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진중권 “전대협 학생회처럼 운영하는 靑, 합법 우습게 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사고 터지면 토착왜구 음모라 선동”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29일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 방식과 관련, “한마디로 청와대의 운영을 옛날 전대협 시절 학생회 운영하듯이 하는 것이다. 일종의 문화지체 현상”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조선DB


진 전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운동권 작풍의 문제’라는 글에서 “문제는 청와대다. 지금 기소된 사람이 벌써 몇 명이냐. 수석, 비서관, 행정관, 수사관 등등 벌써 열댓 명이다. 거기에 원전 사건도 몇 명 연루된 것으로 보이니, 이 정도면 총체적 파탄”이라며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집단의 경향이라는 얘기”라고 했다.

그는 “이들이 일을 처리하는 방식 자체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요구되는 적법성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운동권 시절엔 합법과 비합법의 영역을 구별했다. 그때는 정권의 탄압을 피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며 “당시 합법조직은 사실상 비합법 지하조직의 꼭두각시였습니다. 가령 누가 총학생회장이 될지는 이미 학우들이 투표도 하기 전에 이미 지하에서 다 결정돼 있었다”고 했다. 이어 “합법을 우습게 보는 작풍에 익숙해져 있어 매사를 그렇게 처리하다가 사고를 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일을 공식적 계통을 밟아 적법하게 처리하는 게 아니라 비선이나 사선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밀어붙이면 사달이 나기 마련이다. 월성 1호기의 경우에도 1, 2년 더 가동할 수 있다고 하면 좀 기다렸다가 중단시켜도 될 일인데 대통령이 말 한마디 했다고 그 난리를 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러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감사하지 말라고 감사원장 공격하고, 수사하지 말라고 검찰총장을 공격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국가에 ‘시스템’이란 게 있는데, 그게 어디 가당키나 한 요구인가, 그러니 다시 똑같은 방법을 사용해 아예 국가시스템 자체를 무력화시키려 하는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페이스북


진 전 교수는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요구 과정을 예로 들며 “(법무부) 징계위를 먼저 열려고 코로나 핑계로 감찰위를 연기했지요? 절차적 정당성이 문제될까 봐 감찰위를 의무조항에서 임의조항으로 변경했죠? 징계의 명분을 만들려면 검찰총장을 억지로라도 수사 의뢰를 해야 하고, 그러니 보고서를 조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며 “매사가 이런 식”이라고 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애써 쌓아온 이 자유민주주의적 시스템이 적법 절차를 우습게 아는 저들의 쌍팔(88)년도 운동권 작풍에 의해서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나라가 법이 아니라 저들이 꼴리는 대로 운영되고 있다. 법치가 무너진 것”이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저들이 이게 왜 문제인지조차 모른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사고만 터지면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듯 ‘그게 다 토착왜구, 수구적폐의 음모’라는 프레임으로 대중을 선동해 돌파해 나가려 한다”고 했다.

[강영수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