 이 문건 작성 경위를 알고 있는 분과 처음으로 접촉을 시도했고 그 직후 갑작스럽게 총장님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졌다"며 "급기야 그 다음날 대검찰청 수사정보담당관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진 직후 총장님에 대한 수사의뢰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이 검사 말대로라면 판사 불법사찰 의혹에 대해 제대로 된 감찰도 이뤄지지 않은 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해당 혐의를 바탕으로 윤 총장 징계청구 및 직무배제를 발표한 것이 된다.

이 검사는 "수사의뢰를 전후해 제가 검토했던 내용 중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성립 여부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거나 내용상 오류가 존재한다는 지적을 받은 적이 없다"며 "감찰담당관실에서 누군가가 추가로 이 부분에 대해 저와 견해를 달리하는 내용으로 검토를 했는지 여부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제가 작성한 보고서 중 수사의뢰 내용과 양립할 수 있는 부분은 아무런 합리적 설명도 없이 삭제됐다"고 주장했다.




법무부 "삭제 사실 없다…감찰기록에 그대로 편철돼"



법무부는 즉각 반박하는 입장을 냈다.

법무부는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이 그 직무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그 작성을 지시하고 감독책임을 지는 검찰총장의 직무상 의무위반에 해당해 징계사유로 볼 수 있다는 점에 관해선 이견이 없었으나, 형법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엄격히 적용돼 무죄 판결도 다수 선고되는 등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만으로는 죄가 성립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견도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까지 확보된 재판부 성향 분석 문건 이외에도 유사한 판사 사찰 문건이 더 있을 수 있는 등 신속한 강제 수사의 필요성이 있고 그 심각성을 감안할 때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절차와는 별도로 강제수사권을 발동해 진상을 규명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해 수사의뢰하게 됐다"면서 "보고서의 일부가 누군가에 의해 삭제된 사실이 없고, 파견 검사가 사찰 문건에 관해 최종적으로 작성한 법리검토 보고서는 감찰기록에 그대로 편철되어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선 법무부 반박과 충돌되는 이야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 검사가 애초 '직권남용죄가 법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는 보고서 초안을 작성해 보고하자 감찰관실 상사는 직무상 의무위반 징계사유 유무를 검토하라고 추가 지시했고, 이에 이 검사는 '물의야기 법관 부분이 수사기록에서 나온 것일 경우 직무위반 소지가 있다'는 내용을 작성했는데 그 부분은 아직 확인 전이기에 조사하려던 와중 직무배제 및 징계청구, 수사의뢰가 이뤄졌단 것이다.

이후 보고서 내용에서 직권남용죄 불성립 검토 부분은 아예 삭제하란 지시가 내려왔고, 삭제 후 감찰담당관실이 그 기록을 직권남용 수사의뢰에 활용했단 얘기가 나온다. 일방적 지시에 의해 직권남용죄 불성립 부분이 삭제된 보고서가 최종적으로 쓰인 것은 맞단 게 된다.

다만 최종적으로 어떤 기록이, 어떻게 남겨져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감찰관실 소속 검사들은 박 감찰담당관을 찾아가 "기록을 보여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박은정 직권남용" 지적…시민단체 고발도



법조계에선 이같은 의혹이 모두 사실일 경우 윤 총장 감찰의 총괄 책임자 역할을 하고 있는 박 감찰담당관이 직권남용 혐의를 받을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당초 윤 총장에 대한 감찰은 박 감찰담당관이 주도해왔다. 류혁 법무부 감찰관이 박 감찰담당관의 직속 상사지만 류 감찰관은 윤 총장에 대한 감찰담당관실의 대면 조사 시도 당시부터 사실상 업무에서 배제돼 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직권남용 법리에 밝은 한 법조인은 "해당 부분 감찰 업무를 담당한 감찰관실 소속 평검사의 법리검토를 묵살하고 이를 삭제 조치한 후 결론을 조작해 수사의뢰했다면 이것은 명백한 직권남용이자 공용서류손상죄에 해당하는 범죄가 된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날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은 박 감찰담당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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